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5-풀어야할 매듭들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09-16 수정일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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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장 늘지만 성과는 “…”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기대와 희망은 풍요로운 전통과 사상, 엄청난 인구가 집중돼 있으면서도 여전히 복음화를 향한 지난한 여정을 앞에 둔 아시아 대륙의 교회에 달려있다.

특히 아시아 교회들은 다양한 문화와 전통, 고난과 역경의 현실, 토착화의 과제 등 많은 면에 있어서 개별 교회들간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 연대의 노력을 그 과제로 부여받고 있다. 이제 아시아의 교회들은 미미했던 아시아 대륙 복음화의 여정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자각하면서, 빈번한 교류와 협력, 깊은 일치와 친교를 바탕으로 진정한 ‘연대’를 형성함으로써 제삼천년기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기쁨의 순례 여정’을 가야 할 때다. 오늘날 세계화의 추세는 아시아 교회들간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실제로 아시아 각국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평가다. 그 원인들을 짚어본다.

인재 양성

지난해 FABC(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인간발전사무국 아시아회의에 참가하고 귀국한 최기산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한국교회가 각종 어려움에 빠져있는 아시아 교회를 돕고 선교의 중심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활동을 적극 펼칠 수 있는 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복음화의 거시적 틀 안에서 사유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최주교는 “아시아는 타 대륙과 달리 언어 등의 문화와 종교, 인종이 매우 다양하게 공존해 일치와 선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회의에서는 남한과 북한, 대만과 중국, 홍콩과 중국, 일본과 주변국 등이 갈등하는 동아시아의 상황이 시급히 해소돼야할 문제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주교는 “인재 양성과 함께 생활문화가 유사한 지역권별로 그룹을 지어 우선적인 연대 체계를 갖추는 것은 각종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교회의내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의 공식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아시아 및 세계 교회와 소통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연은 아직도 좁다.

수도회의 아시아 복음화 인프라 공유 및 한국교회 차원의 지원

2005년 제9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아우구스티노 가족 남녀 수도자 모임(APAC-Asia Pacific Augustinian Conference)이 경기도 시흥 성바오로 피정의 집에서 열렸다.

당시 모임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6개국에서 약 20여 명의 회원이 참석, 아우구스티노 영성과 사목활동의 협력문제를 활발히 논의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모두 아우구스티노 가족의 범주 안에서만 활용됐다.

한국외방선교회와 예수회, 골롬반외방선교회 등 각 선교회와 수도회들은 최근 캄보디아와 중국 등 아시아 복음화에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상당부분 연대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복음화는 몇몇 선교회 및 수도회에만 짐 지울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교회 차원의 지원방안 및 경험 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관심

한국교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여 신앙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거의 유일하다시피 안정적 여건에 있는 지역교회다. 따라서 당연히 그에 걸맞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교회를 아시아 복음화의 선봉으로 여기고, 그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 바 있다.

수년전 한국을 방문한 인류복음화성 장관 세페 추기경이 “한국교회의 만개한 복음화 역량은 다른 지역교회와 나눔을 위해 쓰여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외방선교회 김명동 총장 신부는 가톨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에 대한 지평을 교구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땅 끝까지 복음화’로 넓혀야 하며, 우리 자신이 아시아 교회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특히 세계교회로부터 끊임없이 요청 받고 있는 아시아 복음화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연구와 사전 준비,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연대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 조차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한국교회가 바로 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질적인 발전과 성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정체성 확립 없이 아시아 교회와의 ‘손잡음’은 요원하다.

신앙 생활의 쇄신과 질적 성장, 진정한 회개, 사랑과 친교, 대화, 나눔, 봉사, 증거, 선교 등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성직자의 권위주의와 평신도의 무사안일주의가 극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미래 지향적 토착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착화는 그리스도교 교회가 자신이 처한 시대와 장소에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적응하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 자발성과 주체성을 지니고 교회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첫 발걸음 또한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교회 연대와 관련한 단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1972년 12월 6일 교황 인준을 받은 FABC(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는 참된 아시아 교회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시아 교회의 주교들이 희망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는 연합 기구이다. 이 기구는 서구 사회와는 상이한 종교 문화 전통과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 교회들이 공동의 관심사와 사목 과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교류와 협력의 주요한 도구로 그 역할을 해왔다. FABC의 모든 위원회는 중앙위원회 산하 기구로서 중앙사무국을 통해 그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봉사 기관이다. 현재 선교 홍보 사회 일치 교육 평신도 신학위원회 등이 구성돼 있다.

아시아 인간발전 협력체(APHD)

아시아 각국 카리타스와 선진국 교회 개발원조기구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인간발전협력체(Asia Partnership for Human Development)는 원조 수혜국이 원조 제공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원조액을 결정하는 기구로 지난 1973년부터 아시아 각국의 가난한 이들의 개발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은 1975년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수녀장상연합회의(AMOR)

AMOR(Asian/ Oceanian Meeting of Religious Women) 회의는 1971년 ‘정의를 위한 행동이 복음화의 본질적 요소’라는 세계 주교 시노드 천명에 대한 구체적 응답으로 시작됐으며, 3년에 한 번씩 각 나라를 돌며 열리고 있다. 지난해 제14차 회의는 한국에서 21년만에 열렸으며 오는 2009년 제15차 회의는 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아시아 선교회 장상회의(AMSAL)

AMSAL(Asian Missionary Societies of Apostolic Life)는 한국외방선교회를 비롯 아시아 지역에서 설립된 6개 외방선교회 장상들이 지역 선교회간 선교 경험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다. 1997년 시작됐으며 2년에 한번씩 각 선교회들이 교대로 회의 주관을 맡아 개최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해 4월 경기도 라자로 마을 아론의 집에서 열린 제14차 아몰(AMOR) 총회. 한국 태국 필리핀 등 20여 개국 여성 수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친교를 나눴다.

▶2005년 7월 경기도 시흥 성바오로 피정의 집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아우구스티노 가족 남녀 수도자 모임(APAC).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