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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재원 (3) 한 때 사제의 삶 꿈꿔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8-09-14 수정일 200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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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청년시절부터 다시 새롭게 성경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열심히 보는 것은 바로 주보입니다. 매주 주보를 읽다보니 읽는 즐거움 또한 계속 커가는 것 같아요. 신부님들의 말씀, 수녀님들의 말씀은 물론, 같은 평신도들이 쓰는 이야기들도 빼놓지 않고 읽습니다. 특히 성경말씀 등을 풀어놓은 이야기 등을 읽으면 지난 한주일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운 한주에 대해 다짐하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생각과 말을 정화시키는 샘물과도 같이 느껴지지요.

물론 단 한주도 성당 가는 것이 귀찮거나 싫은 적은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해성사의 부담 때문에 열심히 나가는 면이 있습니다. 주일미사를 한번 거르게 되면 고해성사를 봐야잖아요. 또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주님의 기도 33번을 봉헌하려니…. 물론 하느님을 뵈러 성당에 가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벌 받는 것이 싫어서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면이 저에게도 많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제가 사제의 길을 가길 진심으로 바라셨어요.

전 2남2녀 중 3남입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순둥이’ 소리를 들으며 컸어요. 가족들은 제가 워낙 순하다보니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을 해도 이래저래 속고 사기만 당할 것만 같다며, 사제의 삶이 어울린다고도 했고요. 무엇보다 어머니께서는 깊은 신심을 바탕으로 아들을 사제로 봉헌하길 원하셨고, 제가 하느님 품안에서 봉사하며 살길 바라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저도 한때는 사제로서의 삶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르심을 받은 길이 각각 다르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지요.

사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을 알게 해주시고 그 품안에서 생활하도록 이끌어주신 어머니께는 항상 가장 큰 감사를 보냅니다. 또 사제의 길은 아니어도 탤런트로 최선을 다해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어머니와 가족들 덕분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는 물론, 지금도 항상 겸손함을 중요하게 말씀하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겸손하길 강조하시지요.

사실 저희 집안 식구들은 모두 하나 같이 어떤 자리에서든 드러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글자 그대로 나대는 것을 참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런 가족 내력 안에서 제가 탤런트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처음엔 다들 놀라셨겠지요. 특히 어머니께서는 “나는 너희 아버지한테 말씀 못드린다, 혹시 너 맞아죽을지도 모른다”고까지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의 대답은 아주 뜻밖이었습니다.

큰 맘먹고 아버지 앞에 나서 탤런트 시험을 보겠다고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는 흔쾌히 허락해주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버지께서도 한때 탤런트가 꿈이셨다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젠 가족들이 제 연예활동 최고의 후원자들이 되었지요.

탤런트로서의 꿈을 확인한 저는 당시 의학대학 시험을 준비해왔던 모든 과정을 접고 서울예전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연기 공부를 위해 들어가려고 했던 학교였지만, 당시로선 내심 부끄러움이 앞서 연기가 아닌 연출 전공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기사입력일 : 2008-09-07

정리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