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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특집] 새 단장한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9-09-09 수정일 2009-09-09 발행일 2009-09-13 제 266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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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조 직접 만나는 기회
(위)노기남 대주교 기념관에 전시된 유물들 (아래) 성 김대건 신부가 그린 조선 전도
절두산 순교성지(주임 변우찬 신부) 박물관이 ‘믿음, 그 시작과…흔적’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전시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박물관은 한국교회사라는 굵은 줄기를 따라 여행하며 ‘탄생, 박해, 자유’라는 세 가지 주제로 꾸며진 작은 순례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박물관과 함께 마련된 ‘형구 체험장’과 ‘옥사 체험장’은 온갖 고초를 겪었던 신앙 선조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마음을 맞닿게 한다. 2009년의 순교자성월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새롭게 단장한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을 찾았다.

▧ 어떤 것들이 전시돼 있나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은 총 3개의 관으로 마련돼 있다. 한국교회사라는 큰 흐름을 따라 여러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시되는 물품들은 3개의 관으로 나뉘어 하나의 한국교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서지류, 회화, 유물 등 전시된 작품들 79점 가운데는 최초로 신자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품들도 있다. ▲황사영의 토시가 담긴 청화백자합 ▲조선대목구 설정 칙서 ▲성 김대건 신부가 그린 조선전도 ▲조선에 입국한 프랑스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기도서와 미사경본 ▲병인박해 초기, 체포된 신자들의 가옥과 집물 등을 몰수해 처분한 기록인 ‘사학한가사변물방매성책’ ▲체포된 신자들의 거주지, 성명, 기찰포교의 성명 등을 기록한 ‘공충도사학죄인성책’ ▲제7대 조선대목구장 블랑 주교의 사목서한 ▲선교사들을 위해 프랑스어로 저술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드망즈 주교의 칙령(1912년 10월 15일자) 등이 그것이다.

순교로 시작된 한국교회의 역사는 말없이 흐른다. ▲명동성당의 총회장을 20년 동안 맡았으나 한국전쟁 중 납치돼 행방불명된 정남규가 애긍회를 조직해 자선사업한 내용을 정리한 ‘애긍사업록’ ▲초대 주한 교황사절로 공산군에 체포돼 옥사한 번(J.P. Byrne, 1888~1950) 주교의 주교좌 ▲한국교회의 자립 능력을 인정해 교황청에서 발표한 ‘교계제도 설정 칙서’ 등도 최초로 전시되는 것들이다.

▧ 믿음, 그 시작과…흔적

9월5일 오전 10시,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 등 여러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관식을 열고 미사를 봉헌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새로 문을 연 박물관과 노기남 대주교 기념관, 형구 체험장, 옥사 체험장 등을 둘러보며 순교자성월의 깊은 의미를 되새겼다.

정 추기경은 “외국인에게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절두산 순교성지”라며 “본격적인 박물관의 재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의 ‘믿음, 그 시작과…흔적’ 전시회는 9월 5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3142-4434 절두산 순교성지
(위) 초대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의 1912년 10월 15일자 첫번째 칙령. 매일 영성체하는 것과 어린이의 고해성사와 영성체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 새롭게 전시된 ‘사학한가사변물방매성책’. 1866년 3월 13일에 작성된 것으로 병인박해초기 체포된 신자들의 재산 일체를 몰수·처분한 기록.
(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박물관에 전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형식의 나무제대와 모형을 바라보며 염수정 주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래) 정진석 추기경(앞줄 가운데)과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정 추기경 왼쪽),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정 추기경 오른쪽) 등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