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진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의정부교구 관산동본당, 첫 영성체날 포토테이블에 푸드트럭까지?

첫영성체 날 관산동성당 입구 포토테이블 관산동본당 제공 성체를 처음 받아 모시는 첫영성체 날. 의정부교구 관산동본당(주임 나인구 스테파노 신부) 어린이들은 여느 본당 아이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케이크를 자른다. 여기에 더해 본당으로부터 특별한 첫영성체 날 추억을 선물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본당은 첫영성체 날 성당 입구에 돌잔치나 결혼식을 방불케하는 포토테이블을 꾸린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담긴 사진을 전시해 신자들에게 아이의 역사를 보여주려는 뜻이다. 주임 나인구 신부는 “세례 후 첫영성체를 하는 것은 교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있다”며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에게 신앙을 전수받으며 자라온 역사를 공동체가 사진으로 보며 함께 축하해 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지난해부터 첫영성체 어린이들을 사진관에 데려가 십자가, 성작, 성합을 두고 기념 독사진과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있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성당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려는 어린이 사목의 하나다. 처음으로 예수님을 모시는 순간인 첫영성체 날에는 아이가 온전히 주인공이 돼야 하고, 다른 어떤 행사보다도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취지다. 나 신부는 “제가 첫영성체를 할 때 큰 홀에서 왕관을 쓰고 파티를 했는데, 많은 성당 어른이 모여 축하해 주신 기억이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남아 있다”며 “그 기억을 아이들에게 똑같이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생소해하던 부모들도 점차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월 26일 진행한 첫영성체 날에는 부모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푸드트럭도 봉헌했다. 어린이들에게 최고 인기 간식인 탕후루와 회오리감자를 나눠주며 다른 아이들도 이날을 잔치처럼 여기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은주(베로니카·43)씨는 “신앙생활을 하며 처음 경험한 이벤트에 감동했다”며 “저희 딸도 성당에서 해주는 행사를 ‘자신만의 예식’으로 여기며 행복해하고, 학교 친구들에게도 매일 자랑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당에서 환대를 받아본 딸이 다른 친구들의 첫영성체 날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함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이 행사가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 신부는 본당에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마련했고 영유아미사도 계획하고 있다. 본당의 어린이 친화적 사목이 이어지며 어린 자녀를 성당에 데리고 나오는 부모도 늘었다. 나 신부는 “성당에 대한 좋은 기억은 어린이들이 예수님을 더 가깝게 생각하고 신앙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돼준다”며 “어린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고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어른이 되기에 그들이 좋은 기억을 품으며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물도록 교회 공동체가 함께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영성체 날 본당 마당에 세워진 푸드트럭. 의정부교구 관산동본당 제공

