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日 교회, 관동 대지진 100주년 맞아 각각 성명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9-05 수정일 2023-09-05 발행일 2023-09-10 제 335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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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학살 진상 규명 촉구

한국과 일본교회가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일본 관동 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정부에 대지진 기간 중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일본가톨릭주교협의회 사회주교위원회(이하 일본 사회주교위)는 9월 1일 위원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 부위원장 나루이 다이스케 주교 및 위원 주교단 이름으로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 사회주교위는 성명서에서 “관동 대지진으로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 운동가, 그리고 조선인으로 오인된 일본인 등이 일본 군대와 경찰, 민중들에 의해 학살당했다”며 “특히 조선인과 중국인 희생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름과 인원수 등 실태를 조사 중이라고 대답만 한 채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이하 한국 사회주교위)도 9월 4일 위원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와 위원 주교단 명의로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일본가톨릭주교협의회 사회주교위원회의 성명을 환영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 사회주교위는 “일본 사회주교위의 이번 성명은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국가적 양심과 인간 존엄의 중요성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일본 사회주교위는 성명서에서 “양심적인 시민과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학살 실태에 관한 기록이 축적됐다”면서 “이에 따르면 정부와 군대, 경찰 등에서 퍼뜨린 허위 정보로 자경단 등이 학살에 가담했고, 일본 정부가 사건 은폐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조선인들을 향한 이유 없는 차별 감정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조선 학교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언행이 만연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사회주교위는 성명서를 마무리하며 “관동 대지진 100년을 맞이하는 올해,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할 것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매년 도쿄도 스미다구에서 열리고 있는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 발송을 재개하고 추도식을 지원할 것”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요구했다.

한국 사회주교위 역시 “일본 사회주교위 성명은 인종과 국가, 종교와 신념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는 일에 우리 모두를 형제로 초대하면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진 불행한 ‘어제’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언제든 ‘오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