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새 천년 새 희망] 통신원이 전하는 해외교회 대희년 - 프랑스

프랑스=강문정
입력일 1999-12-05 수정일 1999-12-05 발행일 1999-12-05 제 217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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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이색 조형물…‘기쁨의 물결’ 넘실
‘12일간 특별미사’등 다양한 행사 마련
건축물 복원·바람때 벗기기 작업 한창
매년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프랑스의 성탄맞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뜻깊을 것 같다. 올해는 바로 새로운 백년이 시작됨은 물론 새 천년을 시작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구는 약 6천15만명(1999년 9월 통계), 인구의 75%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3세기 중엽 파리 최초의 주교인 성 디오니시오 신부를 비롯하여 수많은 성직자들을 배출하였고, 신앙의 결정체인 대성당과 교회들,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성지가 전국 각처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에펠탑과 개선문을 비롯하여 패션과 향수 등 유행을 주도하는 나라로 인식되어 왔으며, 화려하고도 낭만적인 이미지만이 부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중세부터 이미 그리스도교를 지키기 위한 십자군 전쟁을 비롯하여 수많은 종교전쟁에서 항상 선봉이 되었고, 가톨릭을 수호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전국 각 지역에 성지가 있는 나라, 현재 역시 가톨릭 국가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빛으로 맞이하는 성탄절

이처럼 신앙심으로 응집된 프랑스 국민에게 성탄절은 그 어느 시기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매년 1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이 빛의 물결로 가득찬다. 나무가지 위에 작은 전구와 여러 가지 장식이 덧붙여지고, 거리에는 갖가지 이색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아름답고 고혹적인 빛이 온 거리를 물들이고 있다.

그 빛과 장식등만을 놓고 볼 때, 1999년 올해는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새 천년을 여는 문, 2000년을 나타내는 상징물들이 거리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세기가 바뀌고 천년이 시작되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각 거리마다 마치 허공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성탄절」,「행복한 축제」 등 다양한 문양과 글귀가 함께 빛나는 파리의 겨울,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서도 이 빛들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초저녁부터 밤 1시부터 2시까지 프랑스인들의 가슴에 환한 등불이 되어 준다. 이 빛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경배하는 프랑스인들의 신앙심의 한 표현인 것이다.

파리의 개선문에서부터 콩코르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대로 양편에 아름드리 서 있는 나무들은 빛의 극치를 보여준다. 올해는 광장에 희망을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간혹 지나치게 인공적이라거나 사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 빛을 공유한다는 데에 그 큰 의미가 있다.

역사적인 작업 눈길

좥빛의 봉헌좦과 함께 2000년 맞이 건축물 복원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희년맞이 행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프랑스 성당 등 건축물들은 재질이 석회암이고 대부분 완공된 지 7, 800여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물조차도 100년에서 300년을 훨씬 넘기고 있어 심하게 끼어 있는 바람 때를 벗기는 공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한참이다. 거뭇거뭇하고 칙칙한 느낌을 주는 바람때를 벗고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성당이야말로 2000년의 새로운 모습은 아닐까.

오랜 시간동안 성당과 유명 건축물에 하얀 차양을 두르고 세밀하고 정교하게 때를 벗겨내는 모습에서 이들의 저력을 발견하고, 이들의 깊은 신앙심과 예술품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2000년 맞이 복원사업은 건축재질이 나무나 흙인 아시아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역사적인 작업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올 한해 내내 복원작업으로 설치된 장비나 차양 때문에 도시 전체가 지저분 하거나 산만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천년에는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의 파리와 프랑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 지금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으로부터 천년, 다시 이어진 천년, 수많은 개혁과 변화가 있었으나 신앙심은 더 깊어지고 더 절실했던 기나긴 천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맞이할 천년의 문 앞에 다가와 있다.

그 문을 열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기간을 남겨두고 있는 프랑스 전역의 크고 작은 성당에서는 성스럽고도 다채로운 행사들이 계획되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성당에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미사와 모임들을 살펴보면, 유아에서부터 초등학생, 중고생과 대학생 그리고 청, 장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고, 연령층을 구분한 미사와 각종 모임이 진행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997년 7월, 파리에서 열렸던 「세계 가톨릭 청소년 대회」 이후 프랑스 젊은이들의 신앙심이 깊어지고, 활기찬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모시고, 그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신앙심을 나누었고 공통 과제에 대해 생각하며, 그것의 해결방법을 토론과 기도로써 찾을 수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 스스로가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것을 깨달았음은 물론,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따라서 JMJ회원들은 대희년인 2000년을 맞이하며 다시 한번 「세계 젊은이들의 가톨릭 대회」를 열어 다같이 만나고, 함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새로운 영적인 삶 계획

