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방시대 지방교회를 연다] 8. 부산교구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12-02-17 수정일 2012-02-17 발행일 1997-09-07 제 2069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세속화」맞서 교회 영성 회복에 주력
10월에 40주년 신앙대회… 쇄신 분수령
복음화 일환 종교방송 설립 적극 추진
국내 제2의 도시, 항도 부산. 오는 10월 교구 설정 40주년 신앙대회를 앞두고 있는 부산교구의 오늘 역시 「정중동」이란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부산교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여」를 교구 설립 40주년 표어로 내걸었다. 구약성서에서 따 온 이 말 속에 교구장을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교구민 모두의 내일을 향하는 의지와 방향이 압축되고 있다.

◆교구 약사(略史)

부산교구는 1957년 1월 21일자로 교황청으로부터 교구 체제인 대목구 인가를 받았다. 이어 2월 3일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에 최재선 신부(당시 대구 계산본당 주임 겸 대구 대건중ㆍ고등학교 교장)가 임명됐다.

그해 5월 30일 최재선 주교의 주교 성성과 교구장 착좌식을 갖고 한국 천주교회의 열한 번째 교구(북한교회 포함)로 출범했다.

부산교구의 탄생은 이 지역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지 1백여 년만에, 1890년 부산지역 최초의 본당이 절영도에서 시작된지 67년만에 이루어진것으로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당시 가톨릭시보(가톨릭신문 전신)는 부산교구 탄생의 의미와 희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한국교회 앞날의 희망은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인 부산 항도를 중심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경상남도를 한국인 성직자의 책임 아래 맡긴 것이라 하겠다…(중략) 새 교구 창설의 역군이 되는 경남의 신자들은 동포들을 구령의 문으로 인도하며, 혼탁한 사회를 정화시키는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이다』.

1973년 11월 최재선 주교가 「교황청 직속 성직자 포교연맹」한국지부 회장으로 전임함에 따라 부산교구 관리 주교이던 이갑수 주교가 교구장 서리로서 부산교구 사목을 전담하게 됐다. 이 주교는 75년 6월 28일자로 부산교구 제2대 교구장에 임명됐으며 그해 7월 17일 교구장에 착좌,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산교구 설립 당시 28개에 불과하던 본당이 83곳으로 늘어났고, 신자 수도 4만1천여 명이던 것이 96년 말 현재 32만 9천여 명으로 불었다. 54명이던 신부가 2백7명으로 증가했다.

교구가 운영 중인 교육기관이 지산전문대 등을 포함해 29개소에 이르고, 5개의 의료기관과 다수의 사회복지 기관 및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한국 제2의 도시에 걸맞는 외형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

◆사회복음화 노력

부산교구의 특성과 사목적 역할은 부산이 처한 지정학적 조건과 한국의 근대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부산교구 설립 당시 6ㆍ25 전란 후의 사회 혼란상은 피난민들이 몰려든 부산지역에서 더욱 심각했다. 사회 전체가 정치적 사회적 부패 수렁에 빠져 있었지만 부산지역의 사회 경제윤리의 문란은 어느 지역보다 심했다.

이러한 사회 현실로 인해 부산교구는 설립 초기부터 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교세 신장 속도를 빨리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관심은 사회 속에서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주요한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70년대 초 5군데의 보육원과 만성질환자 요양시설 두 군데, 부랑인 수용시설 한 군데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 4곳의 복지회관을 시로부터 수탁 운영하고 있고, 탁아소와 양로원,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은 44곳에 이르고 있다.

◆해양사목

부산교구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사목대책의 하나로 해양사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구원기관으로서 교회의 사명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해양사목은 장기간 선상생활을 하는 선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교회가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교회의 특수사목 분야다.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에 속해 있으며, 바티칸에 본부를 두고 있다.

