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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제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16 고객을 생각하는 교회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3-19 수정일 2012-03-19 발행일 1996-06-09 제 200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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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다변화에 따른 "교회변신" 바람직
계층별 신자욕구에 맞는 사목 필요
교회운영에 마케팅전략 도입 추세
『고객인 신자들의 욕구와 취향, 의식은 변했는데 그들을 품어안을 교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신자들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기업체가 고객의 취향에 따라 제품을 만들듯이 교회도 변화돼 가는 신자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주로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앉아서 선교했던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교회가 사회 속으로 파고들어 선교를 해야 할 시기로 변했는데도 교회는 고객인 신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

이를 두고 교회 관계자들은 사회는 바뀌었지만 그 사회 속에 스며 살아야 하는 교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고객의 눈으로, 고객의 신발을 신고, 고객의 마음으로 거듭날 때 기업과 고객이 일체감을 이루며 함께 호흡할 수 있듯이 교회도 신자들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타 종교에 비해 비교적 권위적이며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어쩌면 그러한 평가들이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일반사회에 비쳐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지론이 오히려 교회 성장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고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성장을 멈추게 되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옷을 갈아입어야 고객인 신자들을 품어 안을 수 있고 이 사회에 매력적인 종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일선 사목자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먼저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사고의 한계를 벗어 버리는 파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 운영에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같은 방법을 도입, 신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사목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사목자들은 우선 지적한다.

복음의 진리를 바꿀수는 없는 문제지만 전반적인 사목활동에 교구나 본당의 편의 위주보다는 신자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그들 중심의 사고를 통해 달라지는 교회 모습을 이끌어 내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령 신자 재교육을 비롯한 각종 본당활동에 신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질책하는 수준에서 『신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대에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작은 정성』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듯 신자인 고객이 원하는 욕구와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총체적 비영리 마케팅 기법(감마모델)과 같은 새로운 사목전략이 도입되고 있다.

비영리 마케팅 기법은 교회가 신자와 비신자, 일반 대사회단체 모두를 고객으로 보고 교회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고객이 원하는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교회 운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감마모델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감마모델 교육 국제 트레이너 조현순씨는 『복음을 하나의 이상적 상품으로써 고객에게 제시하고 그 상품을 팔기 위한 시장의 여건 등을 고려한 것이 감마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감마모델의 도입은 고도의 효율성과 최대의 경제적 효과를 겨냥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교회 운영에 활용, 대표적인 비영리단체인 교회가 안고 있는 업무의 비능률과 비효율화를 깨트려 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교회는 교구나 본당 편의 위주의 사목활동에서 제공되고 있는 획일적인 프로그램에서 탈피, 신자들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 신앙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신자인 고객이 살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필요한 것을 전해주는 사목, 모든 계층에 속해 있는 신자들의 신앙욕구를 한꺼번에 충족시키겠다는 욕심보다는 직업별, 연령별, 성별, 신앙 정도별, 단체별 등 각 계층별 요구 수준에 맞는 사목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종교와 신앙의 선택은 일반 사람들이 기업체의 상품을 고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교회 종사자의 불친절을 비롯 교회를 통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때 신자들은 어렵지 않게 상품을 바꾸어 구입하듯 종교도 쉽게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고객에 맞춰 함께 변신을 서두르지 않는 교회, 그 교회는 고객의 사랑을 받지 못해 외면당할 것이라는 게 교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