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계주교시노드 「종합 보고서」 해설(중)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11-14 수정일 2023-11-14 발행일 2023-11-19 제 336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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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등 ‘약자’에 집중하고 주교 직무평가 제도화 제안
시노드적 교회로의 변화 위해
전 교회 구성원 공동 책임 강조
성직자 직무 평가·감독하는
기구 및 교회법 규정 마련 요청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23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중 찬양하고 있는 아시아 여성 수도자들. 제1회기 「종합 보고서」에서는 ‘여성’이 앞자리에 서술됨으로써 그들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채택한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 파트2는 ‘모든 제자들, 모든 선교사들’(All Disciples, All Missionaries)이라는 제목으로 교회의 선교 사명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을 다루고 있다.

부제와 사제, 수도자, 여성 평신도 그리고 주교와 교황 직무까지 언급하고 있는 파트2에서는 하느님 백성들이 맡고 있는 직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교회 제도를 제안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보편교회가 지향하는 미래 교회의 모습이 「종합 보고서」 파트2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파트2 구성

「종합 보고서」 파트2는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6개 장 각각의 제목과 순서를 먼저 살펴보면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지향하는 시노드적인 교회의 밑그림을 볼 수 있다.

▲교회는 선교(Church is Mission) ▲삶과 교회 선교에 있어서의 여성(Women in the Life and Mission of the Church) ▲축성생활과 평신도 단체 그리고 활동: 은사의 표지(Consecrated Life and Lay Associations and Movements: A Charismatic Sign) ▲시노드적인 교회에서 부제와 사제(Deacons and Priests in a Synodal Church) ▲교회 친교에서의 주교(The Bishop in Ecclesial Communion) ▲주교단 속 로마의 주교(The Bishop of Rome in the College of Bishops)까지 6개 장의 배열을 보면, 전체 교회의 선교 책임을 가장 앞서 언급한 뒤, 여성-평신도와 수도자-부제와 사제-주교-교황 순으로 짜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위계(Hierarchy)에서는 항상 교황이 선두와 정점에 있지만 「종합 보고서」에서는 교황을 맨 뒤에, 여성을 가장 앞에 두고 있다. 교회 위계를 부인하거나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 내 약자일수록 「종합 보고서」 앞자리에 서술함으로써 그들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당위성과 교회 구성원 각자가 부여받은 선교 사명을 시노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회는 선교’에서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선교를 위해서는 모든 세례받은 이들의 ‘공동 책임’(Co-responsibility)을 증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교회 내 장애인들이 지닌 역량도 인식해야 하고 장애인들이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장애인들이 사회와 교회에서 겪은 고통과 소외, 차별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 여성과 수도회에 필요한 변화

대의원들은 「종합 보고서」에서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느끼는 상반된 감정을 서술한다. 여성들은 사제와 주교들이 하는 일에 깊은 감사를 표현하는 동시에 교회 안에서 받는 상처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여성들이 교회에서 받는 상처는 성직주의와 남성 우월주의, 부적절한 교회 권위의 행사 등에 의한 것으로, 교회 얼굴에 상처를 내고 친교를 해치는 원인이 된다. 대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교회가 모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권한과 권위의 남용은 정의와 치유, 화해를 향한 호소를 불러일으키고, 효과적인 구조 변화를 위한 기반으로서 깊고 영적인 회개가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여성 부제직 허용과 관련해서는 찬성이나 반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성 부제직에 대해 어떤 대의원들은 ‘전통과의 단절’(Discontinuity with Tradition)로 여겨 여성 부제직이 불가하다고 여기는 반면, 어떤 대의원들은 여성 부제직이 초대교회 모습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접근방식이고 시대의 표지에 대한 적합하고 필요한 응답으로 여겨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종합 보고서」에는 여성 부제직 허용 여부는 지금도 계속되는 신학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지속적인 숙고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아울러 여성들이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과 더불어 양성 과정(Formation Programmes)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수도회·사제·주교에 요구되는 변화

대의원들은 수도회와 지역교회 주교단과의 관계를 규정한 「상호관계」(Mutuae Relationes)가 1978년 제정될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면서 “개정할 때가 됐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개정은 관계된 모든 이에게 자문을 구하고, 시노드적인 방식으로 완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제와 사제에 대해서는 이들이 교회 각 분야에서 폭넓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먼저 밝히면서 “사목과 선교에 있어 하나의 장애가 되는 것이 성직주의(Clericalism)로, 성직주의는 성소를 봉사보다는 특권으로 오해하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사제 성소의 왜곡(Distortion)은 사제 양성 과정 처음부터 하느님의 백성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체험을 통해 교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의원들은 더 나아가 「종합 보고서」에서 시노드적인 교회를 세울 수 있기 위해서는 사제와 부제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정기적으로 검증(Regular Audit)할 수 있는 과정과 구조를 지역교회에 요청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주교 직무를 정기적으로 평가(Regular Review)할 수 있는 교회법적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까지 제안하고 있다. 주교의 권한 행사 방식, 교구 예산의 집행, 사목 기구들의 기능, 모든 형태의 권한 남용 방지책이 아직 교회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교구 사목 협의체(Diocesan Pastoral Council)를 의무(Mandatory) 기구화해야 한다는 요청도 포함했다.

또한 지역교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황대사나 교황사절 직무와 관련해서도 교황대사 등이 수행하는 직무를 평가할 수 있는 기구가 지역교회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부산교구 담당 노우재 신부(미카엘·서동본당 주임)는 “사제와 주교의 직무수행을 평가, 감독할 수 있는 기구와 교회법 조항의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는 「종합 보고서」 내용이 실제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이번 주교시노드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교회법은 사제의 주교에 대한 의무, 주교의 교황에 대한 의무인 ‘상향식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종합 보고서」는 하느님 백성을 향한 ‘하향식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