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메시지 해설] 6. 외교관과의 만남

이태재·경북대 교수ㆍ대구대교구 평협회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7-01 제 141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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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위한 사랑의 봉사자당부
“새로운 마음서 평화이룩”강조
평화란 명목아래 무기경쟁 일삼는 현실 지적키도
상호 신뢰분위기 조성이 기본조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지난 5월 4일 한국에 파견되어 있는 각국 외교관단과의 만남에서 한국을 방문한 목적을 설명하고 각기 제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외교관들에게 세계평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며 간곡한 부탁을 하였다. 인간의 존엄과 정의와 기본적 권리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개인 간에서나 국가 간에서나 신뢰와 협동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자국의 이익과 지배욕에 사로잡혀 무기의 생산경쟁과 전쟁에 휘말려가고 있는 오늘의 세계현실을 지적하고 그 근원적 원인이 정치체제의 차이보다 더 깊은데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마음의 회개와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출발을 촉구하였다.

특히 국가와 국가사이 대화의 책무를 맡고 있는 외교관은 인류평화를 위한 사랑의 봉사자가 되어주기를 당부하였다. 그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해설하면 다음과 같다.

각국의 외교관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임무에 관하여 말하기를 『주재국이 지닌 진정한 민족적 가치에 대해 남달리 민감하여야 비로소 그 나라에서 맡은바 임무를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 본래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할수록 상호이해와 우호관계를 두텁게 하려는 중책을 그만큼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읍니다.

더 나아가 상호간의 이해와 호의와 협동과 공동책임은 세계적 차원에서 민족 간에 공통되는 평화의 추구를 더욱 활발하게 하리라는 것은 확실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모든 외교관에게 공통되는 임무가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의 추구에 더욱 활발하게 하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모든 외교관에게 공통되는 임무가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의 추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마다 평화를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과 파괴의 연장인 무기생산을 경쟁하고 있으며 대화의 길은 점점 좁아져 가는 오늘의 세계 실정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인과 정부와 국가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이런 때에 침묵을 지킨다면 죄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였다.

과연 오늘의 세계는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막대한 재화를 전쟁에 대비하는 무기개발과 확보에 소비하고 있다. 세계의 군사비는 이미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고 하니 1분에 1백80만불을 군사비에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인구의 20%에 해당하는 8억이 기아에 허덕이고 1분에 30여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순된 평화정책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교황님은 금년정초 제17회 세계평화의 날에 발표한 메시지를 상기시키면서 마음의 회개를 역설하고 『새로운 마음에서 평화가 이룩된다』고 한 말을 되새겨 주었다.

오늘의 세계가 평화를 위협하는 긴장관계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이 정치체제의 차이보다 더 깊은데 있다는 것을 들어내 보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마음의 회개란 그리스도교적인 이상도、종교적인 이상도 아닌、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인간체험으로서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마음의 회개란 『요컨대 자유로운 정신에서의 혜안과 공정、정의감과 인권존중、빈부의 유대 속에서의 평등관、상호신뢰와 형제애를 되찾는 일』이라고 하였다.

평화는 인간정신의 빈곤으로 억눌리거나 사회ㆍ정치 또는 이념적 명령에 억눌리는 곳마다 위협을 받고 있으며、현 세계는 동ㆍ서간의 이념적 차이에 기인하는 긴장관계와 북반구의 선진국과 남반구의 개발도상국 간의 심해져 가는 격차로 인해 세계의 평화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인간의 기본권、특히 종교의 자유가 무시되거나 유린되는 곳마다、인간의 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곳마다、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곳마다、특정이익의 추구와 온갖 형태의 권력욕에 종속되어 있는 곳마다、가난한 자가 부자에게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무지한 자가 교활하고 비양심적인 자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곳마다、인간이 과학과 기술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곳마다-분쟁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물론-곳곳에서 평화가 위협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이 근원적으로 인간의 마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 역사적 시점에서 우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슬기」이며 더 이상 인류의 안녕을 놓고 도박할 여유는 없다고 하였다. 이 세상에 의로운 질서를 세우기위한 길은 진실한 대화와 상호협동뿐이며 그 의로운 질서가 실제로 어떤 것인가는 선입견 없는 진실한 의사교환과 가치교환을 통해 두고두고 밝혀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모든 사람의 권익과 인간 각자에게 주어진 불가침의 권리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대화를 진작시켜야 할 책무를 지닌 외교관들에게 새로운 사고방식을 찾고 새로운 출발을 할 용기를 가져달라고 호소하고、그러기 위해 현재의 세계상황에 깔려있는 도덕적 심리적 조건들을 철저히 편견 없이 재검토해 달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대화를 진작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상호신뢰의 결여、즉 상대방의 신의를 의심케하는 불신풍조라고 하였다. 이는 평화를 저해하는 심각하고도 객관적인 장애로서 각국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현실적 상황에서 연유한 것이고 그 두려움 의심 불신 불안을 제거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며 그로인해 저마다 군사적 우세를 유지하려하고 경제적 이념적 조종으로 남을 지배하려고 하는 현실을 동정하면서도 그로써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인류의 염원과 더 나은 세계를 바라는 젊은이들의 소망이 이루어 질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마음의 회개와 새로운 출발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평화의 발전과 정의를 위협하는 도덕적ㆍ심리적 기본전제를 재검토하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기본조건은 상호신뢰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하고 『평화는 서로의 무기에 대한 공포로써 강요될 것이 아니라 국가 상호간의 신뢰에서 태어나야 한다……. 오늘의 지도자들에게는 생각과 뜻을 자국의 경계너머로 펴서 넓힐 것이 요구된다.

국수주의적 이기심과 남의 나라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버리고 인류전체를 깊이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요구받고 있다』(사목헌장82) 고한 사목헌장을 상기시키면서 인류를 존중하는 마음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인간 공존의 기본적 전제는 개인 간에 있어서나 국가 간에 있어서나『남이 너를 대하기를 바라는 대로 남을 대하라』(마태7ㆍ12)는데 있다고 하였다.

특히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들은 서로 어긋나는 이념과 거기서 파생되는 감정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빚어내는가를 목격할 수 있고 분단된 한국의 안타까움과 아픔은 서로 믿지 못하고 형제애로 화해를 이루지 못하여 분열된 오늘의 우리세계를 한눈으로 내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이 나라에 와있는 여러분의 사명 또한 하나의 특별한 의미와 비중을 띠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또『한국에서의 여러분의 체험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오직 인간의 기본 권리와 가치의 긍정만이、또 인간각자의 존엄의 실질적 존중만이 평화와 형제애 안에 살기를 염원하는 만민의 간절한 소망에 항구한 답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이태재·경북대 교수ㆍ대구대교구 평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