2023-12-19

2023 가톨릭 문화·출판 결산

왼쪽부터 1973년 최종태 작가의 첫 교회 조각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 서울 혜화동성당에 설치된 이남규 화백의 ‘소화 데레사’ 1989년 작. 의정부교구 능곡성당에서 열린 ‘여걸 강완숙 골룸바’ 공연. 엔데믹 이후, 움츠러들었던 문화계도 기지개를 켰다. 2023년에는 교회 안의 굵직한 역사를 기념하고 신앙의 모범이 된 인물을 기리는 문화 활동, 교회 예술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을 기억하는 전시가 연이어 펼쳐졌다. 성미술 선구자들을 기억하다 올해는 한국의 스테인드글라스 선구자 고(故) 이남규(루카) 화백 선종 30주기였다. 이 화백은 1968년 우리나라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을 시작했고, 50곳 넘는 성당과 성지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남겼다. 30주기를 맞아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은 지난 9월 이남규 30주기 기념전 ‘생명의 빛–위로와 환희’를 펼쳤다. 작가가 빛으로 표현한 신앙의 여정을 따라가는 전시였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 화백의 작품, 여러 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밑그림과 작품 사진, 이 화백을 이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전시를 통해 많은 이가 이남규 화백의 예술혼과 빛의 예술에 담은 신앙을 묵상했다. 한국 조각계 원로 최종태(요셉)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열렸다.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7~12월 최종태 작가 초대전 ‘50년 만의 초대’를 개최했다. 최 작가는 1970년대 처음으로 교회 조각을 시작했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성상에 입히며 한국교회 조각의 토착화를 구현했고, 이 과정에서 서구의 정형화된 성상에서 벗어나 교회미술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시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각과 회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최종태 작가의 장르별 대표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50년 구도(求道) 여정을 반추하도록 도왔다. 수교 역사 기념하고, 신앙의 모범 예술로 기리다 2023년은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이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10~12월 이를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모든 이를 위하여’를 마련하고 다양한 유물과 문서 자료를 통해 양국 관계를 톺아봤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도 6월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한국-바티칸 외교 수립 60주년 기념전’을 펼치며 주한 교황청대사관 소장품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앙의 모범이 되는 인물들을 예술 활동으로 기리는 작업들도 이뤄졌다.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시복 움직임이 일며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10월 인간 안중근의 삶을 그린 음악극 ‘안중근의 고백(Go Back)’을 제작하고 전국 투어를 했다. 이에 앞서 신앙인이자 민족 영웅으로서 안중근을 다룬 영화 ‘영웅’도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여걸 강완숙 골룸바’도 제작했다. 한국교회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던 복자 강완숙의 삶을 다룬 음악극이다. 관람을 원하는 본당이나 단체로 찾아가는 공연으로 30차례 이상 순회공연을 펼치며 신자들에게 순교자들의 정신을 알리고 신앙을 북돋웠다. 2021년 유해가 발견된 한국교회 첫 순교자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윤지헌(프란치스코) 등 세 복자를 기리는 성당들도 눈길을 끌었다.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화백은 9월 봉헌된 권상연성당 제대 십자고상부터 성수대, 십자가의 길,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모든 성물을 제작해 교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인천가톨릭대학교 부설 스테인드글라스 연구소도 윤지충성당에 세 복자의 삶과 순교 정신을 담은 스테인드글라스 설치를 마쳤다. 왼쪽부터「교부들의 그리스도론」, 「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광암 이벽」,「불멸의 노래」. 가톨릭 정신을 되새기다 코로나19로 교회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이런 배경 속에서 더 그리스도교적이고 가톨릭정신을 새롭게 하는 책들의 출간이 활발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선보일지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신학과 신앙의 만남을 시도하는 책들이 눈길을 모았다. 「교부들의 그리스도론」(가톨릭출판사)은 교부들과 세상 가운데서 가톨릭교회 정신을 선포한 신학자들의 뜨거운 신앙 고백을 담았고, 「믿음 안에 굳건히 머무르십시오」(가톨릭출판사)와 「발타사르, 예수를 읽다」(가톨릭출판사) 등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추기경의 저서는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북돋웠다. 특별히 「그리스도교의 오후」(분도출판사)는 팬데믹 이후 경제 문화적으로 상처입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영성을 제시했다.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 팬데믹으로 정서적인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다독이는 도서들의 발행도 눈에 띈다. 「힘들 때 이런 음악 어때요」(분도출판사)와 「신뢰,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성서와함께), 「계절과음표들-마음을 일으키는 힘」(책밥상), 「겸손의 규칙-성 베네딕도와 함께하는 자존감 수업」(분도출판사) 등은 음악과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서 내용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시기를 힘겹게 견뎠던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건넸다. 한국교회 역사소설 2021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며 김대건 성인은 물론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에 대한 현양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한국교회사 및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면에서 관련 문학 작품이나 영화, 방송 콘텐츠의 제작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바오로딸은 「길이 된 세 청년」(개정판)과 「차쿠의 아침 마지막 이야기」, 「광암 이벽」을 출간했다. 「차쿠의 아침」 후속편인 「차쿠의 아침 마지막 이야기」는 최양업 신부를 널리 알리는 한편 후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고, 「광암 이벽」은 소재만으로도 독자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사랑과 혁명」(해냄)과 「불멸의 노래」(책마실) 등은 초기 조선천주교회를 다룬 대하소설로 큰 관심을 일으켰다. 류은경(보나) 작가는 「불멸의 노래」와 더불어 병인박해 무명 순교자를 다룬 「해미」(흐름출판사)도 출간했다. 순례 에세이 「내가 떠난 새벽길」(생활성서)은 브뤼기에르 주교·최양업 신부의 영적 발자취와 선교 여정을 담아 특별함을 주었다. 환경위기, 과학과 신학의 만남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지구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공동의 집 지구 생태환경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졌다. 「내가 원전을 멈춰 세운 이유」(생활성서)와 「생태 사상의 선구자 토마스 베리 평전」(파스카)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과 종교, 신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흐름도 읽혔다. 「과학과 종교, 두 세계의 대화」(가톨릭대학교 출판부)와 「물리학, 철학 그리고 신학-이해를 위한 공동 탐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과학 시대에도 신앙은 필요한가」(생활성서) 등이 출판돼 과학과 종교 사이의 관계와 이해를 도모했다.

