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1) 교회 내 여성과 시노달리타스(상)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장)
입력일 2023-10-04 수정일 2023-10-04 발행일 2023-10-08 제 3362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길, 여성의 참여는 당연한 일이다
비주교 시노드 대의원 절반이 여성
사상 최초 동등한 투표권 갖고 참여 

여성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지만
의사 결정·통솔은 대부분 남성 중심
교황청 고위직 여성 지도자 임명 등
여성 역할 확대 노력 이뤄지는 중

※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연희동본당 청년미사에서 여성 청년 복사들이 전례 봉사를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참여하는 주교시노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직후 주교단의 단체성을 실현할 협력과 자문기구로 설립된 세계주교시노드는 그야말로 주교들의 회의였기에, 그동안 주교가 아닌 이들은 회의를 참관할 수는 있어도 투표권을 갖고 논의에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노드는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가 아닌 사제, 평신도, 수도자들도 논의에 참여하도록 투표권을 부여했고, 특히 주교가 아닌 대의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해 54명의 여성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시노드는 여성이 동등한 투표권을 갖고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주교시노드에서 여성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2021년 초 세계주교시노드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장으로 나탈리 베카르 수녀가 임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주교시노드 투표권이 있는 사무국장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비록 한 명이라도 여성이 주교시노드에 참여하게 된 상징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톨릭교회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보았는데, 실제 본회의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여성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성 목사를 안수하는 국내 한 개신교단의 총회에서 대의원 중 여성 비율이 채 5%에 미치지 못하기에 향후 10년 내로 이 비율을 10%로 늘리는 것이 주요 과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여성 성직자도 없는 가톨릭교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주교시노드의 대의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놀라운데, 그 비율이 10%가 훌쩍 넘는다. 이 여성들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몹시 기대된다.

■ 교회 안의 다양한 직무와 여성

이번 주교시노드의 주제나 과정은 모두 ‘시노달리타스’, 즉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길을 배우고 경험하여 이를 “교회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이 시노달리타스이기에, 하느님 백성인 평신도, 특히 여성이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성은 교회 구성원의 다수일 뿐 아니라, 전례 참여나 교리 교육, 기도, 봉사 등 다양한 교회 활동에서도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회의 주요 의사 결정이나 통솔의 역할에서는 여성이 참여할 여지가 없거나 그 직무가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9일 시노드 개막 연설에서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는 많은 사목 종사자, 교구와 본당 자문기구들의 구성원들, 빈번히 변두리로 밀려나는 여성들이 느끼는 좌절과 불안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의무입니다!”라고 밝혔다.

교회의 사명은 직무 사제직의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는 성직자뿐 아니라, 세례를 받은 모든 이가 성령께서 부여해 주신 다양한 은총과 은사를 나누는 친교와 참여 속에서 실현된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의 결정과 통솔은 주로 직무 사제직을 맡은 성직자가 주도했고, 다른 구성원들의 은사와 직무는 동등한 위상으로 존중받거나 동등하게 참여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여성이 성품성사를 받을 수 없는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성직 중심의 교회는 곧 남성 중심의 교회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직무가 서로 다른 은사를 나누는 섬김과 봉사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를 교회 구조와 제도 안에서 실현하고자 구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시노드 자체가 대표적으로 그러한 시도이지만, 그에 앞서 교회의 공적 직무인 독서직과 시종직을 여성 평신도에게도 수여하게 확대하고, 교황청 조직을 부서로 개편하며 책임자를 성직자가 아니라 평신도도 맡을 수 있게 규정을 바꾼 일 등도 그러한 지향을 드러낸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사무국장인 나탈리 수녀 외에도 바티칸 박물관 관장, 국무원 등 교황청 주요 부서의 고위직에 여성 지도자를 여럿 임명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차관 두 명이 모두 여성이다. 특히 2020년에는 7명의 추기경과 7명의 평신도로 구성되는 교황청 재무평의회에 평신도 7명 중 6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조만간 교황청 첫 여성 장관이 임명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교황은 이렇게 교회의 의사 결정과 통솔 직무에 여성의 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그 여성들이 해당 직무를 맡을 자격도 충분하고 관리라는 측면에서 더 탁월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공간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과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 여성들이 기쁘게 자신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교회를 향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서는 이렇게 교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직무와 은사를 함께 나누며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안건은 2021년 10월 각 지역교회에서부터 시작되어 대륙별 회의로 이어진 시노드 여정 속에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경청의 결과를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의안집」에 제시됐다.

의안집 제1부에서는 시노드 정신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확인하면서,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요 형제자매로서 공동의 품위를 지니고 있고, 각자의 은사를 나누며 친교와 사명에 참여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데 대한 참회와 용서를 청하며, 교회 구성원들이 공동 책임성을 갖고 자신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 구조, 절차를 만들고자 하는 지향을 명확히 한다.

아울러 의안집 제2부에서는 ‘친교, 사명, 참여’라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세 가지 우선적 질문과 관련해 각각 다섯 가지 ‘작업 목록’을 제시했고, 본회의에서는 이 작업 목록에서 제안한 총 15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식별하고 성찰하며 깊이 논의하고 있다. 이중 ‘사명’과 관련한 다섯 가지 작업 목록 중 하나가 “우리 시대의 교회는 어떻게 여성들이 세례성사로 받은 품위를 더 많이 인정하고 증진함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더 잘 수행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여성들은 “사회와 교회가 모든 여성을 위하여 성장, 능동적 참여 그리고 건강한 소속의 장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번 본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