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가정을 찾아서] 인천 서정훈·권주만씨 네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3-07-20 수정일 2003-07-20 발행일 2003-07-20 제 2357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이들 덕분에 우리집은 작은 천국”
8명 한가족 복음안에 하나
서로 서로 아끼며… ‘성가정 마리아상’받아
인천 서정훈. 권주만씨 네 가족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아파트 단지. 성냥갑처럼 생긴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에서 서정훈(미카엘.46.인천 연수동본당)-권주만(가브리엘라.41)씨 부부의 가정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잠시 이들 여덟 식구의 모습을 지켜보면 이 가족이 뭔가 특별하다는 것을 금새 알아챌 수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하나 둘 거실로 모여드는 아이들. 저녁기도를 바치기 위해서다. 엄마를 중심으로 첫째 유리초롱(안젤라.20)이부터 한별(대건 안드레아.17), 한결(소화 데레사.15), 로사(로사.12), 은총(마리요한.9)이까지 둥그렇게 모여 앉았고, 막내 양업(아가페.3)이가 아빠의 손길에 이끌려 뒤뚱대며 다가와 언니들과 오빠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묵주를 꺼내들고 두 손을 모으는 아이들. 모양새가 오래 전부터 몸에 밴 듯하다.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바치는 기도 시간은 하루 중 짧지만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희 가족 모두의 마음을 모아 바치는 가운데 하느님의 큰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녁기도가 끝나면 아이들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부모님과 함께 나눈다. 서씨 부부도 복음말씀 안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의 피곤을 싹 잊는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하느님을 초대하기 위해 바치는 저녁기도는 언제나 이들 가정에 큰 힘이 되고 서로 간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된다.

서씨 부부를 비롯해 세살배기 막내 양업이부터 스무살 대학생 유리초롱이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고서야 8명 한 가족이 눈에 다 들어온다. 아이 셋만 있어도 많다고 혀를 차는 요즘 세상에서 서씨 가족의 아이들은 그 자체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솔직히 몇 명을 낳아 기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기꺼이 받아들였을 뿐이죠. 키우다 보니까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부부에겐 둘도 없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우리 가정은 작은 천국을 이뤘죠』

부인 권씨는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큰 선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물론 고만고만한 아이 여섯을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 터울이 제법 있다보니 저희들끼리 알아서 챙기고, 또 언니 오빠가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엄마 권씨가 직접 챙겨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막내 양업이는 엄마보다 큰 언니 유리초롱이를 훨씬 잘 따른다.

ME 봉사자와 성서모임 등 교회 활동에도 열심인 서씨 부부는 신앙교육을 아이들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아이 다섯을 모두 가톨릭계 명문 사립 인천 박문초등학교에 보낸 것도 그렇고, 정기적으로 인천 바오로딸 서원을 찾아 신앙 서적을 한아름 구입해 읽히는 것도 그렇다. 모두가 가랑비에 옷 젖어들 듯, 일상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 가득한 사람으로 키워내려는 두 부부의 생각에서다.

『기능면에서 우수한 아이들보다는 참된 신앙인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 부모로서, 이러한 아이들과 평생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인터뷰 내내 서씨는 『우리 가족은 「성가정」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가족』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싱그러운 웃음소리 가득한 이들 여덟 식구의 모습은 어느덧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있는 듯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살아가는 서정훈·권주만씨 가정. 이들 가정은 지난 5월 27일 인천교구 제1회 성가정상 시상식에서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로부터 「성가정 마리아상」을 받았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