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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 의혹과 논란, 교회 입장은

특별취재팀
입력일 2016-10-18 수정일 2016-10-18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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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책임 통감… 사회복지 전반 재점검 계기 삼아야
교구장 공식 사과문 발표
진상규명·재발방지책 강구
전문성 살릴 방안과 함께
체계적·실질적 개선책 필요

10월 13일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강수 원장 신부가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원장 박강수 신부, 이하 희망원)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희망원에 제기된 인권침해 등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희망원 측은 일부 사실은 인정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크게 알려진 의혹 중 상당수가 ‘부풀려진 것’이라며 억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특별감사가 실시되는 등 의혹을 둘러싼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는 “이를 계기로 교회가 사회복지에 임하는 자세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각종 의혹에 공개 사과

희망원 원장 박강수 신부는 10월 13일 오전 희망원 아띠울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희망원 종사자 모두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이어 “인권에 대한 사회 눈높이가 올라갔지만 우리 내부에서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발전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또 “전체 종사자에 비해 소수이기는 하지만 거주인 폭행, 금품횡령, 관리소홀로 인한 거주민 사망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토로했다. 현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시설거주인 인권 점검 시스템 도입 ▲인권사각지대 CCTV 설치 ▲현장 중심 인력 배치 ▲자립생활을 원하는 시설거주인 자립 ▲인권 투명성 확보 ▲인권침해 발생시 시설종사자 신분 박탈 등을 약속했다.

박 신부는 “아픈 환자를 지켜야 하는 소명을 갖고 있다”며 “사실로 판명난 의혹에는 분명히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희망원 시설장 4명, 복지·회계·시설 등 7개 분야 중간관리자 16명을 포함해 24명은 사표를 제출했다.

희망원 수탁기관인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10월 12일자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대구시민 여러분과 교구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희망원 시설거주인들은 물론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사과했다. 이어 교회가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고 대구대교구도 일찍부터 사회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데 책임을 통감했다.

■ 희망원은 어떤 곳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희망원은 사회에서 갈 곳 없어 버림받는 처지에 놓인 노숙인 수용을 위해 지난 1958년 설립됐다. 대구시 직영 형태로 운영되던 희망원은 1980년 4월부터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서 수탁해 운영하고 있다. 근무 직원은 150여 명이다.

희망원은 시설거주인의 특성에 맞춰 크게 4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노숙인 재활시설인 ‘희망원’, 노숙인 요양시설 ‘라파엘의 집’, 정신요양시설 ‘성요한의 집’, 장애인 거주시설 ‘글라라의 집’ 등이다. 현재 시설거주인은 남성 620명, 여성 498명 등 총 1118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적게는 20대 후반에서 많게는 70대 후반까지이나 대부분 60~70대 고령자다.

희망원 측에 따르면 시설거주인 중 절반 이상은 정신장애인이다. 이 외에도 지체장애, 지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알코올 중독, 치매 등 시설거주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장애나 질병을 갖고 있다. 200여 명은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희망원, 의혹과 논란은 무엇인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초부터 희망원 인권침해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혹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최근까지 2년8개월 동안 시설거주인 129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 공중파 방송 다큐 프로그램에서도 제기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평균 1000여 명을 조금 넘어서는 시설거주인 중 10%가 넘는 사람이 2년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숨졌다는 것은 이례적이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원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망자 129명 중 12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정당한 진료기록 등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설 내에서 숨진 나머지 6명도 사망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해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또 “중증의 병을 앓고 있는 시설거주인이 대부분인 특성상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혹은 직원들에 의해 시설거주인들이 폭행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희망원에서 근무한 직원 3명은 시설거주인 폭행 혐의로 벌금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급식비 횡령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식자재 납품업체 거래장부 내역과 실제 가격 및 수량이 다르게 기록돼 2014년 한해 3억여 원이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희망원 측은 “전체 종사자에 비해 소수이기는 하지만 관리 소홀로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희망원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시립희망원 지회(지회장 황성원) 측은 “희망원의 사과문을 포함, 조사 결과 등 사태 전반에 대해 조만간 노조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시는 10월 10일부터 한 달간의 일정으로 희망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다. 국민인권위원회도 11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사회복지에 대한 겸허한 반성 필요

교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회가 맡고 있는 사회복지 시설 운영과 관련해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개선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시설장들이 순환보직을 맡아 전문성을 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가 실시하는 여러 복지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욱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실제로 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에 대해 믿음을 갖고 봉사에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번 희망원 사태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희망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장말순(75)씨는 “봉사를 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다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면 방송을 통해 나온 이야기나 각종 의혹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최근 정기총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관리 감독하는 신부와 수녀들의 숫자는 제한돼 있어 직원들을 믿고 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은 보다 경각심을 갖고 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구시민과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 ◆

존경하는 대구시민과 교구민 여러분,

최근 대구시립희망원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대구시립희망원을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구시민 여러분과 교구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희망원의 모든 생활인들은 물론이고, 희망원에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며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 사회복지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 그리고 이번 일로 걱정하고 실망하신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천주교회는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우리 교구도 일찍부터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불미스럽게도 이번 희망원 사태와 같은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교구장으로서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큽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감사에 협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보호받고, 참다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시민 여러분과 교구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과 교구와 부족한 저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16년 10월 12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