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6-07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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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님 시복 염원 일어나고 있어… 삶과 영성 본받자”
명동대성당 들머리 시비 제막

6월 5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고(故) 김수환 추기경(스테파노·1922~2009)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과 대구, 군위 등지에서 김 추기경을 기리고 그 삶을 본받기로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는 6월 5일 낮 12시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시비(詩碑)’ 제막식을 열었다.

미사를 주례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무척 암울했던 독재 체제에 있을 때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해주시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주셨다”며 “신앙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이 되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종하신 지 13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추모와 존경의 여운이 계속 이어지며 추기경님의 시복을 위한 신자들의 염원도 교회 안에 일고 있다”며 “이 열기가 우리 신자 개개인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시복의 운동이 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6월 5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시비’ 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미사 후 열린 시비 제막식과 축복식에는 서울대교구 중서울지역 및 해외선교·수도회 담당 교구장대리 구요비(욥) 주교, 명동대성당 주임 조학문(바오로) 신부, 대변인 허영엽(마티아) 신부 등 교구 사제들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시를 영문으로 번역한 안선재 수사(Anthony Graham Teague, 떼제공동체)가 함께했다.

시비는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시비에는 정호승 시인이 2009년 김 추기경이 선종하자 추모의 뜻을 담아 쓴 시 ‘명동성당’이 국문과 영문으로 새겨졌다.

시비는 명동대성당 복원 과정에서 발굴된 돌을 활용해 제작했다. 명동대성당을 상징화한 시비는 우측 돌로 ‘거룩한 교회’를, 좌측 돌로 ‘김 추기경을 비롯한 우리들’을 나타내고 있다. 하단부에는 붉은색 돌과 초록색 돌을 흐르듯이 표현해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교회와 이를 양분으로 성장해 사랑과 희망의 선교로 이어지는 교회를 표현했다.

정호승 시인은 “명동대성당 시비 축복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며 일생의 축복”이라며 “앞으로 명동성당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기쁨이 되고 기도가 되고 평화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시비가 명동대성당을 찾는 많은 분들, 특히 비신자와 외국인들에게도 위로와 힘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6월 6일 교구 성모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김 추기경의 고향 대구와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군위에서도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가 거행됐다. 김 추기경은 1922년 대구 남산동 대구대교구청 인근에서 출생했으며, 경북 군위군 군위읍 용대리의 작은 초가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구대교구는 6월 6일 오전 11시 대교구청 내 성모당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조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김 추기경 시복 여론에 대해 언급했다. 조 대주교는 “순교자가 아닌 사람이 그 삶을 훌륭하게 살아서 복자가 되고 성인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정말 시복이 된다면 우리로서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조 대주교는 또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가르침을 세상에 각인시켰던 김 추기경을 본받자며 “우리도 추기경님을 본받고 그분의 삶을 따라 살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미사에는 김 추기경이 김천황금본당 주임 시절 유일하게 신학교 추천서를 써준 인연이 있는 왕영수 신부(프란치스코 하비에르·부산교구 원로사목자)도 함께했다. 왕 신부는 미사 중 김 추기경과의 추억을 소개하며 “평생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님을 본받아 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왕 신부는 최근 모교인 성의학교의 남녀학교 통합 장학재단법인 ‘성의장학회’ 설립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한 바 있다. 왕 신부는 김 추기경 시복에 대해서도 대구대교구 신자들이 앞장선다면 시복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교구는 또 같은 날 오후 3시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에서 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