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전교의 달 특집] 선교사제는 왜 일본에 갔을까(상)

일본 나가사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10-04 수정일 2023-10-04 발행일 2023-10-08 제 3362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뭄 속 단비’처럼 침체된 일본교회에 새 활력 불어 넣어
해마다 신자 수는 감소하고
사제 부족해 여러 본당 사목
전국에서 모인 소신학생 7명
성소 꿈 키워 나가도록 지원

후쿠오카교구 다케오성당에서 이한웅 신부가 신자들과 오전 7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는 단 2명 뿐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한국 사제들이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보다도 먼저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고, 혹독한 200년의 박해를 견뎌낸 신앙을 지닌 나라, 경제적으로도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이 나라에서 한국 사제들은 어떤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대구대교구가 일본에 파견한 선교사제, 나가사키대교구의 김봄(요셉)·남시진(스테파노) 신부, 후쿠오카교구의 이한웅(요한 사도)·정원철(마르첼리노 아파메아) 신부의 선교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여러 본당을 사목하는 사제들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 다케오성당. 다다미가 깔린 이 일본식 목조건물에서는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이한웅(요한 사도) 신부와 신자들의 미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본 나가사키를 비롯해 나가사키 인근 지역 많은 본당들은 대부분 매일 새벽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하루의 가장 첫 일을 새벽미사 봉헌으로 시작하는 것이 예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아온 일본 신자들의 중요한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 다케오본당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단 2명뿐. 처음부터 이렇게 신자 수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60년이란 역사를 지닌 본당이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선교의 어려움 등으로 점차 신자가 감소했다. 본당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20여 명, 그마저도 지난해 이 신부가 부임하면서 10여 명 늘어난 수다.

새벽미사를 마친 이 신부는 이내 다케오성당에서 약 17㎞가량 떨어진 가시마성당으로 향했다. 유치원으로 출근하기 위해서다. 이 신부는 다케오본당과 더불어 가시마본당 주임, 가시마가톨릭유치원 원장을 겸하고 있다. 신부가 부족한 일본에서는 신부 한 명이 2~3개의 본당을 맡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시마본당 신자 수는 다케오성당보다 적은 20명가량,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 유치원 종교교육 시간이 가시마성당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간이다.

이 신부가 사목하는 두 본당만이 아니다. 일본 신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일본 주교회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신자 수는 42만2450명, 인구 대비 0.335%였다. 그래도 10년 전까지는 0.35%대를 오르내렸지만, 2013년 0.346%로 떨어진 이래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일본 신학교를 경험한 남시진 신부는 일본 성소자들의 생활이나 어려움, 고민 등에 더 가까이 다가가주고 있다. 일본 소신학생들과 아침식사를 하는 남 신부.

■ 성소를 일구다

나가사키시 하시구치마치 10-7. 남시진 신부가 7명의 학생들과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다. 남 신부와 격의 없이 농을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친한 형·동생 같다. 남 신부는 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할 서류나 비용을 준비해주고 등교 배웅을 하는 등 학생들을 살뜰히 챙긴다.

7명의 학생들은 소신학생. 바로 대신학교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들이다. 대구대교구에서 운영하던 베드로관 소신학교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남 신부는 소신학생들이 더욱 각별하다. 또 남 신부를 비롯해 대구대교구에서 일본 선교를 하고 있는 4명의 사제들은 모두 신학생 시절 일본에 파견돼, 일본 신학교에서 신학을 배우고 사제품을 받았기에, 일본 성소자들의 생활이나 어려움, 고민 등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소신학생 7명은 한 교구가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소신학생들이다. 대신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일본 전국의 교구 소속 신학생 수는 38명, 그중 일본 국적 신학생은 17명이다. 나머지 21명은 외국 국적 신학생이다. 계속 이대로 간다면 일본교회는 일본인 사제보다 외국인 사제가 더 많아진다.

이런 일본교회의 상황에서 한국 신부들의 활동은 교구에게도 신자들에게도 가뭄의 단비 같다. 특히 고령화되고 있는 일본인 사제들에 비해 젊고, 같은 동아시아인으로서 언어·문화의 이해가 높은 한국 사제는 일본 선교에 유리하다.

니토다 데루코(마리아·77·후쿠오카교구 다케오본당)씨는 “이한웅 신부님이 오시고 나서 신자들이, 특히 젊은 신자들이 늘었다”면서 “일본 신부님들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은데, 이 신부님은 열심히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이해하기 쉽게 강론을 풀어주셔서 신자들이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웅 신부는 다케오·가시마본당 주임, 가시마가톨릭유치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신부가 가시마가톨릭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일본 나가사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