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로마 성모 대성당에 묻히겠다”

입력일 2023-12-19 수정일 2023-12-19 발행일 2023-12-25 제 337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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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강한 유대감’ 이유로 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12일 교황청에서 멕시코 뉴스 방송사 N+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사후에 로마 성모 대성당에 묻히겠다”고 밝혔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후에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겠다는 뜻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성모 대성당(Basilica of St. Mary Major)에 묻히겠다”고 밝혔다.

교황은 자신의 87세 생일인 12월 17일을 앞둔 12일 교황청에서 멕시코 뉴스 방송사 N+와 인터뷰를 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내가 묻힐 장소는 결정돼 있다”며 로마 성모 대성당을 언급했다. 그러나 교황은 “자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노화와 죽음을 생각하고 있지만 사임할 생각은 없다”는 의사도 분명히 전했다.

아울러 고국 아르헨티나의 방문 요청을 언급하며 “내년에는 아르헨티나와 벨기에, 폴리네시아도 방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세 나라 중 “벨기에 방문은 확실하지만 다른 두 나라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령인 관계로 장거리 여행은 재고할 수도 있다”면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묻힌 선임 교황들과 달리 성모 대성당에 묻히기 원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과 성모 대성당 사이의 ‘매우 강한 유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모 대성당에 115회나 방문했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에도 로마를 방문할 때마다 성모 대성당을 찾았다. 교황 선출 후에는 해외 사목방문 전후로 성모 대성당을 찾곤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곳에 묻히겠다고 밝힌 것은 교회 전통에서는 다소 벗어나는 것이다. 1903년에 선종한 레오 13세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성 베드로 대성당에 묻히지 않은 마지막 교황이다. 레오 13세 교황의 무덤은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Basilica of St. John Lateran)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후에 묻힐 로마 성모 대성당에는 모두 6명의 교황이 묻혀 있으며, 마지막으로 이곳에 묻힌 교황은 1669년에 선종한 클레멘스 9세 교황이다.

교황은 자신의 장례예식에 대해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와 검토하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간략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31일 선종해 1주기를 앞두고 있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관련해 “그분과의 관계는 깊고 돈독했으며, 종종 만나 상의를 할 때 ‘생각을 잘 해보라’는 지혜로운 말로 나에게 결정을 맡기셨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며 전임 교황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교황은 사임 가능성을 묻는 N+ 기자의 질문을 받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재임 중에 사임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그분의 용기를 배웠지만 지금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일 로마 성모 대성당의 이콘 ‘로마 백성의 구원자’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