생태/환경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서울 광화문 도착으로 4341㎞ 순례 마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2-21 수정일 2017-02-22 발행일 2017-02-26 제 303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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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간 이어진 대장정… 핵 없는 세상을 꿈꾸다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
핵발전 중심 전력 정책 구조적 개선 필요

2월 18일 서울 광화문 도착으로 4341㎞ 순례를 마친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탈핵을 기원하는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2월 18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 미사를 봉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순례단은 1월 10일 영광 핵발전소에서 출발, 광주와 고창, 부안, 군산, 서산, 당진, 안산과 인천을 거쳐 광화문까지 총 31일간 588.6km 거리를 도보로 순례했다. 이 탈핵 순례는 지난 2013년 6월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총 248일간 4341㎞의 기록을 남겼다.

순례단은 18일 서울 노량진성당에서 광화문까지 248번째 구간을 순례하고, 낮 12시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 미사를 봉헌했다.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한 원전을 멈추고, 탈핵 한국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는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고 미래 세대를 갉아 먹는 전력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핵발전 위주의 전력 정책을 무너뜨리고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순례단은 특히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갉아먹는 핵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 지원 및 확대 정책을 촉구했다. “햇빛 받아 탈핵 햇빛 팔아 탈핵”이라는 구호는 단순명료하게 태양광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핵발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순례단을 이끈 성원기(토마스 모어·61·원주교구 삼척 성내동본당·강원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20년째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순위에서 꼴찌”라고 밝히고 “탈핵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순례를 통해 표현하는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또한 “탈핵 운동은 유권자 운동”이라면서,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는 탈핵을 에너지 정책 목표로 하는 ‘탈핵 대통령’을 선택하자고 촉구했다.

삼척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홍표 신부(원주교구)는 기자회견에서 “탈핵을 위해서는 구조적·제도적 반대 운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면서 “대통령 선거에 적극 참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핵 순례 참여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례자들은 매일 모이는 집결지를 찾아와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깃발과 현수막을 받아 대열에 합류한다.

이에 따라 순례단 규모는 매일 달라졌다. 특히 2월 4일 제223구간(광천-홍동-홍성)에서는 애초 30여 명이 출발했지만 홍동에서 지역 주민들과 김지철 충남교육감 일행이 합류, 순식간에 100여 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순례단에는 최근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내려진 월성1호기 인근 주민들도 포함됐다.

9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핵발전소 반대 시위를 해온 황분이씨는 “주민들에게서 한 명도 빠짐없이, 만 5세 아이에게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며 “‘죄의 고리’를 끊고 핵발전소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원기 교수 등 일부 참가단은 순례를 마친 후 핵발전소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를 목표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