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교회의 몫 / 이승환 기자

이승환 스테파노 기자
입력일 2023-12-12 수정일 2023-12-12 발행일 2023-12-17 제 337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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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잘 다니시고?” “…아뇨. 유아방 생각하면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성당 후배는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몇 년째 ‘쉬고’ 있다. 춥고 어두운 데다 제대도 보이지 않는 구석 골방에서 씨름하다 보면 미사가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지경. 아이가 기도손에 익숙해지며 어린이미사도 ‘가능’하다 싶었는데…. 본당이 미사를 없애고 청년미사에 함께하라는 공지를 냈다. 청년보다 장년이 다수인, 그래서 ‘청년다움’ 없는 엄숙한 미사에 아이와 함께하긴 힘들었다.

후배는 이웃 교회 이야기도 꺼냈다. “예배시간 자녀를 따로 보살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기저귀까지 갈아줄 정도로 케어를 잘하고요. 아이 걱정 잠시 접고 온전히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겠죠. 영어예배에도 꽤 공들여 아이 가진 부모들 사이에선 유명해요.”

교회는 잘하고 성당은 못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닐 터. 젊은 부모들이 왜 성당에 오지 않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정도는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령화도 크게 걱정할 일이나 ‘왜’ 그런지 살펴야 한다.

정준교 다음세대살림연구소장이 12월 7일 한국가톨릭문화원 주최 세미나에서 논평한 내용에는 뼈가 있다. “(그동안) 성당을 지을 때 놀이터 마당을 주차장으로 바꿔왔다. 이제 주차장을 갈아엎고 놀이터로 바꾸는 성당이, 더는 사용하지 않는 유아실을 키즈카페로 바꾸는 성당이 나타나야 한다. 자녀를 하느님 보시기 예쁘게 양육하고자 선택한 부모의 결정이 올바른 것임을 교회는 격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자기 몫을 해내야 한다.”

이승환 스테파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