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83주년 기획] 올레길 신앙길 (2) 서울 명동대성당-절두산 순교성지-새남터성당

입력일 2010-04-20 수정일 2010-04-20 발행일 2010-04-25 제 269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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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만나러 가는 길… 봄바람 살랑

■ 여정

서울 명동성대성당 - 절두산 순교성지 - 새남터성당(도보로 약 2시간 소요)

삶의 무게가 무거울 때, 무작정 어디론가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 길의 끝에 무거운 나의 짐을 내려줄 ‘신앙’이 있다면 걷기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서울에서도 ‘걸을 수 있는’ 신앙길이 있다. 걸음을 내딛을수록 ‘신앙’과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길. 올레길을 걷듯이 신앙길을 걷는다.

▶ 명동대성당

사적 제258호인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본당이자 한국천주교회의 상징이다. 지하성당에는 기해·병인박해 순교자들의 일부 유해가 있다.

명동성당 안에는 중국어, 영어, 일어, 한국어로 된 안내서가 비치돼 있으며,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성체조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성당 인근 사제관 앞에는 ‘사형선고 받으심’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조형물(작가 장동호)과 성모동산으로 가는 길에 놓여진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조각(작가 이춘만)도 볼 수 있다.

명동성당은 현재 이탈리아 로마 리베리오 교황 성모 대성당과 ‘특별한 영적 유대’로 결합된 성모순례지로 지정돼있어 일 년에 한 번 각자 자유롭게 선택한 날에 순례할 경우 전대사의 은총도 누릴 수 있다.

▶ 절두산 순교성지 가는 길

점심을 명동에서 해결하고, 을지로3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합정역에 내리면, ‘절두산 순교성지’로 향하게 된다.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절두산 순교박물관이라고 적힌 갈색 간판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해 500m를 더 걸어 가야한다.

연녹색의 건물인 합정아파트를 끼고 걷다보면 알록달록한 길을 걷게 되는데 정비가 잘 돼있어 비교적 걷기 쉽다. 오른쪽으로 작은 편백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양화진 지하차도가 나와 길이 헷갈릴 수 있으나 계속해서 직진하다보면 지그재그의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절두산 순교성지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한국 순교성인시성기념교육관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절두산 순교박물관은 성당 옆에 위치해 있는데,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산딸나무, 옥잠화, 매발톱꽃 등이 조롱조롱 피어있어 ‘공원’의 느낌을 안겨준다.

특히 5월 23일까지 절두산 순교박물관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유품전’이 열리고 있어 그가 쓰던 기도서, 상본, 사전, 학생증, 용돈기입장, 의복 등 ‘보고 싶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앞에 놓인 정수기는 가는 이들의 목을 축이게 하는 성지의 배려다.

▶ 새남터성당 가는 길

절두산 순교박물관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면 마리아상과 함께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옆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양화진 나루터’라고 새겨진 한강 옆길을 만나게 된다. 자전거도로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보도가 잘 정비돼있다.

한강의 물빛이 계속해서 반짝인다. 강을 바라보며 왼쪽 방향(마포대교 방향)으로 계속해서 걷다보면 강 건너편 국회의사당과 쌍둥이 빌딩, 63빌딩을 차례대로 만난다. 한강 길은 버드나무와 꽃 등이 심어져 있어 가는 길을 심심치 않게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풀밭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연인들, 산책 나온 강아지, 마스크와 장갑을 낀 아줌마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발걸음이 즐거워질 때면 빨간 아치형 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 만나게 되는 다리, 서강대교다. 강바람을 맞으며 헤엄치는 오리 부부를 찾을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마주하게 되는 다리가 ‘마포대교’다. 이 다리를 지나면 ‘추억의 기찻길’을 만날 수 있다. 1904년 개통된 용산선(마포구간 5.1km)이 역사 속에서 사라짐(경의·공항선 지하화)에 따라 폐선된 침목을 기찻길로 형상화 해놓은 길이다.

기찻길을 지나 열심히 ‘새남터’를 향해 걸으면 이번에는 파란 다리인 ‘원효대교’를 만난다. 이 때 63빌딩이 오른쪽 정면으로 보인다. 다리가 기분 좋게 뻐근할 때쯤 연녹색의 다리가 보이면,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이 다리는 네 번째로 만나게 되는 ‘한강철교’다.

KTX가 지나다니는 한강철교에서 왼쪽으로 꺾어 도로로 올라간다. 정면에는 대림아파트가 보이고 육교에 오르면 새남터의 한옥모양 지붕이 살짝 보인다. 다 왔다. 육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쉬어갈 수 있는 정자를 만나고, 조금 더 걸으면 ‘새남터성당’을 만난다.

새남터성당은 조선시대 국사범을 처형하던 곳으로 1801년 주문모 신부가 군문효수형을, 1839년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가 순교하는 등 많은 슬픔을 간직한 곳이다. 무엇보다 1846년 김대건 성인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새남터성당에서는 ‘새남터 기념관’을 빼놓을 수 없다. 4대 박해와 시복시성 등에 대해 잘 정리돼 있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으며 형구 체험실, 성인 유해실 등도 마련돼 있다. 특히 영상실은 새남터뿐 아니라 한국교회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상영(약 10분)하고 있어 ‘순교사’에 대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새남터성당 역시 이탈리아 로마 리베리오 교황 성모 대성당과 ‘특별한 영적 유대’로 결합된 순례지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