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복음적인 어린이가 되자

입력일 2007-01-07 수정일 2007-01-07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단순, 정직함의 지혜

새로운 돼지띠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금년 한 해를 은총의 한 해로 꾸미기 위하여 지향하는 것이 있습니다. 복음적 어린이처럼 단순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참 복잡합니다. 서로 이해타산이 상충하다보니 다툼과 논쟁이 심하고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기쁜 일이 많고,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의 언론 매체들도 기쁘고 좋은 소식들을 더 많이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들이 좀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서 사람들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혼란스러우니 세상이 복잡한 것입니다. 단순한 사람만이 단순하고 정직한 세상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먼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줍시다. 보통 상대의 말이나 행동 뒤에 무슨 숨은 뜻이나 이해타산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자세를 지닐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말들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 37)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면서 단순하게 ‘예’ 또는 ‘아니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그렇지만, 저, 그게 아니라’ 라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 21)

우리는 항상 최고만 찾는 잘못된 사회 모습을 쉽게 따라 갑니다. 이웃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작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일을 성취해 가며 일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작고 단순한 일이라도 정성을 다해서 기쁘게 일하는 것입니다. 가령 청소나 차 끓이는 일 같은 작은 일도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커다란 일을 잘해 낼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게 보이는 것이라도 사랑을 넣으면 위대해지며, 아무리 크게 보여도 사랑이 없으면 하느님께는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에 가질 수 있는 단순함과 정직함의 지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을 특별히 사랑하셨습니다. 어린이처럼 되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루카 18, 16)

우리 모두 금년 한 해를 복음적 어린이가 되어 성덕으로 나아가는 은총의 해로 꾸며 봅시다.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