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52)위험을 무릅쓰고 교황의 말을 무시하는 우리 /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4-02-20 수정일 2024-02-20 발행일 2024-02-25 제 338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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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를 못 본 체하고 있을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휴전이 긴급하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미쳐버린 세상을 향해 도덕적 지침을 전하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다. 때론 말이 느려졌고 숨이 가빴지만, 그는 분명 예언자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지난 1월 29일 보도된 인터뷰 기사에서 교황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나의 질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당장 폭탄과 미사일 사용을 멈추고 적대감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가 제3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있다고 계속해서 지적해 온 교황은 이번 인터뷰에서 “전쟁은 막다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은 패배만 남길 뿐”이라며 “이는 모든 이에게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무기를 만들고 파는 이들만 이득을 볼 뿐”이라며 지난 주님 성탄 대축일 우르비 엣 오르비에서처럼 무기업계를 비난했다. 당시 교황은 아주 강한 어조로 무기상들을 비난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교황은 지난 주님 성탄 대축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화의 왕자에게 ‘네’라고 답하는 것은 용기를 내서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승자가 없는 패배이자 용서할 수 없는 어리석은 행동인 전쟁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무기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약하고 충동적이어서, 우리의 손에 죽음의 도구가 있다면 언젠가 우리는 이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무기가 만들어지고 팔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이야기하겠습니까? 오늘날 헤로데 때와 마찬가지로 주님의 빛에 대항하는 악이 위선과 은폐의 그늘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폭력과 살상이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채, 모르는 채 이뤄지고 있습니까? 무기가 아닌 빵을 원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평화를 바랍니다. 이들은 얼마나 많은 공공기금이 무기 사용에 쓰이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이걸 알아야 합니다. 전쟁이라는 꼭두각시 놀음에 얼마나 많은 돈이 쓰이는지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교황의 호소는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누가 이렇게 많은 돈이 무기 생산에 들어가고 있다는 글을 쓰겠는가? 또 누가 그리스도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방위산업기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회사들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할 것인가? 교황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자. “인간의 마음은 약하고 충동적이어서, 우리의 손에 죽음의 도구가 있다면 언젠가 우리는 이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교황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따르는 사람일 뿐이다. 교황은 나자렛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교황은 우리 모두를 한 하느님의 자녀로 보고 피를 흘리는 전쟁은 우리 모두를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전쟁을 멈출 길은 하나, 바로 “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를 통해 연대의식과 인류애를 북돋워야 한다”면서 “형제자매들을 죽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혜롭지만 도전적인 교황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인류라는 ‘가정’을 향한 말이다. 교황은 또 가톨릭신자들을 향해서도 중요한 말을 했다. 교황은 지난해 8월 세계청년대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교회에서 환대받는다”고 말해 가톨릭교회 안에 분란을 일으켰던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비전례적 축복을 허용해 몇몇 가톨릭신자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한 교황의 답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내게 왜 그랬냐고 묻습니다. 나는 이에 복음은 모든 이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답합니다. 그리스도인 생활에 대한 분명한 지침도 필요합니다. 저는 동성 결합을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축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누구는 교회 공동체에 들어올 수 있고 누구는 들어올 수 없다고 리스트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복음이 아닙니다.”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교리에 충실한 전통주의자나, 성소수자들은 교회에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가톨릭신자뿐만이 아니다. 솔직해지자. 우리는 모두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죄가 다른 이의 악과 비교해 더 가볍다고 생각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다른 이보다 더 가치 있게 성체를 모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성체를 모시기에 합당한가?

교황은 다시금 우리 인류와 교회 공동체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모두가 함께 갈 수도 있고, 모두가 한 발짝도 못 움직일 수도 있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