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88주년 특집-아시아 복음화와 한국교회] 기획 연속 인터뷰 (3·끝)

정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4-22 수정일 2015-04-22 발행일 2015-04-26 제 2941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창간 88주년을 맞아 마련된 아시아교회 지도자들과의 연속 인터뷰 마지막 순서로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이냐시오 수하리오(Ignatius Suharyo Hardjoatmodjo) 대주교와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 키쿠치 이사오(Kikuchi Isao) 주교를 만났다. 인터뷰는 전자메일로 이뤄졌다.

■ 이냐시오 수하리오 대주교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이슬람교 절대 다수 가톨릭, 공동선 노력 다문화 상황 맞춰 사목”

는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현재 자카르타 대교구장으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1950년에 태어나 1976년에 사제품을 받고, 1997년에 세마랑 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군종교구장과 자카르타 대교구 부주교를 거쳐 2010년 자카르타 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수로 보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국가이다. 2억5360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에서 이슬람교가 86%로 절대적 다수 종교이고, 개신교가 6%, 가톨릭과 불교, 힌두교가 각각 3, 2, 1%를 차지한다. 300여 개 종족이 600여 종의 언어를 사용하는 인도네시아는 가히 다양성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수도 자카르타 대교구장인 수하리오 대주교는 따라서 ‘복음화’를, ‘복음을 건네준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리스도인들 스스로가 동료 아시아인들에게 살아있는 복음이 되어주어야 할 소명으로 이해한다.

“인도네시아, 특히 자카르타 대교구 관할 지역에서 교회는 다양한 문화를 지닌 다양한 부족들 간의 열린 만남을 위해 노력합니다. 각각 뜨거운 선교적 열정을 지니고 있는 수많은 종교들 간의 각축, 긴장과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서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위한 경제적, 정치적 쇄신을 위해 다른 종교들과 함께 노력합니다.”

수하리오 대주교는 이러한 공동의 노력 안에서 ‘물고기와 빵의 기적’, ‘발씻김의 의미’, 그리고 ‘부활을 바라보면서 주님의 십자가에 동행하기’ 등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그것들이 바로 복음화의 방법론들이라는 인식이다.

다양성의 나라이니만큼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노력 역시 지역과 대상에 따라서 상이하게 나타난다.

“어떤 지역에서는 사목적 초점이 물질적인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정치적 자유와 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교육과 문맹 퇴치에 주력해야 합니다. 극도의 다양성으로 인해서, 인도네시아교회의 사목 방향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교회가 차지하는 비중 만큼이나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인도나 이슬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막중하다.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는 중국과 인도입니다. 우리는 ‘신학의 장소’(locus theologicus)로서 인도와 중국을 잘 이해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시아에서 이슬람 문화와 종교의 영향에 대해서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중국에만 수천만명의 이슬람 인구가 있고,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에 있는 이슬람 인구는 수억 명에 달한다. 그래서 수하리오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인도, 그리고 이슬람 국가들, 이 세 요소는 아시아 복음화의 전체 전망에 있어서 더 많은 주의가 주어져야 합니다. 세 가지 모두 특별히 중요합니다.”

한국교회의 소명을 높이 평가하는 그는 “서로 더 잘 알고 서로 더 잘 도와주는, 그럼으로써 더 깊은 우애를 나누는 형제자매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젊은이들을 몇 주 동안, 혹은 상황이 허락한다면 수개월간 아시아의 서로 다른 교회들을 배우고 익히도록 서로 파견합시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서 우리는 결코 서로의 형제자매가 될 수 없습니다.”

수하리오 대주교는 특히 한국교회의 순교 전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의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노력할 소명을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가장 위대한 힘은 ‘많은 평신도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교회’라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 키쿠치 이사오 주교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

“일본도 양극화 심화… 교회, 사회 이념 넘어 복음적 가치관 전해야”

는 1958년생으로 현재 일본 니가타 교구장 겸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으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에 입회, 1986년에 사제품을 받았고, 2004년에 니가타 교구장에 임명됐다. 일본 카리타스 의장인 키쿠치 주교는 올해 3월 아시아 카리타스 총회에서 4년 임기 의장에 재선임됐다.
키쿠치 주교 역시 ‘복음화’가 더 이상 개종이나 세례자 수의 증대가 아니라는 역사적 교훈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스도교가 절대적으로 소수 종교인 아시아에서 외형을 키우려는 노력이 교회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인간 존엄성을 위협하는 아시아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인신매매, 기후 변화에 의한 농업 파괴와 거주지 상실, 보수적 국가주의의 등장, 군비 증강 등 아시아 교회에 특히 두드러진 현상들을 복음화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키쿠치 주교는 아시아 교회들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려고 하는 것은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나아가 “문화의 복음화를 통해서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을 복음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복음화의 참된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교회는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일본 사회 역시 빈부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재화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 체제와 이념을 넘어선, ‘복음적 가치관’이 있음을 사회에 전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키쿠치 주교는 사회교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익명이 보장되는, 무한한 의사 표현의 장인 사이버 세계에서는 단편적인 정보에 좌우돼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교회가 사회 문제에 관해 발언하는 것을 ‘교회의 공산주의화’라고 비난합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굉장히 국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지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교리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그는 교회 스스로의 책임을 물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사회교리의 발전을 교리교육의 성숙으로 이어가지 못한 교회 스스로의 잘못입니다. 교회가 왜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지, 교리교육적인 측면에서 끈기있게 가르쳐야 합니다.”

4년 임기의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에 최근 재선임된 키쿠치 주교는 아시아 교회들의 연대와 협력에 있어서 두 가지 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이고 다른 하나는 카리타스를 통한 교회의 자선과 구제 활동이다.

“FABC를 통한 교류와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동시에 더 폭넓게 풀뿌리 신자들 수준에서 교회들 간의 대화를 이어가려면, 그리고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각국 카리타스를 통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현재 아시아 카리타스와 FABC 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키쿠치 주교는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모든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노력은 카리타스의 구호와 복지, 자선 활동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각 지역교회의 주교들이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카리타스를 활용해주길 바라고, 카리타스와 FABC와의 협력 체제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정리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