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 여성 평신도 최초로 교회법 박사학위 받은 박수현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4-04 수정일 2023-04-04 발행일 2023-04-09 제 3338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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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하느님의 사랑과 가르침 안내하는 길잡이”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서 학위
교회 안 어려움에 처한 이들 도울 계획
교구 법원 등에서 평신도 역할 확대되길

“평신도가 교회법을 연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전공을 결정하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명의식을 갖고 오롯이 하느님께 의탁하기로 용기를 냈습니다.”

박수현(로사리아·33)씨는 지난 3월 28일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회법과 한국, 중국, 일본의 혼인제도 안에서 가족관계로 인한 혼인장애 문제’를 주제로 쓴 박사 논문 심사를 통과해 한국 여성 평신도로서는 첫 교회법 박사가 됐다. 박사 논문 심사를 받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한국 여성 평신도 중 첫 교회법 박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박수현씨가 그레고리오 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교회법 과목을 처음 수강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교회법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학부를 졸업할 때 교회법 예비과정을 마친 뒤 교회법 석사 과정을 이어나갔다.

“교회법을 공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신부님들입니다. 교회법 전공자 동기 중에서 여학생은 저 혼자였고, 개강하는 날 신부님들로 가득한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당황스럽고 막막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러 걱정과 부담이 컸지만 주변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배려 속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낯선 타지 생활과 언어의 어려움이 컸던 것은 물론, 교회법 전공과정에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많았다. 교회법 전문용어와 교회법전 이해에 필수인 라틴어 공부에도 매진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계적인 교과 과정을 밟아 나가며 교회법의 연구 범위가 깊어졌고, 교령이나 재판 판결문, 교황청의 다양한 부서에 전달하는 공문서 작성법을 배우며 실무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학위 과정 중에 몰타대교구 2심 법원에서 6개월 동안 실제 판결문을 작성하는 실습을 했던 것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법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기 쉽지만 교회법은 신앙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가르침을 안내하는 길잡이이자 가시적인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신앙 안에서 교회법이 갖는 가장 아름다운 의미는 신앙의 규범이자 교훈인 십계명과 하느님이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 주신 자연법과 양심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박씨는 향후 교회법을 활용할 수 있는 교회 법원에서나 후학 양성 등 교회법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 「사랑의 기쁨」, 자의교서 「온유한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에서 강조한 것처럼 교회 안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우며 충실히 봉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교회법은 인간 영혼 구원을 최고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생활에서 지향해야 하는 최고 목적이기도 합니다. 교황청이나 유럽교회 교구 법원에는 많은 평신도 교회법 전공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역할도 지금보다 더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