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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진 신부가 리비아에서 보내온 편지] 지금, 리비아는…4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09-22 제 202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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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자ㆍ냉담자 사목 노력
아랍인도 천주교 관심 많아
회교도인 터키 기술자 성탄미사 참석
조선족 선교 사명 뚜렷

이곳의 신자수는 적지만 중국 땅에서 온 우리 조선족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은 더욱 뚜렷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 공산권에서 생활한 이분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만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생활한 우리들과는 의식과 생활방법에서 차이가 많습니다. 한국 건설업체는 이분들에게 능률적인 작업을 요구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으므로 불만을 갖게 되며, 이분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민족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단된 우리 민족이 겪게 되는 아픔이요 앞으로 남북통일이 될 때에 받아들여야 할 십자가를 미리 앞당겨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 영원의 세계, 인간의 가치를 그리스도를 통해서 알린다는 것은 대단히 힘이 드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 명 두 명 교리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인간적 가치가 이렇게 드높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느꼈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용기가 꺾이지 않게 됩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인도까지…,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세상 끝까지…』라고 외치던 사베리오 성인이나 아델 수녀님의 말씀을 생각할 때에 저의 경우는 한나라 안에서 이들을 낚아 올리는 셈이니 이곳이 바로「황금어장」이 아닌가 하여 깊은 데로 그물을 치고서 서서히 노를 저어 갑니다.

다윗이 5개의 돌팔매로 골리앗을 물리쳤듯이 그 분이 주시는 능력 안에서라면 이분들에게 복음의 씨앗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심어질 것으로 확신하며, 특히 우리 교우님들이 사랑으로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은 미래의 일치를 향한 준비단계라고 생각됩니다. 바람이신 성령께서 알아서 이끌어 주시겠지요.

숙식 등 모든 것이 불편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천주교를 알립니다」 「혜숙이와 박신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신ㆍ구약 합본성서」 「교리 테이프-다량 녹음」 기타 교회 홍보물, 잡지, 신문 등을 통해서 이들과 한국에서 온 비신자, 냉담자들에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곳 리비아 교구로부터 지원받는 것이라고는 먹고 잠잘 수 있는 것 뿐입니다. 사실상 가난한 교구에서 이것조차도 감사드려야 할 일 인 것 같습니다. 이곳 생활은 먹고 자는데서 일용품 구하는 일, 전화, 교통편, 모든 면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나라랍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인간과의 만남들 안에서 많은 기쁨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끔씩 아랍인들과 대화를 해보면 뜻하지 않게 천주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교회생활에 대해서 물어온답니다.

회교도 신자 미사참석

지난 번 성탄 때에는 터키 기술자인데 회교도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성탄절 미사에 초대했더니 기꺼이 참석했으며 함께 신자들과 파티도 가졌습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 메달」을 주었더니 자기 부인 목에 걸어 주었다고 나중에 얘기 하더군요. 제가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원죄 없으신 성모님 메달」은 이곳에서「영혼낚시」를 위한 참으로 훌륭한 미끼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