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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리] 19.'명절 후 증후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6-10-15 수정일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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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으로 어르신 외로움 달래자

통상적으로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며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설치는 증세 등을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특히 결혼 초년생이거나 시댁과의 갈등이 있는 며느리들은 이런 증세가 더욱 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며느리의 명절증후군 못지않게 부모의 명절증후군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긴 연휴 뒤 공허함은 모두 고향에 남은 부모들이 감당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노인병원 전문가들은 “명절 후 고향에 남아있는 부모님의 공허함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출가한 자식들을 목 빠지게 기다려 맞은 시끌벅적한 명절 연휴가 끝나면 공허함을 넘어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노인의 경우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명절 연휴를 보낸 후 생활 리듬이 깨져 공허함으로 시작되는 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일시적인 우울증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게다가 노인들이 겪는 고독은 ‘명절 후 증후군’에만 국한되지 않아 더욱 우려가 크다.

전북 익산시 노인종합복지관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 4명 중 1명 꼴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시골 노인들이 자살할 생각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독 때문이다.

노인들에게는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주위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녀들이 제 아무리 자주 찾는다고 해도 시골 노인들의 고독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하지만 평소에는 고사하고 연휴를 어른들과 지내기 보다 여행 등 개인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늘고, 전통적인 가족애의 현장은 급감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서 ‘가정공동체’에서 “노인들의 소외가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고 많은 가정을 정신적으로 가난하게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서에서는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순종함으로써, 자녀들은 참으로 인간다운 그리스도인 가정을 건설하는 데에 특수하고 고유한 기여를 제공한다(61항)”고 강조한다.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노인들의 눈과 말과 그 어루만짐에서 이해와 사랑을 발견하였던가!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자손은 늙은이의 면류관입니다(잠언 17, 6)’라는 계시된 말씀에 자진해서 수긍하였던가!”(가정공동체 79항)

‘효’는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도리로 다시 한번 더 적극 인식해야할 것이다. 명절 후 증후군 예방에는 평소보다 자주 하는 전화통화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