대희년을 맞이하여 준비된 대표적인 행사의 하나로서 「12일간의 미사」는 프랑스인 뿐만 아니라 가톨릭신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만하다. 이 「12일간의 미사」는 1999년 12월 22일 수요일부터 샹 마리 뤼스튀재 추기경의 미사 집전으로 이루어지며 동시에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의 크고 작은 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대희년을 맞이하여 준비된 이 특별미사에는 기도와 묵상과 함께 화합을 위해 비신자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12일에 걸쳐 진행될 이 행사는 가톨릭신자에게는 그 동안의 신앙생활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영적인 삶을 계획할 수 있게 할 것이며, 비신자에게는 가톨릭의 참뜻을 깨닫고 느끼며, 공동체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데에 그 깊은 의미가 있다.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행사는 2000년 1월 2일 미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한 12일 동안 파리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파리는 타원형의 형태로 1구부터 20구까지 각 지역이 나뉘어져 있고,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대희년을 맞이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각 구에 위치한 성당에서도 미사는 물론 자선 바자회와 작은 음악회, 연극 혹은 주제를 갖고 토론하는 모임을 갖기도 한다. 주제는 대부분 지난 세기와 천년을 접고, 새로운 세기로 향하는 우리, 대희년을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 등에 관한 것이다.

그 예로 12일 동안 행해지는 한 행사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날 「나의 창에 불을 밝혀라」

둘째 날 「내 인생에 가장 소중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그분께 편지를 써라」

셋째 날 「침묵하라. 성서를 보면서 예수님 탄생의 신비를 묵상하라」

넷째 날 「소외된 자들에게 선물을 마련할 시간을 가져보라」

다섯째 날 「하루동안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맡겨보라」

여섯째 날 「아기 예수가 계셨던 구유를 찬미하라. 주위에 있는 소중한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라」

일곱째 날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새기고, 고해 성사를 보며 화합하지 못하는 이들과 화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라. 또 교회 안에서 상처받은 경우에라도 참 신앙인이라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도록 하라』

여덟째 날 「연대감을 가져 보라. 가난한 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도록 하라(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것까지도)」

아홉째 날 「내가 머무는 곳에 예수님께 기도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 보라」

열흘째 날 「내일을 준비하라. 그 해의 걱정과 근심을 종이 위에 적고, 그것을 태워버려라. 또한 그해의 기쁨을 종이 위에 적고, 그것을 늘 볼 수 있는 장소에 걸어두고 기도하면서 보도록 하라」

열 하루째 날 「신에게 향하는 마음으로 새 천년을 맞이하라. 내 삶의 중심에 예수님을 모셔라」

마지막인 열 이틀째 날 「영혼의 양식을 음미하자. 주님에게 다가가는 영혼의 양식인 복음서를 가족과 함께 충실하게 읽고, 그 복음서의 글귀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하라」로 마무리하고 있다.

노틀담 성탄 자정미사

성탄절 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노틀담의 성탄 자정미사이다. 신앙심이 깊었던 루이 11세에 의해 만들어진 성가대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밝은 소리와 중앙 장미창 쪽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세속적인 것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 시기에 파리를 찾는다면 꼭 씨떼섬에 자리한 노틀담 대성당의 자정미사에 참석하기를 권한다.

특히 대희년을 맞이하여 몽마르뜨의 예수성심성당에서는 예수님께 대한 경배와 찬미, 그리고 대희년의 뜻을 새롭게 새기기 위해 12일 동안 특별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기도와 묵상을 원하는 신자들을 위해 심야에도 성당을 개방한다고 한다. 이 기간 중 매일 밤 10시 특별미사도 예정되어 있으니 성지순례 중이거나 일 때문에 파리에서 성탄을 맞는 신자들은 이 특별미사에 참석해 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대희년 맞이 프로그램이 12월 첫 주를 기해 프랑스 전역 각 성당마다 발표될 것이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이건 프랑스의 신자이건 모두가 지난 천년을 보내고 새로운 천년의 시작이며 좥희망의 해좦라고 불리는 2000년을 맞는 마음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같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 숨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희년을 맞이하여 우리 신자들이 더욱 더 깊은 신앙심을 지닌 채 묵묵히 참사랑을 실천하길 기도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베푸는 성인들의 마음을 닮아 가는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프랑스=강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