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81주년 특별기획 무료진료사업] 디스크 수술 받은 부산 이지옥씨

권선형 기자
입력일 2009-10-28 수정일 2009-10-28 발행일 2009-11-01 제 2670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허리 통증이 눈 녹듯 사라졌어요”
김정수 원장이 이씨의 허리수술을 하고 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족하게나마 나누며 살겠습니다.”

10월 20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여러분병원 502호. 가톨릭신문-여러분병원(원장 김정수) 무료진료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허리수술을 받은 이지옥(테레사·59·부산 방어진본당)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이 넘게 괴롭히던 허리통증도 싹 가셔진듯 보였다.

남편과 자식들의 생계만을 위해 살아왔던 이씨에게 허리수술은 꿈같은 일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죠. 수술비도 없어 그냥 집에 누워만 있었는데 이렇게 수술까지 받을 줄이야. 휴.” 이씨는 그동안의 고생이 떠올랐는지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 사람이 왜 웃다가 울고 그래. 이젠 허리 수술도 했으니 걱정 없게 됐잖어. 그만 울어.” 일주일째 아내 곁에서 병간호를 해왔던 남편 김일수씨가 이씨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마치 그동안 아내의 고생이 자신의 무능력으로 생긴 것 같아 김씨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씨는 선천적으로 허리가 약했다고 한다. 아들 둘을 낳을 때도 찢어질 듯한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누구나 겪는 산통이라 여겼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포장마차 일, 하수도 청소 등 닥치는 대로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몸도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21년 전 어느 날,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의사는 허리수술을 권유했지만 자식과 남편 생각에 마냥 병원에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남편도 21년 넘게 당뇨와, 신장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었기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은 이씨밖에 없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무조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제 몸이 축나는 것쯤은 각오하고 살아왔으니까요.”

빠듯한 형편이어서 남편의 치료비 대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급기야 월세도 내지 못해 보증금까지 까먹는 일도 생기고 말았다.

갈수록 허리 상태는 악화됐다. 물리치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진통제도 소용없었다. “하느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어요. 의지할 곳도 하느님밖에 없었는데. 버림받은 기분이었지요.”

절망스러운 나날이었다. 몸부림쳐도 통증은 완화되지 않았다. 가끔 구역반 모임 사람들이 찾아와 이씨를 위로해줬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여러분병원에서 무료로 허리 진료를 해준다는 소식이었다. “꿈인지 생신지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절망스러운 나날의 한줄기 빛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여러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서울에 올라올 때면 돈을 아끼기 위해 가장 싼 고속버스만 이용했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져갔다. 처음에는 주사치료만으로도 호전될 거라 여겼는데 척추불안정증으로 수술을 해야만 했다.

10월 14일. 그토록 기다리던 수술날이었다. 3시간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다행히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 원장은 “수술로 아직은 허리에 통증이 남아 있겠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씨는 이런 김 원장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찌나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지 허리가 벌써 다 나은 거 같아요. 매일 이씨의 방에 들러 몸상태를 체크해주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이씨에게 큰 힘이다. 이번 허리수술로 그동안 냉담했던 남편도 다시 성당을 나간다고 약속했다. 불우했던 기억이 허리수술로 다 눈 녹듯 녹아버린 것만 같다.

“남은 인생은 빚 갚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지만 저처럼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준다면 그들에게도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이번 수술을 통해 느낀 점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면 이루어진다는 것이에요.” 이씨가 항상 곁에 놓아두던 묵주를 들며 환하게 웃었다.

“예수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세요. 치유자이신 예수님, 도와주세요.”
수술을 앞둔 이지옥씨가 성모상 앞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권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