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인권주일에 만난 사람] 천주교인권위 이사장 김형태 변호사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4-12-02 수정일 2014-12-02 발행일 2014-12-07 제 292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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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신앙생활의 또 다른 이름”
“인권 수호는 공동선 위한 신앙인 의무”
‘이웃사랑’ 계명 따른 인권문제 관심 요청
김형태 변호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권문제와 사형제도폐지 등에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아무도 혼자 태어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 안에서 태어나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에서도 밝혀져 있듯, 구원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있습니다(「사목헌장」 32항 참조). 영생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입니다. 교회 안에서 열심히 기도하며 봉사하는 삶과 교회 밖 현장에서의 삶이 분리되면 안 됩니다. 제가 하는 변론활동도 이런 맥락 안에 있습니다. 나만 잘 살고 구원되기 위함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지요.”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이 폭발하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을 주도하며 오랫동안 인권 수호 현장에 투신해온 김형태(요한·57) 변호사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구원활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 (사)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장,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집행위원장,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자들 뿐 아니라 누구나 다 인권수호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나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고 선포하셨습니다. 부자나 가난뱅이, 자연이나 동·식물 모두 다 하느님의 자녀인 줄 알라는 선포가 곧 복음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피조물이고, 하느님의 피조물과 더불어 잘 사는 것이 신앙생활의 본질이고 핵심입니다.”

김 변호사는 지학순 주교 투옥사건과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민주화 운동 등을 시작으로 교회가 인권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고(故) 황인철(세바스티아노·1940~ 1993) 변호사, 고(故) 유현석(요한·1927~2004) 변호사, 고(故) 이돈명(토마스 모어·1922~2011) 변호사 등 선배 변호사들이 제도적으로 변론활동을 많이 하셨죠. 저도 이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김수환 추기경님의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많은 변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들, 밀양 어르신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 곁을 지키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오는 19대 국회에서 사형제도폐지법안 제출을 위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 명의로 10분 분량의 ‘사형폐지 동영상’을 배포하고 신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인권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사형폐지와 관련한 서명운동을 시작하면, 다른 종파들보다 천주교가 제일 열심히 합니다. 다만 활동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하시는데, 관심이 없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사형폐지를 위한 서명용지를 각 본당에 보냈을 때, 용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본당도 많습니다. 인권문제와 사형제도폐지 등에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같이 투신하면 좋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활동가들과 함께 연간 300여 건의 무료 인권법률상담을 진행해온 김 변호사는 인권운동과 공동선, 신앙생활이란 별개가 아님을 강조했다.

“공동의 선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핵심이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인권이라는 말마디는 사랑이나 신앙생활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인권은 보편가치이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투신해야 하는 부분이며, 진보·보수 등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선 안 됩니다.”

김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