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싹쓱싹' 소외된 보금자리 쓰다듬고 주님 사랑 함께 나눠요

이른 아침 작업복을 맞춰 입은 이들이 수원역 인근의 낡은 옛 교회 건물에 삼삼오오 모였다. 최근 노숙인쉼터로 개소한 ‘요한의 집’을 쉼터에 알맞게 개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쉬고 싶은 주말, 부슬비를 맞으며 장비를 옮기고 작업 중 떨어지는 먼지를 마셔도 불평 하나 없다.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의 집수리 재능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단장 양진규 토마스)이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돼 사정이 어려운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 전반을 위한 봉사단으로 확장을 꾀하며 외부단체의 집수리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 노숙인쉼터 집수리를 통해 창단 후 처음으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봉사단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봉사는 일반 봉사단체인 ‘나눔인테리어 협의회’와 ‘쟁이들 봉사단’도 참여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이 SNS를 통해 함께 봉사할 기술자들을 모집했고, 이에 응답한 단체를 합쳐 총 25명이 모였다. 이 중에는 비신자 봉사자도 몇 있었다. 노숙인쉼터와 봉사단을 연결해 준 도시변방위원회 위원장 이준섭(도미니코) 신부도 봉사에 참여했다. 양진규 단장은 지원 나온 단체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감사를 전했다. 양 단장이 사전 브리핑에서 유의할 사항을 검토하고 역할을 분배했다. 이어서 이준섭 신부의 기도와 강복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봉사자 중에는 인테리어나 도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원도 많았다. 이날 봉사도 도배, 칠, 전기, 장판, 칸막이 설치 등으로 봉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먼저 기존의 장판을 들어내고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낸 뒤, 필요한 부분을 칠하고 도배했다. 한쪽에선 각종 장비로 천장 타일을 뜯어내 전기선을 새로 연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화장실 타일의 묵은 때도 비누칠을 해가며 벗겨냈다. 외부 복도는 물청소로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내부와 연결된 문틀의 녹슨 부분과 각종 스티커 자국을 지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하는 내내 단원들끼리는 물론이고 처음 만난 봉사자들끼리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기술자가 아닌 봉사자들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오후에는 장판을 다시 깔고, 사무실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벽을 청소하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은 호스를 이용해 물로 씻어냈다. 이날 보수한 건물은 현재 ‘노숙인쉼터’로 쓰이고 있다. 수원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나눔 봉사에 참여하던 센터장 박상길(요한)씨는 인근에 방치돼 있던 낡은 교회 건물을 매입해 ‘요한의 집’으로 정하고 3개월 전부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 끼에 20여 명의 노숙인이 센터에서 식사를 받아 간다. 박상길 센터장은 “고쳐야 할 부분은 많은데 비용 면에서 엄두를 못 내던 중 교구 도시변방위원회가 봉사단을 소개해 줬다”며 “아직 후원자도, 전담하는 봉사자도 없이 힘든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변방위원회 이준섭 신부는 “지역 내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는 주변에 꽤 있지만 본당에 소속된 봉사단체는 처음 본다”면서 “노숙인센터 수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하던 중 조원동본당에 ‘사랑나눔봉사단’이 있다는 것을 듣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집수리는 대부분 주말에 이뤄지는 데다가 이날의 경우 몸 쓸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지치기 쉬웠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이 끝나도 빈 곳이 없는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일하는 중간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봉사자들은 몸은 고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이자(위비나) 부단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때는 너무 힘들어 작업이 끝나고 한 걸음도 못 뗄 정도였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모임 때 웬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고, 꾸준하게 봉사하는 우리를 보며 동참하고 싶다는 신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이어 “봉사는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활동하는 데에 본당의 도움도 컸다. 봉사단 창단은 신자들의 아이디어였지만 대사회 활동을 장려하는 교구 사목 방침과도 일치해 본당 주임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으로 유지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준섭 신부는 “사목 현장에 나가면 곰팡이 문제나 낡은 수도관 등 어르신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있는 집을 많이 본다”며 “그런 면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봉사단을 결성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집수리가 아니라도 단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본당과 지역사회에 봉사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 범위를 다양화해 본당 청소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사랑나눔봉사단 봉사 문의 010-5578-5237 양진규 단장 ※ 요한의 집 봉사 및 후원 문의 010-7385-8953 박상길 센터장