부산교구가 선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목을 시작한 것은 78년부터다. 외국인 사제에 의해서, 혹은 평신도의 활동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해양사목은 80년대 후반 길반석 신부(예수성심전교회)가 맡으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부산교구는 해양사목협의회(회장=김윤식, 지도=안창호 신부)와 그 산하에 해양사목위원회와 해양가족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협의회 활동은 크게 선원 가족들의 모임인 「바다의 별」모임과 해양노동 상담, 해양인의 날 행사, 가족들을 위한 피정 및 성지순례 등으로 나뉘어진다.

해양사목협의회에는 현재 1백여 가구가 등록돼 있고, 매월 셋째 목요일에 갖는 바다의 별 모임에는 매번 2~30 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7월 노동상담소 개설과 더불어 시작된 해양노동 상담은 해양사목 위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목위원들은 관련 학과 교수나 해운회사 간부, 혹은 해상생활 경험자들이며, 임금 체불이나 선상폭행 등 선원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해결을 도와 준다.

또 매년 8월경 「해양인의 날」행사를 갖고 선원 및 그 가족들과 고충을 나누고 연대를 확인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지난 91년 7월 중앙성당에서 1회 행사를 가진 이래 금년까지 7회째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해양인과 가족들을 위해 매년 한 차례 피정과 성지순례를 실시하고 있다.

해양사목은 그 대상인 선원들의 생활과 그 가족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부산교구의 현실은 이러한 요청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부산교구는 현재 해양사목 지도 신부인 안창호 신부(예수성심전교회)를 내년부터 해양사목 전담 신부로 활동케 하는 등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해양사목의 열악한 현실은 예산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무실 운영과 인건비, 활동비를 모두 포함한 올해 예산이 1천7백만 원. 이 예산으론 금년 해양인의 날 행사비로 사용 가능한 금액이 1백50만 원에 불과하다. 부족분은 사목위원들과 기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올해엔 가정방문을 주로 하고 내년에 지도 신부님이 오시면 선상 방문활동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또 울산 등지로 해양사목 활동을 확신시키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해양사목 관계자는 그러나 제대로 된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인력이나 재정 등 모든 면에서 교구의 보다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부산교구의 노력은 외국인 노동자 사목에서도 빛을 발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상담은 가톨릭노동상담소(전포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계간지 「노동하는 인간」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노동자들의 귄익을 보호하는 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쇄신을 향한 몸부림

『새로운 천년기를 3년 앞둔 한국교회의 현실은 불행스럽게도 세속화의 위기 앞에 높여 있습니다. 교회는 정체성을 잃고 신심생활도 변질되어갑니다. 한국교회는 88년 올림픽과 89년 세계성체대회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산교구의 미래는 교구장 이갑수 주교의 이러한 현실 진단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을것 같다.

냉담자가 증가하고 예비신자가 줄어들고 성소자가 감소하는 현상들이 사실은 한국교회의 오늘을 바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이 이주교의 설명이다.

교구 설정 40주년 표어를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여」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 하늘 새 땅」의 성서적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교회가 곧 새 하늘과 새 땅의 징표일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40주년을 맞는 부산교구의 남다른 고뇌가 배어 있다.

『교회는 성령의 힘으로 사는 곳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세속의 단체들과 다른 것도 바로 이 성령의 힘, 영성입니다』.

부산교구가 지향하는 것이 이처럼 「영성이 살아있는 교회」다. 영성의 회복, 이것은 곧 교회 본래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다. 이 주교의 말대로 하면 『사제는 사제답게, 수도자는 수도자답게, 평신도는 신자답게 사는것』이다.

2천년 대희년과 40주년의 정신과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 여성 쉼터, 북한 돕기, 사회사업 등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 우선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우리농본부 주관으로 오는 10월부터 실시 예정인 「쓰레기 정화활동」도 생명과 직결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표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울러 해양 도시이면서 공단이 밀집해 있고, 휴양지라는 지역적 요건을 감안, 관련 특수사목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특히 부산교구는 사회복음화의 수단으로서 종교방송 설립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해방과 자유, 생명과 기쁨이라는 대희년의 정신을 현실화시키려는 부산교구의 노력은 부단히 계속될 것이다. 희년의 정신은 곧 교회의 정신이며, 그것은 교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