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결산한다 2

조광 교수ㆍ고려대 한국사학과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10-20 제 2024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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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정신」… 천국 완성의 원동력”‘
증거적 삶’ 순교로 드러나
김대건 성인의 믿음ㆍ소망ㆍ사랑 확인
죽음 공포 이겨낸 굳은 신앙 본받아야
순교정신 계승

시작하며

우리 교회에 있어서 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이에 걸맞게 각 교구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한국 성인들을 현양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울에서 열린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였다. 김대건 신부로 대표되는 한국순교자들을 현양하기 위한 이번의 행사를 통해서 순교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다짐들이 거듭되었다. 이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현양대회와 순교정신의 계승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순교자의 믿음

조선교구의 제7대 교구장이었던 뮈텔 주교는 조선에 선교사로 파견되던 당시부터 조선 신자들의 순교전통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890년 교구장에 선임된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순교사적에 대한 조사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시복추진이었다. 그는 1866년 이후에 전개된 병인박해 때에 순교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 작업을 추진해 나갔다. 그리하여 그는 신앙의 자유를 확보하게 된 1895년에 「치명일기」를 간행해서 순교자에 대한 증언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 하고자 했다. 이 「치명일기」의 머리말에는 『치명자의 평생 행위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가 잡히던 일이나 심문받은 사정이나 임종한 일을 찾고 조사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사 작업의 결과 병인박해 때에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24명의 순교자들이 시복과 시성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뮈텔 주교 당시의 순교자 현양은 순교 그 자체에 관한 사실만을 밝히고자 하는 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까닭은 순교자들의 경우에는 우선 그들이 자신의 신앙 때문에 순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복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앙의 마지막 표현인 순교자의 죽음을 집중적으로 밝힘으로써, 당시를 살아가던 신도들에게도 그 굳센 신앙을 이어받도록 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세기 말엽 신앙의 자유를 획득한 직후의 상황에서 이 굳은 신앙에 기반하여 신도들이 개화기 한국사회의 격랑을 헤쳐 나가길 바랐다.

이 같은 여러 이유들이 복합되어서 개항기 순교자 현양은 순교자의 믿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뮈텔 주교는 다른 어떠한 가치보다도 순교까지도 가능케 해 준 믿음을 중시했다. 그러나 그는 조선의 순교자들이 믿음을 지킨 사람임과 동시에 이승의 삶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실천했고, 미래의 사회를 향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는 못했다.

순교자의 사랑과 소망

사실 박해시대의 순교자들을 보면 자신이 새롭게 터득한 가르침을 이 세상의 삶을 통해서 실천해주었다. 이웃에 대한 그들의 사랑, 신분을 뛰어넘는 신앙공동체 의식 등은 우리 신앙이 그들의 일상적 삶을 변화시켜 준 부분이었다. 그들은 땀 흘려 근로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거침없이 고백해 왔다. 이처럼 거침없는 고백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의 마당에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순교란 그들이 평소에 살았던 증거적 삶의 연장이었다. 순교의 피는 증거의 땀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므로 순교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 순교자의 죽음만을 논하던 입장으로부터 그들의 삶을 함께 밝히려는 입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순교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그 굳은 신앙을 본받고자 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한다. 순교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선포하고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땀을 흘렸다. 순교자가 땀 흘려 실천했던 이 일에 우리의 동참이 요청되는 것이다.

순교자의 땀에 대한 사색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순교를 현재의 신앙 실천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순교자들은 미래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신앙의 씨앗을 뿌려 키워 나가며, 복음의 정신으로 충만한 먼 훗날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신앙이 널리 전파되어 조선 사회를 이끌 가르침이 되리라 믿어 마지않았다. 신앙 선조들의 이러한 꿈이 야무진 꿈 자체로만 그쳐서는 아니 된다. 오늘의 우리가 이 꿈을 이어받을 때, 순교자는 우리의 현실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신앙의 선조 순교자들이 우리 마음에까지 심어 준 미래에의 소망을 확인하고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순교정신은 우리에게 미래의 창조에 참여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순교정신의 계승

순교정신은 단순한 믿음의 현양만을 통해서 이어질 수는 없다. 이를 올바로 이어 받기 위해서 우리는 순교자들이 가지고 있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모두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면 순교정신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만 머물지 아니하고, 현재의 우리 삶을 기름지게 가꾸어 주며, 미래의 새 세상에 참여하게 해주는 마르지 않을 샘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김대건 성인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확인했다. 이는 김대건 성인을 통해서 순교자들의 땀과 피와 꿈에 동참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치명일기」간행 101주년을 지내면서 우리는 백년전의 교회와 오늘의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순교정신이 화석화 되지 않고 생활한 가르침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믿음과 사랑과 소망 모두를 밝혀 나가야 함을 확인했다. 이 확인을 통해서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신앙대회」의 다짐들은 지속되어 나갈 것이다.

조광 교수ㆍ고려대 한국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