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취재 현장속으로] ‘삶의 자리로 찾아가는 사목’ 대전교구 직장직종사목부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2-01-10 수정일 2012-01-10 발행일 2012-01-15 제 2779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치열한 삶 현장 찾아가 신앙 기쁨·희망 전한다
맞춤 사목서비스 제공 - 바쁜 직장생활로 지친 이들 직접 찾아가 영적 위로 제공
교회와 사회 소통 매개체 - 직장 복음화 사명 충실히 수행. 냉담교우 회두 계기 마련도
연구직으로 근무하는 직장인 A씨. A씨는 주말조차 편하게 보낼 수 없는 바쁜 직장생활로 신앙생활과 멀어진 지 오래다. 직장생활이 더욱 바빠질수록 신앙생활에 대한 갈증도 점점 깊어졌다. 새해를 맞아 다시금 신앙의 제자리를 찾고 싶은 A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경쟁 위주의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신앙생활과 직장생활 사이 갈등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각 교구에 설립돼 있는 직장사목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에게 신앙적 도움을 주고 있다.

대전교구 직장직종사목부 주임 김홍식 신부의 하루를 따라가며 현대인을 위한 새로운 사목 방향인 직장사목의 역할과 그 의미를 찾아본다.

■ 찾아가는 사목

지난 6일 오전 11시50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대전교구 직장직종사목부 사무실을 떠난 김 신부가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교우회 ‘양업회’ 임춘식(이시돌) 회장이 마중을 나와 있다. 임 회장은 김 신부에게 이날 미사 관련 상황을 먼저 알려준다.

“최근 우리 ‘양업회’ 교우 중 한 분이 선종을 하셨어요. 미사 시간에 꼭 기억해주세요. 또한 오늘 새해 첫 미사를 맞아 교우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했으니 축복해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미사가 봉헌될 강당에 들어선 김 신부는 ‘양업회’ 회원들은 물론 ‘양업회’가 후원하고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식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방홍철(안토니오)·전티꾹(안나) 부부는 교우회 미사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참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베트남어로 인사말이 뭐지?”

“‘신짜오’예요~!”

김 신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에게서 베트남어 인사말을 배운 김 신부는 그새 아이들과 한 뼘 더 친해졌다.

정오가 되고, 미사가 시작되니 금세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30여 명의 교우회 신자들은 미사를 통해 삶의 자리로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났다. 김 신부의 강론이 시작되자 ‘양업회’ 식구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요즘 우리는 성탄과 새해를 맞아 축하인사를 나누게 되지요. 그렇다면 축하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축하는 새로 태어나신 예수님을 통해 내 안에 기쁨, 행복 등의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려면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먼저 알아야겠지요. 예수님께서 태어나심으로써 직접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셨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직접 찾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 또 직장생활에서 예수님이 계신 곳은 조금 더 어둡고, 미소하며, 힘든 곳입니다. 그곳을 찾는 나의 모습을 통해 어려운 이들이 예수님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미사가 끝나자 김 신부와 ‘양업회’ 식구들은 구내식당에 둘러 앉아 점심 식사를 나눴다. 식당을 찾은 다른 직원들은 식당을 가득 메운 정예부대의 출현에 시선을 모았다. 식사시간은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하다. 김 신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양업회’ 식구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양업회’ 회원 이종국(라파엘)씨는 “회사에 들어오면서 교우회를 만났고, 직장사목부를 접할 수 있었다”며 “직장 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일하는 순간에도 하느님께서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수형(아멜베르가)씨도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고, 어머니까지 아프셔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직장사목부를 통해 직장생활에서 신앙을 찾을 수 있게 되니 어려움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며 “미사 봉헌은 물론 신부님의 강론과 영성지도가 어려움을 해결하는 큰 지침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대전교구 직장직종사목부 주임 김홍식 신부가 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교우회 ‘양업회’ 회원들을 찾아가 미사를 봉헌, 신앙 의미를 되새겼다.

■ 살아 움직이는 본당, 직장사목부의 역할

미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 신부가 다시 사무실에 앉았다. 김 신부의 일주일 스케줄은 각 직장 교우회 미사 봉헌으로 가득하다. 미사 사이 여유 시간에는 신자들과 면담 및 상담을 진행한다. 토요일과 주일에도 각 교우회의 봉사활동과 피정, 연수, 성지순례 등에 참석한다. 김 신부는 일명 움직이는 본당의 찾아가는 주임신부다. 바쁜 직장생활로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찾아가는 맞춤 사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 복음화’라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명에 실제 주역이 될 이들의 삶의 자리가 바로 직장입니다. 직장 안에서 복음을 더욱 깊이 전달하려면 개인마다 신앙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적인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직장이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살아있는 성당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일들이 이뤄지면 비신자들과 냉담교우들도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신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아울러 교회가 사회와 소통을 할 때도 직장사목부가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 신부는 부임 후 그동안 파악된 냉담교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신앙으로의 복귀와 미사 봉헌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놀라운 결실을 가져왔다. 김 신부의 전화를 통해 냉담을 푼 교우가 다른 냉담교우들을 설득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마태 11,28) 하셨습니다. 직장사목부 신부로 살면서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를 깨닫습니다. 자칫 교회가 신앙인들에게 말로만 ‘무거운 짐진 자 나에게 오라’라고 가르친다면 신앙인의 의무와 제약에 갇혀 영적인 무게마저 느낄지도 모릅니다. 일상에 지쳐 성당을 찾아도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는 또다시 세상 속에 주저앉아 버릴 수밖에 없지요. 직장사목의 어려움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사를 주례하러 각 직장 교우회를 찾을 때마다 기도를 드립니다. 신앙이 이들에게 어려움, 무거움, 의무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기쁨, 희망,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입니다.”

대전교구 내 지역에는 곧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가 첫 걸음을 뗀다. 이에 따라 교구 직장 규모나 환경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전교구 직장직종사목부도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필요한 사목 방향을 찾는 중이다.

김 신부는 변화와 발전을 앞두고 무엇보다 직장사목부의 응집된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사목부는 개별 형태의 친선모임 공동체가 직장사목부라는 큰 틀 안에 응집돼 있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 공동체가 조금 더 응집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한 봉사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교우회 ‘양업회’를 위한 미사에 참례한 다문화가족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김홍식 신부.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