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복음적 가난

입력일 2007-01-28 수정일 2007-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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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가져갈 ‘덕’ 쌓자

근래에 들어 우리의 삶에서 재물이 모든 것의 중심이고 실질적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최고의 가치가 되어 있음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물은 매우 중요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돈을 최고의 가치로 두면 사랑도 정의도 아름다움도 없어집니다.

손을 움켜쥐고 태어나지만 확 펴고 죽듯, 죽으면서 어느 것도 하느님 앞에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쌓은 덕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지상의 재물에 자신을 묶어 두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루카 12, 34)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지상의 것들에 만족하면서 하늘의 것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상의 것에 집착할 때에 삶의 목적을 부의 소유에 두게 되어 자신이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한 이는 지상의 것이 무가치함을 깨닫고, 하느님의 정의와 하느님 나라를 향해 열려져 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입니다. 보통 여행자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가 저녁이 되면 편안하고 안락하고 주위 경치가 아름다운 호텔에 머무릅니다.

목욕을 하고 맛있는 음식에 아름다운 환경을 만끽합니다. 그러나 하루 밤을 편안하게 쉰 후에는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신발 끈을 묶고 목적지를 향하여 떠나야 합니다.

그런데 목적지를 향한 걸음을 멈추고 그냥 호텔에 머물러 쉬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상의 것에만 마음을 두고 사는 것도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삶이 될 것입니다.

복음적 가난은 배고픔이나 헐벗고 머물 집이 없는 것과 같은 빈곤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냐?” 라는 물으셨고, 제자들은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이므로 모든 것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섭리’로 받아들입니다.

사람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자는 재물을 신뢰하고, 자기 자신을 신뢰합니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적 어린이는 모든 것을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의탁합니다.

구원은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예수께서 재산의 소유를 비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재물로부터의 집착에서 이탈을 요구하셨습니다.

지상의 재물을 포기하면 하느님의 영원한 부속에 들어갈 것입니다.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