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함께 걷는 길’은 계속된다

입력일 2023-10-31 수정일 2023-10-31 발행일 2023-11-05 제 336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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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첫 회기가 10월 29일 마무리됐다. 이번 시노드는 이전의 시노드들과는 많은 면에서 차별화된다. 우선 이전의 시노드와는 달리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느님 백성 전체의 광범위한 경청 과정을 그 시작으로 했다. 본회의가 2년에 걸쳐 두 차례 열리고, 여성을 포함해 평신도들이 투표권을 가진 온전한 대의원의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특별히 이번 시노드에서는 이전에는 터부시됐던, 당연하게 부정됐던 많은 첨예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담대하게 논의됐다. 교회 안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과 평신도의 더 적극적인 참여의 보장, 여성 부제 서품의 가능성, 성 소수자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 사제 성추행 등 뜨거운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됐다.

담대한 논의가 보장되고 권고됐던 만큼, 시노드에 대한 거부 반응도 없지 않았다. 혹자는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에 바탕을 둔 신앙에서 어긋나는 일이라는 비난도 서슴지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견과 긴장 역시 시노드의 본질적 구성 요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첫 회기를 마치면서 “오늘 온전한 열매를 보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좁은 시야를 넓혀 우리 앞에 펼쳐진 지평을 바라보자”고 말했다. 사실상 이 회기에서 많은 논의들이 완결되지 않았다. 2024년 마지막 회기는 좀 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논의들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계속해서 이어질 시노드 교회 건설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함께 걷는 길’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