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그때 교회를 아십니까?] 18 본보 통해 보는 한국교회 그 때 그 모습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2-03-30 수정일 2012-03-30 발행일 1996-09-08 제 2019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대한 천주교 총연맹 결성
1949년9월1일

천주교회보를 몇 년 뒤로 돌려보았다. 세상과 교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뒤쫓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기사 여러개가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 대한 천주교 총연맹 결성이라는 기사는 아예 1면 톱 자리에 사설이라는 이름으로 게재돼 기사의 중요성과 더불어 막중한 비중을 가늠케 해 주고 있다.

1949년 9월1일자 천주교회보는 대한 천주교 총연맹 결성에 관한 사설을 다음과 같이 게재하고 있다. 『『서울교구 연합 청년회의 주최로 8월22일부터 동 26일 까지 가톨릭 하기 대학 강좌를 열었고 이를 기회로 하여 동 26일 오후 2시에 서울 명동대강당에서 천주교 총연맹을 조직하였다. 서울교구를 비롯하야 각 교구 대표자 70여 명이 회동하야 전국적 최고 최대의 단체 대한 천주교 총연맹을 결성하게 된데 대해서는 총재 노 주교 각하의 열렬하신 지도와 서울교구 유지 제씨의 분투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깊이 감사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연맹의 탄생을 축복하며 그의 발전을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거의 한 면에 걸쳐 게재된 사설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 천주교 총연맹이라는 단체의 성격과 규모를 인지할 수가 있다. 우선 이 단체가 남녀는 물론 노소를 막론한 명실상부한 천주교 신앙인들의 단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말하자면 성직자를 포함 한국 천주교회 신도들의 총 집합체라는 것이다. 사설은 이에 대해 대한 천주교 총연맹은 개인과 단체를 막론하고 모든 것이 그 산하에서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함으로써 연맹의 막강한 파워를 시사했다.

이어 사설은 『가톨릭 운동은 가톨릭 정신을 현양하는 것이 그 목적임을 상기시키면서 연맹이 희구하는 바는 이 조직이 실질적으로 30만 가톨릭 신도의 총 결합체가 되어 진실한 의미의 가톨릭 운동을 전개하자』고 설파하고 있다. 특히 공동체의 단결을 통해 신앙을 공고히 한다는 대내적 사명과 더불어 연맹의 대외적 사명은 참의로 의미가 깊고 또 방대함을 볼 수가 있다.

『입법, 행정, 교육, 산업, 문화 각 방면을 통하야 가톨릭 정신을 보급하며 실천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조국재건에 철저히 이바지함과 동시에 대한 가톨릭을 대표하야 국제적 활동을 도모한다』는 연맹의 대외적 사명은 교회의 사명을 세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야심찬 의욕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그해 11월10일자 천주교회보는 대한 천주교 총연맹 제1회 대의원회의 소집을 공시했다. 10월에 이르러 각 교구 연맹의 결성으로 11월19일 서울 주교좌에서 제1회 전국 대의원 회의를 개최하고 사업계획 등을 토의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는8월, 총연맹 출범이후 각 교구 연맹의 결성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기사로 당시 대한 천주교 총연맹에 대한 교회 전체의 기대와 희망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하겠다.

대한 천주교 총연맹은 49년, 한국 천주교회의 최고 기관인 중앙위원회(주교회의)탄생을 모태로 한 것으로 최고 기관의 방침을 활동으로 구현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결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신자들의 총 역량을 집결하는 단체가 바로 대한 천주교 총연맹이라는 이름으로 탄생을 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 그 단체가 그대로 존속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교회 내 외적으로 엄청난 파워를 형성할 것 같았던 대한 천주교 총연맹이 그 정신과 활동을 당시의 추세대로 계속 이어왔다면 오늘, 한국 천주교회는 한국 사회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윤자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