2024-04-28

실의에 빠진 유가족 다독이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 외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 가운데 신자들 대부분이 수원교구 관할지역 주민이었다. 수원교구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들 곁에 함께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곁에 함께해 온 교구의 여정을 돌아본다. ■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다 수원교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미사를 통해 추모하고 기억하고 기도해 왔다. 교구는 2014년 4월 23일부터 2018년 4월 13일까지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는 아직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정부의 합동분향소가 조성되기 전인 2014년 4월 23일 제2대리구 와동성당에 임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오후 7시30분 미사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봉헌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가 마련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후에는 분향소 옆에 콘테이너 건물로 천주교 부스를 만들어 미사를 이어 나갔다. 다른 종교 부스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경에는 모두 퇴거했지만, 교구는 2018년 합동분향소 철거로 천주교 부스를 철거하기 전까지 매일 오후 8시 미사를 봉헌했다. ‘세월호 참사 교구 임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교구는 매달 천주교 부스의 미사 주례 사제를 정해 미사가 끊이지 않도록 운영해 왔다. 또한 해마다 참사 당일에는 교구 차원의 세월호 참사 합동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교구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거행한 미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세월호 참사일 교구 차원의 미사를 봉헌했다. 또 참사일에 앞서 9일 동안은 모든 교구민들이 9일 기도를 바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독려했다. 교구는 10주기는 맞는 올해도 9일 기도와 더불어 4월 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이용훈 주교 주례로 추모미사를 마련했다. ■ 유가족 곁에 함께하다 교구는 특별히 유가족 곁에 함께하고자 노력해왔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그리고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와동본당을 방문하고, 세월호 유가족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역시 세월호 참사 후 첫 주님 부활 대축일인 2014년 4월 20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들을 만나고 위로했다.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도 2015년 9월 10일 주교품을 받고 11일 오후 8시 주교로서 신자들을 만나는 첫 일정으로 세월호 합동분향소 천주교 부스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문 주교는 참사 당시 교구 복음화국장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교구의 활동을 주관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유가족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참사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용훈 주교는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파행과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4월 28일 성명을 발표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교구 사제단도 세월호 참사 1~3주기 등 참사일에 맞춰 한목소리로 사제단 공동성명을 발표해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정책적인 목소리를 내는 한편 유가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교구는 2014년 12월 20일 생명센터를 개소, 미술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이 마음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미사 때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과 그 가족과 친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 추모공간으로 기억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가자 교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2017년 4월 25일 팽목항에 있던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이전, 설치했다. 이 십자가는 2015년 8월 3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우리나라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진실과 정의의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도 팽목항에 설치됐던 십자가다. 세월호 인양 후 팽목항 정비 작업으로 십자가를 철거하게 되자 수원가대가 받아들인 것이다. 또 2018년에는 안산대리구와 수원가대가 함께 합동분향소 철거로 갈 곳을 잃은 임마누엘경당을 수원가대 교정으로 옮겼다. 임마누엘경당은 예비신학생이었던 세월호 희생자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목조 건물이다. 수원가대는 10주기를 맞아 낡은 경당을 대대적으로 보수해 경당이 더 오랜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수원가대는 신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나아가 고통 받는 이들 곁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임마누엘경당과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두고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추모공간은 신학교의 특성상 늘 개방되지는 않지만 사전에 수원가대에 문의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2024-04-14

