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①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입력일 2023-07-04 수정일 2023-07-04 발행일 2023-07-09 제 335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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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명 수행에 ‘희망의 지평’ 열기 위한 보조 자료
시노드 여정의 열매 담긴 문헌
지난 과정의 결과 보고서 아닌
성령의 뜻 식별을 위한 안내서

교황청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을 6월 20일 공개했다. 2021년 10월 개막, 2024년 2차 회기까지 3년여 동안 진행되는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의안집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시노드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에서 의안집의 의미와 내용을 자세히 알아본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 과정이었던 2022년 4월 4일, 미국 필라델피아대교구 넬슨 페레즈 대주교(앞줄 맨 왼쪽)가 라살르대학교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하느님 백성이 성령의 소리를 들은 체험담 속에 탁월하게 포함된 신학적 보화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CNS 자료사진

■ “희망의 지평을 열기 위하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문헌은 2021년부터 시작된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 1단계를 마무리하는 것이자, 2단계 즉 10월에 있을 시노드 1회기를 위한 ‘보조 자료’이다.(3항과 10항 참조)

이 문헌은 2021년부터 있었던 시노드 여정의 열매들, 특히 대륙단계별 작업 문서와, 7개 대륙회의 최종 문헌들에 근거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사회학적 결과 조사 보고서는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활동 지침이나 신학적 전망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며(10항), 시노드 1회기의 ‘초안’도 아니다.(10항) 이 문헌은 성령께서 하느님 백성을 어떤 길로 초대하는지 식별하면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계속하고 또 그 여정이 교회의 일상적인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의안집의 표현대로, ‘육화되는데’ 봉사하려는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과정의 목적 자체가 어떤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명 수행을 위한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3항 참조)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 되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교회가 좀 더 그 모습을 닮아가기를 희망하는 우리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 순환적 소통: 의안집 형성 과정, 그리고 시노드 여정의 특성

의안집 형성 과정은 사실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특성을 보여준다. 2021년 10월 10일부터 시작된 하느님 백성의 여정을 특징짓는 단어는 이론의 여지 없이 ‘경청’이다. 대륙단계별 작업문서와 의안집도 이 점을 강조한다. 이 경청의 과정은 ‘순환적 소통’의 과정이고, 또 지역교회에서 또한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초대됐다. 처음에 전 세계 본당, 단체들에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들은 교구 차원에서, 이어서 각 나라 주교회의에서 종합됐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전 세계 주교회의에서 올라온 종합의견서를 기초로 대륙단계별 작업문서를 작성했는데, 하느님 백성이 성령의 소리를 들은 체험담 속에 탁월하게 포함된 신학적 보화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문서는 다시 전 세계 각 교구에 보내졌고, 교구에서는 보편교회 차원에서 종합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자리에서 들으면서, 무엇이 교회 전체에서 공유되고, 무엇이 우리 지역교회에 중요한 주제이며, 다른 지역교회에서는 무엇이 절실한지를 보았다. 이러한 성찰에 기반해서 각 주교회의는 다시 의견서를 작성했고, 이를 기초로 개최된 대륙별 회의는 최종 의견서를 시노드 사무국에 보냈다. 시노드 의안집은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백성의 직관, 성찰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일련의 경청 과정을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과정(14항 참조)이었다고 칭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순환적 소통’이다.(9항)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발표하면서 시노드 사무국은 각 교구에 ‘되돌려 준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이 말은 경청의 과정이 단순히 한 쪽이 말하면 다른 쪽은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들은 사람은 자신이 들은 바를 말한 이에게 다시 들려줌으로써 참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적 소통은 사실 본당, 교구, 교구와 보편교회 등등, 다양한 단계에서 있어야 할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특징이다.

■ 지역교회의 중요성, 다양성 포용: 교회의 보편성(Catholicitas) 실현

순환적 소통을 통한 경청은 개인, 지역교회, 문화, 언어, 사회적 지위 등등의 다양성 인정을 요청한다. 10월에 열릴 시노드는 각 지역교회에서 나온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노드는 특히 이 가운데 전 세계교회에 공통인 주제들을 다루면서 교회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심도 있게 경청할 것이다.(5항 참조). 그러나 공통 주제들은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고, 이 소리에 귀 기울일 때 교회는 우리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따라서 공통의 주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 지역교회가 처한 고유한 상황들, 도전들, 문화들, 특징들에 대한 경청을 필요로 한다. 실제 의안집은 지역교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12항 참조) 주님은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다양한 실재들 속에서 말씀하시며, 시노드는 이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이 획일성 안에서 연령, 성별, 사회적 조건, 은사, 문화, 언어, 전례 등의 다양성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13항에서 말한 교회의 보편성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 의안집의 서문에서 눈에 띄는 단어들 중의 하나가 바로 ‘보편성’이다. 교회의 보편성은 다양성의 인정과 촉진 속에서 일치를 말하는데, 물론 이 보편성 자체가 성령의 선물이다. 이는 시노드 작업이 지역교회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염두에 두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식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 발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다른 한 발은 앞을 향해 내디디며

의안집 서문은 이 문헌을 시노드의 ‘유일한’ 자료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의안집은 2021년부터 있었던 여정의 열매들이 모두 시노드의 자료가 될 것이며, 특히 의안집에서 언급될 어떤 주제들, 예를 들어 가정, 젊은이라는 주제는 이미 2016년 시노드와 2018년 시노드 최종 문헌 및 후속 교황 권고 등의 구체적 실현을 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15항 참조) 이 말은 시노드가 지금까지 교회가 살아왔고 성찰하고 식별했던 것을 없던 일로 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한 발을 딛고 미래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활동이 될 것을 의미한다. 의안집을 시노드의 ‘보조 자료’라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 문헌 구조와 그 속에 나타난 특징

의안집의 구조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에 영감을 받았다. 2부로 구성된 사목헌장은 1부에서 보편적 이론을, 2부에서 구체적 주제들을 다룬다. 물론 둘은 긴밀이 결합되어 있고, 1부 또한 구체적인 현실 파악에 기초한다. 시노드 의안집도 섹션 A에서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얻어진 열매들, 하느님 백성의 직관들의 특징, 핵심을 서술한다. 섹션 B는 모든 대륙회의에서 두드러졌던 세 가지 중점사항을 대주제로 삼는데, ▲빛나는 친교 ▲사명에 있어 공동책임성 그리고 ▲참여, 책임 및 권위의 임무들이 그것이다. 각 대주제는 다시 5개의 세부 주제로 나뉜다. 특이한 것은 섹션 B가 질문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시노드 회의, 그리고 그룹 작업을 통한 식별과정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의안집은 이 세 주제가 결코 제각각, 혹은 분리된 채 다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섹션 B에서 다룰 각 주제를 ‘전체 전망’, 곧 섹션 A에서 다룬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핵심들과 연결해서 볼 것을 권고한다.

한편, 의안집은 단지 시노드에 모인 사람들만을 위한 자료가 아니라, 각 지역교회, 한국교회 교구, 본당 안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질문을 다룰 수도, 혹은 각 지역교회 상황에 부합하는 질문들을 선별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도 희망의 지평은 열리고, 시노드 여정을 온 교회가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