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고통은 지극히 사적이요 주관적이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상대방이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저자 송봉모 신부(토마스·예수회)는 오래전 고통을 주제로 책을 쓴 적이 있다. 「고통, 그 인간적인 것」이란 제목이었는데, 출간 후 가르치는 대학원생 한 명이 “신부님, 고통이 뭔지 정말 아세요? 그래서 그렇게 고통에 대해 길게 늘어놨나요?”라고 힐문했다.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때까지 힘겹게 살고 있던 학생에게 송봉모 신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난감함을 겪고 나서도 다시금 고통에 대해 쓰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고통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직접 겪는 고통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이라 해도 우리는 그 고통 앞에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답한다. 또 하나는 고통이 인간 실존의 한 부분이며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통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기에, 고통을 해결할 방안이 없을지라도 필연적으로 그것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5부에 걸쳐 고통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안내를 한다.
‘고통에 대한 종교들의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저자는 결국 우리가 고통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우리 삶이 고통으로 점철하는 것임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이미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책장을 넘기며 고통을 통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깊어진다는 사실, 또 이웃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창조적 고통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용, 애도의 과정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