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4.독일(상) 젊은이사목의 어려움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6-05-21 수정일 200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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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일 세계청년대회 모습. 세계청년대회를 기점으로 독일교회는 젊은이 사목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수의 감소와 이에 따른 젊은이 사목의 전반적인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앙교육은 주일학교 아닌 학교 종교교육으로

수도자 고령화, 성소계발 저하 등 사목침체 원인

‘생활에 스며든 신앙’이 독일교회 든든한 버팀목

독일=이승환 기자

본지는 세계 각국 교회 젊은이 사목의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획 ‘지구촌 젊은이들-유럽을 가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독일 교회 젊은이 사목을 살펴봅니다.

독일교회가 겪고 있는 젊은이 사목의 어려움, 평신도 지도자 양성과 역할분담으로 체계적인 젊은이 사목을 펼치는 현지 본당모습, 살레시오 수도회 ‘베네딕트 보이언 신학대학’ 탐방 등을 3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독일 뮌헨 공항에서 레겐스부르크로 가는 길. 아우토반(Autobahn) 좌우로 스치는 풍경은 달력에서나 봤던 한 폭의 그림이다. 맥주의 원료인 홉(Hop)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지나는 마을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당은 전형적인 독일 남부 농촌마을임을 알려준다.

차창 밖 차분한 풍경과는 반대로 운전자의 마음은 급하다. 레겐스부르크 근교 필렌호펜 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는 허광철 신부(대구대교구)는 저녁 6시 미사에 늦을까 가속페달을 연신 밟는다.

정체가 여러 번 있었지만 서두른 때문인지 제 시간에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구 1600여명의 작은 마을 성당 치고는 규모가 큰, 한국교회 역사보다 더 오래된 성당이 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저녁시간이니 가족이 함께 성당에 오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하지만 기대는 미사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미사참례자는 단 두 명. 독일에서 홀로 한국어로 미사를 봉헌하는 행운(?)이 있을까 했지만 미사 직전 한 자매가 성당 문을 열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낯선 이방인을 독일 교회는 이렇게 환영했다.

한국교회는 신자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이라고 걱정하지만 독일교회는 신자 자체가 줄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의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구 수는 대교구 7개를 포함해 27개, 본당은 1만2885개다. 독일 전체 인구의 31.5%인 2600만명이 천주교 신자다. 덩치로 보면 어느 가톨릭국가 못지않다.

신자수 계속 줄어

그런데 신자수가 계속 줄고 있다. 18만여명이 2003~2004년 사이 교회를 떠났다. 1970년대 중반 2900여만 명에 달하던 신자수는 계속 감소하다가 1990년 독일 통일을 계기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또 다시 줄어 현재는 1960년대 수준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고국이며 지난 해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 국가의 모습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수치다.

이처럼 교회가 침체에 빠진 것을 독일교회도 발 빠르게 인식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개신교(루터교) 신자가 31.3%를 차지하지만 지난 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40주년이 되는 날에는 독일의 공영방송이 하루 종일 공의회 폐막 특집을 방송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자수 감소 통계에서 보듯 쉽사리 해결방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청소년·청년미사 없어

전반적인 교회의 침체는 젊은이 사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몇 대형본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소년·청년들만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청소년들을 성당에 머물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주일학교도 독일에는 없다. 대부분 본당의 청소년 사목은 첫 영성체와 견진성사 준비가 가시적인 전부다. 그외 복사단, 한두 달에 한 번 있는 가정 미사 등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적게나마 있지만 활발하지 못한 형편이다.

주일학교가 없는 대신 독일은 정규학교 교육과정에 종교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매월 2시간을 종교교육에 할애하고 있으며, 첫 영성체를 하는 초등학교 3~4학년의 경우 한 시간을 늘려 3시간 종교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종교교육은 본당 신부 뿐 아니라 종교학 학위를 받고 국가자격시험을 거친 평신도가 맡게 된다.

성당에 오기를 기대하지 않고 의무교육인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 성당을 찾는 이가 줄어드는 독일의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종교교사들이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않는다. 종교는 가르치지만 신자가 아닌 이들이 종교교사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에게 첫 영성체와 견진교리를 가르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현지 사목자들의 지적이다.

수도자가 상주하며 활동하는 본당이 극소수인 것도 문제다.

한 사목자의 말을 빌리면, 독일 청소년들에게 수도자는 노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본당은 많지만 수도자는 없고, 있어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수도자들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 본당 수도자의 역할에 빗대어 설명하면 청소년·청년 교육이나 성소계발을 위해 역할을 할 수도자가 독일교회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독일교회 젊은이 사목이 직면한 또 다른 어려움이다.

독일교회 무너지나

과연 독일교회는 무너지고 있나?

미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 성당 바로 옆,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공동묘지를 찾았다. 마을 주민들은 저녁때가 되자 하나둘씩 이곳을 찾아 가족의 무덤 앞에 놓인 초에 불을 밝힌다. 성호를 반듯이 긋고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기도를 바친다. 이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수도원 마당이었던 곳이 이제 그들이 사는 집의 정원이 됐고 수도원 회의실에는 소매점이 들어섰다. 비단 이 마을 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15분마다 한 번씩 성당 종소리가 울리지만 어느 누구도 시끄럽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신앙, 자발적인 신앙생활은 아직도 독일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젊은이 사목도 마찬가지다.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전통과 생활 안에서 스며든 신앙생활이고 평신도들의 열정과 노력이다.

“냉전체제 끝나자 평화 통일 외치던 젊은이 목표잃어”

젊은이 과거, 한국교회와 닮은 꼴

독일교회 청년들이 갖는 어려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회 안에 머무르며 활동할, 활동을 북돋울 지향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역사와 비교해 살펴 본 독일교회 청년사목의 어려움은 한국교회와도 닮은 꼴 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세계 각국 중 가장 빨리 후속 공의회를 열어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교회 젊은이들은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청소년·청년미사를 따로 봉헌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문을 제작하는 등 젊은이들이 주체가 된 다양한 교회 활동들을 추진해 나갔다.

공의회 정신 실현이라는 하나 된 목표 외에도 교회 젊은이들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 시킨 것은 동·서독 분단과 냉전체제였다. 분단된 1980년대 독일 교회 젊은이들은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대립하고 있는 세계가 평화와 화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산업화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교회의 가르침을 내세우며 환경운동을 전개한 것도 교회 젊은이들이었다.

평화수호와 체제 간의 화해, 환경보호라는 대 주제에 따라 젊은이들을 하나로 모은 것은 물리적·정신적 광장인 교회였고 교회 젊은이 사목은 넘치는 자원 덕분에 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평화와 통일을 외치던 독일교회의 젊은이들은 한순간 목표를 잃게 됐다. 통일로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젊은이들은 교회에 머물기보다는 일자리를 찾아 나섰고, 산업 전반의 침체로 환경보호의 필요성도 차츰 시들어갔다.

한국교회 젊은이 사목이 역시 분단 상황이던 1970~80년대 통일과 노동·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활동했던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때 선두에 섰던 교회의 청년들이 이후 운동의 방향을 잃고 유리된 것도 꼭 닮았다. 그렇다면 독일교회는 그리고 젊은이들은 잃어버린 방향성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