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억겁의 어둠을 밝히며 - 사진작가 석동일 씨 동굴탐험기] 12. 말레못 굴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6-19 제 136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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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m 길이의 세계적 용암 동굴
미발표된 특수 지형 지물 등 발견
한일 합동으로 81년7월 종합 조사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면 어음리에 소재하는 이 동굴은 1971년 봄 부종 휴씨에 의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였다.

용암 동굴로서는 내부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여 종합 조사는 1981년7월3일부터 10일까지 韓日합동으로 실시되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보였던 이굴은 단일 용암 동굴로는 세계 제일로 알려진바 있다.

1만1천22m의 아프리카케냐의 레비안산 동굴보다 6백27m가 더 긴 1만7백49m로 발표되었다.

이 조사에서 주굴의 형태는 장대한 직류형을 이루며 미로적이고도 복잡한 2~3층의 구조를 이루는 지굴이 서로 복합되어 이루어진 동굴임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주굴은 대체로 직류되고 있으며 비교적 단조하고 8도~10도의 느린 경사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태까지 세계에서 아직 발표되지 않는 수많은 특수 지형지물이 많이 발견되었다.

즉 용암 종유에 해당하는 것 중에서 분출 종유 규산 종유 등이 있는데 이들은 그 규모나 특이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수 지형이라 하겠다.

그중 분출 종유는 개스볼과 유사한 것이 천정에서 매달린 것으로 직경 5~7cm 길이 8~12cm 나 되는 특수 생성물로 이와 같은 용암 종유는 아직 보고된바 없다.

그리고 규산석주는 천정에서 규산이 삼출하여 형성된 용암 종유로 최장10cm에 달하는 것도 많이 확인되었다. 이밖에도 고사리형ㆍ유방형 등의 용암 종유가 있다.

다음은 용암 석순인데 주굴 끝머리 부분에서 갈라진 지굴에 많으며 특히 78cm높이의 세계제 1의 용암 석순이 미로굴 지굴에 도사리고 있다. 이밖에도 15cm내외의 석순이 7개나 있다.

한편 규산 석주는 아직 보고된바 없는 것으로 길이 28cm나 되는 대형 규산 석주가 역시 미로 굴속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규산화는 보기 드문 화려한 존재로 버섯형ㆍ꽃잎형을 비롯하여 그 밖에도 산호 모양의 규산화가 지굴 속에 많아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용암구는 주굴의 입구부터 발견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길이 7m 높이2.5m로 단연 세계 으뜸이다 그리고 주굴 깊숙이 용암수형(樹형ㆍ나무가 타 버리고 그 모양만 빈자리로 굳어진 용암)이 3군데나 나타나 있다. 용암수형은 여태 지표에서만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동굴 속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발견 당시 볼 수 있었던 내부 1km지점에 발달한 진귀한 사자형 용암 석순이 누군가에 도난당해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굴에서 황곰ㆍ사슴ㆍ노루와 편마암으로 된 타제 석기 골가기 목탄 등이 발견되어 오랜 예시대 인류가 서식한 증거가 된 점이다.

황곰은 40~50만년 전 종물로 제주가 육지와 연결됐을 때 건너가 살다 제4빙하기가 한국을 거쳐 갔다는 것 등도 확인케 해주는 고고학적 가치도 매우 크다고 하겠다.

빌레못 굴과 만장굴을 맨 처음 발견한 현재 제주 방송국 안테나 정도쯤 더 솟아올랐더라면 육지부와 연결될 수 있었던 터인데 결국 지금 같은 숙명적인 섬이 되고 말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굴은 구조상의 특이성과 선사시대의 유적의 영구보존을 위해 비공개 동굴로 지정되고 입구가 봉쇄된바 있으나 제주도 당국에서 관광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