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 역사와 함께했던 故 임피제 신부 기념관 조성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23-12-26 수정일 2023-12-26 발행일 2024-01-01 제 337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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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시돌 목장·병원 등 설립
64년간 교육과 복지에 헌신
제주 한림성당 종탑 중심으로
업적 알리는 전시실 등 추진

故 임피제 신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제주에서 64년간 사목하며 선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故) 임피제 신부(Patrick James McGlinchey·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기념관이 제주교구 한림성당에 들어선다.

최근 제주도에 따르면, ‘등록문화재 한림성당 종탑 임피제 신부 기념관 조성 타당성 조사용역’(이하 조사용역)이 마무리됨에 따라, 올 1월부터 한림성당 옛 건물 중 2022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종탑을 중심으로 기념관이 조성된다.

조사용역을 수행한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림지역의 농촌 산업 부흥 운동을 이끌고, 사회복지, 교육 시설을 개척한 선구자인 임피제 신부는 지역 발전과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며 고인의 유품을 모아 정신을 계승하고 기리는 추모 공간으로 임피제 기념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기념관에는 임피제 신부의 활동사진, 유품 등을 목록화한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전시실이 조성된다. 한림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전반에 임피제 신부의 활동(업적)과 정신을 홍보하고, 배우는 교육프로그램도 시행될 예정이다.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은 최종보고서에서 “제주도 현무암을 재료로 중세 고딕 양식의 한림성당을 건립한 건축사적 가치와 당시 관련 사진과 기록들을 활용한 학술적 가치를 선양해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이를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종보고서에는 성이시돌센터에서 새미은총의 동산, 월대옛터, 명월대, 한림성당에 이르는 총 거리 13.5km의 ‘임피제길’ 조성(안)과 애월성당에서 한림성당에 이르는 12.6km의 애월-한림 순례길 조성(안)도 제시됐다.

1953년 한국교회에서 사목을 시작한 임피제 신부는 1954년 한림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며 제주도와 첫 인연을 맺고 2018년 선종하기까지 64년간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제주교구민은 물론 제주도민 모두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6·25전쟁 여파로 가난에 허덕이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역개발, 경제적 자립,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헌신해 교회 담장을 넘어 제주의 모든 이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의 모범을 보였다.

가난 구제를 위해 돼지 1마리로 시작한 성이시돌 목장, 전국 최고의 명품으로 각광 받았던 한림 수직, 한림 신협, 한림 성이시돌 병원, 성이시돌 양로원과 요양원, 유치원과 어린이집, 성이시돌 젊음의 집(청소년 수련원) 등 임 신부가 제주에 남긴 족적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2004년 은퇴 후에도 성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 고문을 맡아 제주도와 교구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한 그는 2018년 4월 선종했다. 임피제 신부에게는 2018년 6월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이 추서됐다.

임피제 신부 기념관이 조성되는 제주교구 한림성당 종탑.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