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방시대 지방교회를 연다] 3. 원주교구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1-04-13 수정일 2011-04-13 발행일 1997-03-02 제 204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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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광산촌 “주님 안에 하나” 관광사목 새 현안…지역민에 대한 배려도 
기쁨·감사·기도하는 신앙 공동체 소망
「3단계 중장기 지침」체계적 사목 계획 수립
도시 본당과 자매결연·순교현양사업 적극 추진
원주교구장 김지석 주교의 문장을 보면 물고기와 탄차, 밀 이삭이 그려져 있다. 물고기는 어촌을, 탄차는 광산지역을, 밀 이삭은 농촌을 상징하고 있다.

문장에 드러난 이 상징적 의미들은 원주교구의 지역적 특색인 농촌, 어촌, 광산촌이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적 일치를 이루어 서로 화목한 가운데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기도하는 신앙 공동체를 희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주교구는 교구장 김지석 주교의 문장에서 보듯 한국 천주교회에서 농촌, 어촌, 광산촌이 관할 지역 내에 모두 모여 있는 유일한 교구이다. 따라서 여느 교구와 달리 일정한 형태의 사목 목표를 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교구로 익히 알려져 있다. 농어촌, 광산촌, 지역이 생활환경은 물론 여건이 엄청난 차이가 날 만큼 삶의 자리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일정한 사목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도전의 시기

원주교구는 또한 최근 관할 지역의 생활권이 달라지면서 사목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태백, 삼척 지역의 광산촌이 관광특구로 개발될 뿐 아니라 둔내, 대화 지역에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면서 강원도 지역 일대가 관광 개발지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어「관광사목」에 대한 새로운 시험이 원주교구에 커다란 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외부 지역의 자본가들이 관광개발지역에 유입되면서 원주민들의 생활권보장 문제와 문화적 이질감 해소 방안 등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요청되고 있어 원주교구가 그야말로 교구 복음화의 성패를 좌우할「도전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2천년대 향한 사목 과제

교구장 김지석 주교는 그래서 사회적 변동과 교회와의 관계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의 바람과 사회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의식화할 것을 사목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석 주교의 이러한 사목 의지는 교구장직에 오르기 1년 전 부교구장 주교로 있을 당시 1992년 사제 총회에서「2천년대를 향한 사목 과제」를 제시하고, 교구 안에서 실질적 선교 사명을 효과 있게 전개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사목 방법을 연구 개발해야 함을 강조한 데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교구장 주교의 강력한 미래지향적 사목 의지와 함께 지리적 환경이 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원주교구는 일찌감치 복음화 시점을 2천년 대희년를 정점으로 한 제 3천년기에 두고 체계적인 사목 계획을 수립했다.

2천년대 복음화 과제와 교구 발전을 위해 3단계에 걸쳐 수립한 원주교구 중장기 사목 지침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1단계로 1993년부터 95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복음화의 해」로 설정하고 ▲복음화되는 교회(1993) ▲복음화하는 교회(1994) ▲세상에 봉사하며 세상을 가르치는 교회(1995)로 정하고 매년 복음화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구체화했다.

제2단계로 96년부터 98년 3년까지「사랑의 문화 건설」의 해로 정하고 ▲평신도의 해(1996) ▲그리스도인 가정(1997) ▲사랑의 문화 건설(1998)의 해를 지내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제3단계로「모든이여! 그리스도께 마음의 문을 열라」는 주제로 ▲복음화의 별 성모 마리아(1999) ▲인간의 구원자 그리스도(2000)의 해로 설정, 복음적 생활 양식을 구현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교구 현안 문제점

원주교구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바로「복음화 둔화율」이다. 예비신자들이 줄고 냉담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원주교구 신자는 대략 4만7천여 명. 전국 각 교구 신자 증가율이 평균 4~8%대를 유지하는 반면 원주교구는 2%선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복음화 둔화 현상은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사목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교구 관할 지역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태백산맥이 농어촌, 광산지역의 주민과 신자들의 교류를 막고 있으며 피폐된 생활 환경이 복음화의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복음화 둔화의 내적 장애 요인으로 성직자들은「신자들의 교육 기회 부재」를 지적했다.

◆젊은 교구 잠재력 크다

원주교구는 1995년 교구 중장기 발전위원회를 가동, 성직자와 교구 평신도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성직자 ▲교회 제도 ▲평신도 ▲선교 등 4개 분야에 대해 집중 논의하면서 교구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다.

이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성직자부터 먼저 쇄신해야 평신도들이 자각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구 제도 정비와 함께 인재양성위원회를 가동하고 교육국을 신설, 청소년 사목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바로 복음화를 위한 교육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원주교구는 복음화 운동의 잠재력을 아직「젊은」교구 분위기에서 찾고 있다. 교구 전체 33개 본당에 비해 72명에 달하는 사제 수와 금년도를 제외한 지금까지 신자 수보다 사제 증가율이 높아온 점을 가장 큰 잠재력으로 꼽고 있다.

◆도전을 복음화의 호기로

원주교구는 1965년 교구 설정 이후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재임 27년 간은 사회정의 구현과 사회 개발에 참여해 왔다면 제2대교구장 김지석 주교는「2천년대를 향한 사목 과제」를 목표로 새로운 시대적 변천에 합당한 복음화의 자세를 확립하고, 교구의 내실을 다지는 것을 최대의 사목 지표로 삼고 있다.

김지석 주교는 그래서 매년 교구 내 전 본당을 빠짐없이 순방, 교구 내 6개 지구별로 필요한 사목적 분야를 개발하는 데 애쓰고 있다.

원주교구는 또한 강원도 여러 지역이 관광특구로 개발되면서 타 교구와의 활발한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사목국장 김한기 신부에 따르면 앞으로 활성화될 관광사목에 대비 도시 본당과 자매결연을 확대하고, 타 교구와도 교환사목 체제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교구는 또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쇄신과 신심생활 활성화를 위해 순교자 현양운동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운동을 전개, 최 신부의 선교정신을 모든 신자들이 본받아 제3천년기 복음화 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교구가 거는 기대이다.

그래서 원주교구는 배론 성지에 최양업 신부 기념성당을 건립하고, 청주교구와 연대 최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운동을 벌이고 있다.

원주교구 사목국장 김한기 신부는『8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2천년대를 향한 교구 복음화 사목 지침이 달성될 때 원주교구는 더 이상 낙후된 교구가 아닌 농어촌지역과 광산촌, 관광지구를 성공적으로 복음화하는 전형적 모델이 되는 모범 교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