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르포] 태국 방콕서 열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편집회의를 가다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3-03-07 수정일 2023-03-07 발행일 2023-03-12 제 333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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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매체… “아시아교회 알리는 게 우리 사명입니다”

1979년 메리놀회 사제가 설립
현재 23개국서 60여 명 근무 중
매일 20여 꼭지 홈페이지에 보도

2월 25일 태국 방콕의 성 가브리엘 재단 인간개발센터에서 열린 UCAN 편집회의 중 기자들과 이사진이 2023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교회에 도움이 되는 뉴스와 트렌드를 전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시아가톨릭뉴스(Union of Catholic Asian News, 이하 UCAN)의 사명선언문이다. UCAN은 1979년 설립 이래 아시아 지역 30여 개 나라의 소식을 기사와 논평, 기획 특집 등으로 알리며 이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 24~2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UCAN 편집회의(Editorial Meeting)를 통해 미디어 사도로 아시아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는 UCAN의 활동을 전한다.

열정 가득한 UCAN 기자들

“어떤 것이 UCAN 기사가 될 수 있을까요?”

2월 24일 태국 방콕 성 가브리엘 재단 인간개발센터에 아시아 각 지역에서 온 9명의 UCAN 기자들이 모였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기사 소재를 찾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캄보디아에서 온 카냐 커오 기자는 “캄보디아교회는 작은 공동체”라며 “이 작은 공동체의 소식이 세계의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 출신의 크리스토퍼 조셉 에디터는 “우리가 캄보디아교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따라서 캄보디아교회의 본당 소식, 신자들의 삶 등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북돋웠다.

필리핀교회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많은 이들이 필리핀은 가톨릭신자가 대다수인 가톨릭국가로 잘 알고 있고, 필리핀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교회 소식을 알 수 있다. 필리핀에서 온 조셉 피터 칼레하 기자는 “필리핀 주교회의를 비롯해 각 교구가 다양한 행사를 벌이지만, 모든 것이 다 UCAN 기사가 될 수는 없다”면서 “새롭고 국제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찾는 것부터가 숙제”라고 말했다.

편집회의는 기사 소재 찾기에서 올해 진행할 새로운 기획 논의로 이어졌다. UCAN은 현재 사순 시기 기획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을 예정인 예비 신자의 릴레이 인터뷰를 각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다. 복음화율이 3%대 불과한 아시아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회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의에서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 사목 활동과 플라스틱 사용으로 피해를 입는 신자들의 이야기를 올해 특집 기획 기사로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2월 25일 태국 방콕 성 가브리엘 재단 인간개발센터에 열린 UCAN 편집회의 중 필리핀의 조셉 피터 칼레하 기자(왼쪽부터)와 크리스토퍼 로어티 에디터와 크리스토퍼 조셉 에디터와 함께 기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교회라는 모자이크 완성을 위해

UCAN은 매년 아시아 각 지역의 기자들을 방콕으로 초대해 편집회의를 연다. 각 나라 교회의 현황을 서로 나누고 각 기자의 활동을 점검하는 자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얼굴을 맞대며 모일 수 있었다.

편집회의는 새로 UCAN 기자가 된 이들에게는 기자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커오 기자가 그런 경우다. 시그니스 아시아 총무로도 일하고 있는 커오 기자는 10여 년 전 잠시 UCAN에 기사를 쓴 적이 있지만, 이후 캄보디아 국내 사정으로 UCAN과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다시 활동하게 됐다.

커오 기자는 “이번 모임은 어떤 것이 국제 독자들을 위한 기사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빨리 캄보디아로 돌아가 우리 교회의 활동을 취재, 기사로 작성해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셉 에디터는 “UCAN은 아시아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소식을 통해 각국 교회라는 모자이크를 완성하고, 또 아시아교회의 얼굴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기사 하나하나가 모자이크 조각”이라며 “이 조각들을 모아 아시아교회라는 하나의 큰 모자이크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를 통한 아시아복음화에 나서는 UCAN

UCAN은 1979년 당시 홍콩교구 사회홍보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메리놀 외방 전교회의 고(故) 로버트 아스토리노 신부가 설립했다. 이후 40년 넘게 가톨릭교회의 소식과 활동을 전하며 아시아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가톨릭 매체이며,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매체로 성장했다.

현재 아시아 23개국에서 60여 명의 기자와 에디터, 행정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홈페이지(www.ucanews.com)를 통해 매일 20여 꼭지의 기사를 전하고 있다. 2022년에만 4207개의 기사를 게재했으며, 매일 전 세계에서 1만6000여 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또한 본지를 포함해 프랑스 바야르 출판사가 운영하는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예수회의 ‘라 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 등 전 세계의 유수한 가톨릭 언론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사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UCAN은 앞으로 기자들의 활동이 저조한 지역 소식을 보강하기 위해 네트워크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 한국교회의 경우, 2016년에 맺고 2022년 갱신한 본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UCAN 고유의 한국교회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UCAN에 소식을 전할 기자를 찾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서비스를 중단한 한국어판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며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UCAN으로서는 비용 충당에 고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후원기관의 급감으로 UCAN은 방콕과 홍콩에 있던 편집본부와 행정본부 사무실을 없애고 각 지국 사무실도 폐쇄했다. 직원들은 사무실도 없이 각자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아시아의 유력 영자지 편집장 출신으로 현재 UCAN 이사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우리 기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훌륭하게 아시아복음화 사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영진은 UCAN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월 25일 태국 방콕의 성 가브리엘 재단 인간개발센터에서 열린 UCAN 편집회의 후 기자들과 이사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