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계 사형반대의 날 특집] 생명의 도시, ‘사형폐지’ 염원의 빛으로 물들다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12-06 수정일 2016-12-07 발행일 2016-12-11 제 302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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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빛 속에서

들려오는

주님 목소리

얘야!

아느냐

네 머리카락 한 올도

네 것이 아님을…

제 가진 것

오롯이 제 것이라 우기는

얘야!

너는 어찌

내 목소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단 말이냐

잦아드는

주님 목소리

얘야!

내 것이 모두 네 것이듯

네 것 모두

오롯이

내 것이란다

■ 세계 사형반대의 날은

매년 11월 30일은 세계 사형반대의 날이다.

세계 사형반대의 날은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가톨릭 평신도조직인 산 에지디오(Sant’Egidio)공동체가 2002년 전 세계 각 나라 주요 도시에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11월 30일이라는 날짜는 1786년 이날,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공(大公)이었던 피에트로 레오폴도(신성 로마 제국의 레오폴도 2세)가 세계 최초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데서 비롯됐다.

세계 사형반대의 날에 동참하는 전 세계 도시들은 이날 “No Justice Without Life”(생명 없이 정의 없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생명의 도시’(Cities for Life) 행사를 연다.

공식적으로 ‘International Day of Cities for Life, Cities against the Death Penalty’로 불리는 이날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No Death Penalty’ ‘죽음에서 생명으로’ ‘생명 문화’ ‘사형폐지’ 등 생명 수호의 뜻을 담은 조명 퍼포먼스를 벌이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콜로세움에, 프랑스 파리에서는 에펠탑에,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 조명을 쏘며 생명수호 의지를 새롭게 밝히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지난 2015년에는 전 세계 90여 개 나라 15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생명의 도시’ 행사가 열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사형폐지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유일하게 서울이 ‘생명의 도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이전에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이 이날을 기념해 사형폐지 기원미사를 봉헌해 왔다. 2006년부터는 가톨릭교회를 필두로 한 종교계와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이날을 기념해 명동대성당, 서울시청, 서울 대학로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조명 퍼포먼스 등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 국내 사형폐지운동 발자취

이 땅에서 ‘사형’이라는 말을 지우기 위한 우리 사회의 움직임은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인권’을 말하는 것조차 백안시되던 엄혹한 독재정권시절을 거치며 사형폐지운동이 몇몇 뜻있는 지식인들이나 소수 인권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인적 물적 토대가 미약하다는 의미다.

2000년 대희년을 계기로 사형폐지운동은 범종교적인 운동으로 확산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맞이하게 된다.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7대 종단 종교인들이 2001년 1월 19일 결성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은 한국 사회 사형폐지운동의 새로운 분수령을 이뤘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린 공간에서 종교계는 사형폐지운동의 새로운 밑거름을 만들어갔다. 각 종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산을 발판으로 학계와 정계는 물론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등으로 저변을 넓혀나가며 사형폐지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과거 성명서 발표나 기자회견 등 입장 표명 수준에 머물던 사형폐지운동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종단 차원의 각종 학술 행사를 비롯, 문예공모전, 연극제,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와 각 종단 원로들의 사형수 방문, 국회 및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활동 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확산됨으로써 ‘생명문화의 건설’의 든든한 밑거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걸어온 길

▲1989. 5.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발족

▲1992. 8. 김수환 추기경 등 8만6510명, 헌법재판소에 사형제 폐지 탄원서 제출

▲1997. 12. 문민정부, 사형수 23명 교수형 집행

▲1999. 12. 사형폐지특별법 입법화 촉구대회(제15대 국회)

▲2001. 1.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출범

▲2001. 5. 23.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설립

▲2001. 6. 사형폐지특별법 입법화 촉구대회(16대 국회)

▲2005. 4. 사형폐지특별법 입법화 촉구대회(17대 국회)

▲2005. 5.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및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 입법 권고

▲2006. 1. 국제 앰네스티, 사형제 폐지 집중 캠페인 국가로 한국 선정

▲2006. 3. 한국 천주교 주교단 및 신자 12만 명, 사형제 폐지 입법 촉구 국회 청원

▲2006. 10. 세계 사형반대의 날, 아시아ㆍ태평양 네트워크 발족

▲2007. 10. 10. 사실상 사형폐지국가 선포식

▲2007. 12. 30. 사실상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2009. 10. 8.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 정진석 추기경 등 신자 10만481명 서명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서 국회 제출

▲2013. 12. 30.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 사형집행 중단 15주년 공동기자회견

▲2015. 7. 6.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