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번째 선물이다. 정진석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사진)은 해마다 12월 6일 ‘니콜라오’ 성인 축일이면 신자들에게 선물을 내놓았다.
개개인의 신앙생활에 든든한 길라잡이가 되는 책 선물이다. 55년째 빠짐없이 이어지면서, 정 추기경의 선물을 마치 니콜라오 성인이 전해주던 성탄 선물처럼 기다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니콜라오 성인은 ‘산타클로스’의 기원이 된 인물로, 정 추기경의 세례명도 니콜라오다.
올해는 지난 85년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쓴 수필집 「질그릇의 노래」(224쪽/ 1만3000원/ 가톨릭출판사)를 선보였다.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이야기하듯, 친절하고 다정한 어조로 풀어낸 책이다.
제1장 ‘밝은 인생’에 이어 ‘슬기로운 인생의 길’, ‘행복한 가정’, ‘은혜로운 삶’, ‘정겨운 삶’ 등 5개의 장에 50가지 글을 담아냈다. 정 추기경이 이번 수필집을 통해 신자들과 나누는 주제는 ‘행복한 삶’으로 집약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나 불행하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이나,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원리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떠날 때, 행복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일생을 산 사람일 것입니다.”
정 추기경은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겸손과 희생을 통해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권한다.
추기경의 영적 고찰을 담아낸 글이지만, 자신의 경험담과 직접 마주했던 인물들에 관한 일화, 라틴어 격언이나 다양한 비유 등을 덧붙여,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발생했던 한국사회의 변화와 이로 인한 갈등에 대한 추기경의 감상 또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삶의 여정에서 켜켜이 쌓아온 지혜와 사제로서의 성찰 또한 행간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정 추기경은 이 책에 관해 “노년의 감상을 모아 쓴 수필집”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