2023-12-19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바티칸에 서다’ 전시 여는 한진섭 작가

한진섭 작가가 12월 14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 중 김대건 신부 성상의 한복 바지 주름을 가리키며 정교하게 조각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작업하며 매 순간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그것이 전시를 통해 작업 이면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이고요. 관람객들이 하느님의 섭리처럼 펼쳐진 일들을 마주하며 김대건 신부님께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진섭(요셉) 작가는 지난 9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외부 벽감에 세워진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석상을 조각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아시아 성인상이 세워진 것은 최초다. 한 작가는 1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바티칸에 서다’ 전시를 연다. 10년 만에 펼치는 개인전으로, 김대건 신부 성상을 세운 과정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가 추구해 온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작업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대건 신부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며 시작됐다. 1전시장은 성상을 제작·설치한 과정을 사진과 연표로 보는 아카이빙 형태 전시다. 교황청에 제출한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4가지 시안도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사에서 촬영한 축복식 현장 영상과 사진도 벽면을 장식해 그날의 감동을 생생히 전한다. 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한 성상과 동일한 형태로 60㎝ 조각상을 제작했다. 갓과 도포, 영대, 한복 바지까지 딱딱한 돌을 깎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 2·3전시장에서는 60㎝ 조각상과 그동안 작업한 소품 위주 종교 조각 3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한 작가 작품의 특징은 인체를 단순화시키며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딱딱하고 차가운 돌 속에서 따뜻한 형상을 꺼내며 순수하고 행복한 인간의 모습을 조각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성가정상과 성모자상, 착한목자상 등이 그의 작품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돌 조각을 향한 한 작가의 열정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12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작가는 지난 시간들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의 정신과 혼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한국 작가가 작업하게 해달라 교황청을 설득했다. 한덕운 복자상, 김대건 신부님상, 정하상 성인상을 조각한 경험이 있는 한 작가는 교황청에서 연락이 왔을 때 곧바로 자료를 제출하고 적임자가 됐다. 가나아트센터 1전시장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 성상 제작 과정 연표. 성상 제작 시점부터 축복식까지 전 과정을 사진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가나아트 제공 기적은 돌을 구하며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4m가 넘는 크기에 무늬와 금(crack)이 없어야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에서 유학한 경험과, 과거 함께 공부했던 이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도움을 준 덕에 그야말로 기적 같은 완벽한 돌을 찾아냈다. 8개월 동안 작업하며 가장 어려운 건 얼굴 표현이었다. 한 작가는 “25세에 순교하신 신부님의 용기와, 모든 걸 담대히 받아들인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돌은 한번 깎으면 되돌릴 수 없고, 미세한 차이로도 인상이 달라져 하루에도 수백 번 사다리를 왔다 갔다 했다. 4m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한 군데도 다치지 않는 신기한 체험도 있었다. 그는 “완성된 신부님 표정을 보며, 이건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성상이 설치된 대성당 오른쪽 외부 벽감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진 후 550년 동안 비워져 있었다. 그는 “하느님이 처음부터 예비해 두신 김대건 신부님의 자리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높이 3.77m에 4톤에 이르는 성상의 양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외부 벽감에 집어넣는데 신부님께서 ‘여기는 내 자리’라고 하시는 듯 한 번에 수평이 맞아떨어지며 정확히 설치됐어요. 모두가 박수를 쳤고 저도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마음의 짐은 무거웠다. 작가는 기자간담회 중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깨가 너무 무거워 잠도 못 잤고, 기도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결국 제 힘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제 옆에 계셔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 행복하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신앙을 초월해 많은 분께 김대건 신부님의 정신이 알려지길 염원합니다.” 성가정-행복하여라23.

2023-12-20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