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본당신부이야기] 30.사목활동의 소중한 추억들

입력일 2007-06-03 수정일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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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삼척 성내리성당에서 신앙생활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 어제였는데 어느 사이에 신앙인들을 탄생시키고, 교회를 성장시키고 지켜가는 사목자가 되어있다.

살아있는 사목활동을 위해 열정적으로 투신도 해 보았고, 날카로운 분별력과 지나친 욕심으로 교만이라는 어리석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던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 동안의 본당생활이 스치는 영상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나는 지금 제주도의 서쪽 끝 아름다운 평야가 있는 고산에서 바쁘고 즐거운 사목활동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상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어른들이 많이 계시는 이곳은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을 닮았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정이 가는지 모르겠다.

사람이란 누구나 사는 게 비슷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상의 삶을 어떻게 사유하며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다스려 가느냐에 따라 ‘관계의 공동체’는 저울 위에서 무게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눈높이에서 지난 날 내가 함께 했던 공동체의 풍경 조금씩만 떠올려 보고 싶다.

먼저 조립식 성전에서 소박한 나눔을 정겹게 나누었던 출신 본당 신월동, 사제로 서품되어 처음 소임을 받은 일산본당. 시간이 허락될 때 북한산 진관사 계곡과 삼천사 계곡을 자주 오르내렸던 기억은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초동본당에서의 보좌생활 추억도 새롭게 느껴진다. 교우가 1만 명을 넘었던 그때, 모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곽성민 주임신부의 사목에서 많은 것을 익히고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복된 시간이었다. 특히 복사단과 청년연합회를 활성화시키던 기억은 오지 탐험같은 도전의 시간이었음에 감사한다.

장안동본당에서의 새로운 보좌생활 역시 나에게 가장 보람된 공동체 생활이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장 서민적이었던 장안동본당 신자공동체는 앞으로도 아름다운 공동체로써 기쁨과 즐거움을 더불어 나누는 곳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짧은 만남이었던 대방동본당에서의 부주임 생활 등 모든 학습을 마무리하고 잠실5동본당 사목구 주임으로서 첫 발을 내 딛었던 2001년 3월. 전형적인 도시의 정서가 숨 쉬고 있던 그곳에서 5년간의 사목생활은 나눔과 섬김과 일치를 가져오는 변화된 공동체를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형식과 틀에 매여 있던 아파트 공동체가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로 바뀌어 가는 기초를 다져 놓고 지금은 바다 건너 제주교구에서 사념의 머리를 씻으며 제주도의 정을 쌓아간다.

신명나는 신앙생활이 실천으로 옮겨지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모든 만남의 공동체 가족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제주도의 서쪽 고산공동체에서 나는 새로운 사랑의 불꽃을 지핀다. 소임이 끝나는 날 이곳의 생활이 아름답고, 즐거운 사목의 시간이었다고 술회되길 소망하면서 오늘도 역동적인 공동체의 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김남원 신부 (제주교구 고산본당 주임)

■그동안 집필해 주신 김남원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