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인류를 위하여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8-31 수정일 2022-08-31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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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PTV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제목은 ‘For All Mankind’(모든 인류를 위하여).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처음에는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해 지구인 모두가 합심해 싸우는 SF(공상과학) 드라마인가 생각했지만 내용은 그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미국의 NASA(미국항공우주국)를 배경으로 소련과 경쟁적으로 진행했던 우주개발 과정, 우주 비행사와 그 가족들의 위태로운 삶을 담고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우주개발이 시작되던 1969년부터 그 이후 과정을 다양한 영상과 음성, 갖가지 소품들로도 보여 주고 있어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큰 감동을 받고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도 담고 있어 애국심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아폴로호 우주인들 중 실제 6ㆍ25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드라마 중간마다 ‘한국’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드라마는 소련의 유인 우주선 달 착륙 성공 장면과 낙심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소련의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먼저 성공하자 미국의 신문들은 ‘Red Moon’(붉은 달)이라고 표현하며 실망과 함께 미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후발 주자인 NASA가 아폴로 11호를 통해 두 번째 유인착륙을 준비하며 소련을 뒤따라가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정치가 개입하고 과학적 순수함이 군사적인 측면과 섞이면서 갈등하기도 합니다. 무주공산과 같은 달에서 리튬광맥을 발견하게 되자 이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충돌도 발생합니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화성탐사에까지 경쟁을 벌이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나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해 봤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은 아폴로 11호의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평화의 목적으로 왔다’라는 기념문구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리튬광맥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모든 것들의 시작은 ‘인류를 위하여’라는 거창함에 있지만 그 진행 과정에서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충돌이 지속됩니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가 송아지와 함께 풀을 뜯는’(이사 11,6) 때가 올는지 궁금합니다. 드라마에서는 달나라에 가서도 싸웠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가면 우리는 싸우지 않을까요?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