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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29)선교 의안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5-01-09 수정일 200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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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성에 적합한 선교대안 제시

찾아가는 선교로의 쇄신 요청

선교 연구소 설치 등 방안 건의

대안 실천, 여전히 과제로 남아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위원회에서 제출된 12개 의안 중에서 10개에 해당하는 의안이 교회 쇄신 및 내성(內省)에 관한 것이었던 반면 「선교」 의안은 「사회」 의안과 함께 교회밖을 향한 의안이라는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의안이다.

1983년말 교세통계 기준을 참고할 때 당시 한국 교회 상황은 1059명의 사제와 165만9651명의 신자, 전년 대비 신자증가율 8.74%, 사제 1인 해당 신자수 1567명이라는 교세를 보이고 있었다.

교구 본당 차원에서의 독자적인 선교 정책은 별도로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선교 전략이라야 대부분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는 사람에게만 예비자 교리를 통해 입교를 안내하는 정도였다. 그만큼 교회 구성원 전체가 선교의 긴급성과 필요성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처지에서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선교의안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역사적인 현주소를 질문하면서 폭넓고 심도있게 한국 교회 선교 현실을 분석하는 한편 적극적인 선교 방안 일환으로 「선교연구소」 설치를 제안하는 등 복음화 3세기를 향한 한국 교회의 선교 지표를 제시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선교 의안은 제1장에서 「교회가 제시하는 선교 이념」을 다루면서 2장 3장에 걸쳐 「어제의 한국 교회의 선교」 「오늘의 한국」에 대해 진단하고 있고 마지막 제4장에서는 「선교 대책」을 밝혔다.

무엇보다 선교의안은 교회의 선교 이념을 통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선

교 정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즉 의안에서는 하느님이 주시는 구원이 인간의 영혼만을 대상으로 하는 구원이 아니고 전 인간적인 구원이며, 또 개인적인 구원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구원임을 천명하고 있다. 더불어 복음선교는 복음과 인간이 구체적으로 처해있는 생활의 상호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 사람의 복음화와 사회질서의 복음화를 같은 선상에서 보았던 공의회 정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의안은 선교 교령 6항을 인용, 『교회로부터 파견된 복음의 전파자들이 온 세계에 가서 복음 전파의 임무와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백성들과 집단에 부식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독특한 사업』이라고 선교를 정의하고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 정신을 살려 『그리스도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교회 공동체 안으로 인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교회의 일원이 된 이들이 끊임없이 쇄신을 통해 보다 완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모든 생활을 복음화하는 행동』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본질적으로 선교하는 것을 근본 사명으로 여기고 있음」을 명확히 한 의안은 이같은 선교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갖추어야 사도적 영성을 「쇄신」 「소명에 충실함」 「사도적 사랑 열성 기쁨」으로 꼽았다.

쇄신과 관련해서는 『먼저 교회가 그리고 개인이 내적 쇄신을 체험하고 선포해야함』을 강조했고 『복음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맞게,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선포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덧붙여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면밀한 선교 정책의 수립과 또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생명력 있는 말씀의 선포와 구체적 삶의 증거,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2장에서는 당시의 상황 분석과 대책 수립을 위해 그간의 한국 교회 선교 상황을 살피며 분석 평가하는 작업을 시도했고 3장에서는 「서구적 실용주의 경향」 「전통적 정신적 기풍이나 가치관의 기반 상실」 등 문제를 다루면서 교회가 그같은 사회 동향을 잘 파악해서 선교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의안에서는 우선적으로 한국 교회 선교의 문제점을 「찾아오는 신자만 관리」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지적하고 선교의 긴급성과 필요성 강조를 제안하고 있다.

소극적 자세의 원인에 대해서는 「말씀 선포의 소홀」과 교회 단위가 지역적 장소적으로 구분돼 있어 정체적이고 또 소극성을 면치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성직자 수도자 위주의 체제안에서 선교를 위한 기도 자세가 크게 결핍됐음도 지적 사항이다.

의안에서 제시된 선교 방법론과 선교 대책은 2000년대를 사는 현재 교회에도 시사되는 바가 크다.

선교 방법론에서는 한국인 심성에 맞는 교리 교육 방법론의 개발, 양질의 교리교사 양성, 이론 교육 중심 탈피, 세례후 재교육 과정 제도적 연구, 연령 학력 직종별 다각적 선교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계속 언급되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개인과 본당 교구별로 분류된 선교 대책은 교구 선교 연구소의 설치, 소외 계층 선교, 홍보 매체를 통한 선교, 외방선교 등이 주요 제안으로 꼽혔고 특히 본당 차원에서는 평신도 사도직의 육성 및 청소년 선교 부분이 강조됐다.

선교 대책을 밝힌 4장은 무엇보다 개인 본당 교구 또는 전국 교회, 즉 교회 구성원 모두가 복음 전파 사명을 당연히 짊어져야 할 주체들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선교 방안을 통해서는 『첫째 뿌려질 땅의 토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파악한 후에 둘째, 그 다음 단계로 교회는 뚜렷한 선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회가 면밀한 선교 정책을 수립하여 선교 활동을 추진하지 않는 한 현대에 있어서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선교를 수행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복음이 뿌려질 토양의 성질을 정확하게 분석 파악한 후에 다음 단계로 뚜렷한 선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강조」라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이 부분을 두고 『공의회 정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복음의 수용자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주소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선교 정책을 수립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살아난다』고 밝힌다.

의안은 또 선교 전략면에서 한국 특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해답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도시화 현상에서 오는 인간 소외와 귀속감 상실, 노년층 문제, 유동 인구 증가, 청소년 문제, 근로자 문제, 대중매체의 선용 문제, 농어촌 문제 등이 그것이다.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선교 의안은 비교적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토대로 한국 교회의 선교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공적인 평가 작업이 없었던 만큼 그 내용과 제안 사항은 아직까지도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들어 1990년대에 들어 신자증가율 뿐만 아니라 신자 증가의 절대수 마저 감소하고 있는 최악의 선교 상황을 맞고 있지만 전략적인 선교 정책 마련의 거점이 될 「선교 연구소」 역시 여전히 숙제로만 간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 각 교구 시노드의 개최는 그나마 사목회의 의안에서 제기된 한국 교회의 선교 문제를 부분적으로 새롭게 환기시킨 계기라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는 시노드 준비과정을 통해 『선교 개념을 세상 복음화 차원에서 이해하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증거를 통한 실천적 선교 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을 건의했으며 구체적으로 선교 신앙 교육 센터의 설립을 제안,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를 통해 『향후 센터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을 이끌어 냈다.

또 의안에서 다뤄진바 있는 신앙 교육을 위한 홍보매체 활용 및 지도자 양성에 대한 내용이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교육 내용 부분에서도 『교리의 이론적 내용뿐 만 아니라 실제적 체험 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과정 마련』이 제안돼 있다.

특히 의안에서 본당에서의 선교 대책 방안중 하나로 『구역 반 모임을 친교가 있는 기초 공동체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된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서울대교구를 비롯 전국 교회안에 활성화 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의 모습은 주지될 만 하다.

전문가들은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 교회는 의안에서 언급됐듯이 시대적 변화 추이를 잘 살피면서 선교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커져야 한다』면서 『또한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구원을 말씀과 행동으로 증거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공통된 문제뿐 아니라 한국 특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해답을 주어야 한다는 사목회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설명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선교의안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경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역사적인 현주소를 질문하면서 폭넓고 심도있게 한국 교회 선교 현실을 분석하며 복음화 3세기를 향한 한국 교회의 선교 지표를 제시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