시니어합창단 ‘베아띠’, 성음악으로 부활의 기쁨 만끽

“Kyrie, Kyrie eleison!”(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 3월 20일 제2대리구청 지하 강당. 합창단의 장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미사곡 중 자비송이었다. 강당 문 너머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성량과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문을 열어 노래를 부른 합창단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 평균나이 72세. 시니어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베아띠’(지휘자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의 연습실 풍경이다. ■ 합창단으로 부활한 시니어 교회의 많은 봉사가 그렇지만, ‘성가대’는 시니어가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하게 되곤 한다. 성가를 부르는데 체력이 필요로 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 비해 성량 등이 약해지기도 하거니와 젊은 세대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받는다. 그래서 시니어 성가대를 구성하는 본당도 있지만, 시니어 성가대가 없는 본당에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을 성가로 봉사하던 신자들은 봉사를 내려놓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 봉사의 주역이었던 시니어들은 ‘미사만 다니는 사람’ 혹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니어합창단 베아띠가 창단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니어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고, 교회에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에 도움이 되는 역량 있는 봉사자들이라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고자 시니어들이 모여 구성된 합창단이다. 2022년 11월 창단한 베아띠는 초기에 1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42명이 함께하고 있다. 베아띠는 ‘복된 사람들’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도움을 받는 시니어가 아니라, 원숙한 경험으로 교회에 도움을 주는 시니어를 지향하는 베아띠. 그러다 보니 베아띠는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혹은 친목 도모 차원에서 활동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입단비와 회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의상비, 공연장 대관료에 이르기까지 그 단원들이 직접 합창단을 위해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베아띠 설립 초기부터 활동해 온 백봉희(루치아·79·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씨는 “베아띠가 교회 안에서 봉사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좋다”면서 “봉사하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단체를 나가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베아띠 활동을 통해 나이가 많은 사람도 열심히 자기 삶을 가꾸는구나 하는 인식을 주고 싶고,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로 봉사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부활의 기쁨으로 노래하다 베아띠는 오는 9월 창단연주회를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 창단연주회에서 연주하게 될 주요 노래는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Missa in Angustiis, Hob.Ⅹ /11), 일명 ‘넬슨 미사곡’으로 불리는 노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 1부를 40여 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크레도(Credo, 신경)를 제외한 미사곡 전곡을 연주할 계획이다. ‘넬슨 미사곡’은 곡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곡이다 보니 합창단의 성량도 상당히 필요해, 기술과 체력을 모두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곡이다.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보통 전례용보다도 연주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곡이기도 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 이 곡을 선보임으로써 시니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니어의 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 ‘넬슨 미사곡’은 작곡자 하이든 역시 시니어가 된 66세에 작곡한 곡이기도 해 의미를 더한다. 하이든은 화려하고 웅대할 뿐 아니라 긴장감 있는 이 미사곡을 선보이면서 노인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서 1부에서는 ‘넬슨 미사곡’을 2부에서는 여러 종교음악과 대중에게 친숙한 가곡 8곡가량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2박3일로 합숙도 진행했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연습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단원들은 오히려 “젊어진 느낌이 든다”며 더 열정적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창단연주회 전 5월과 8월에도 합숙을 실시해 연주회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베아띠 단원 노준용(보나파시오·79·제2대리구 평촌본당)씨는 “단원분들이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성가대에서 활동하셔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음악적 수준이 높다”면서 “베아띠에서 연습하면서 많이 배우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제 실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 연습할 때마다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창단연주회만이 아니다. 베아띠는 10월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해 현지 여러 성당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힘이 닿는 만큼 교회 내 곳곳에서 성가를 통해 봉사하면서 시니어의 역량을 보여주는 단체로 나아가고자 지향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정애란(베로니카·66·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 지휘자는 “합창단을 통해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바람직한 시니어 합창단의 모습을 보여 시니어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늙었다고 해서 하느님을 멀리하는 게 아니고, 또 우리에게 부활의 신앙이 있듯이 부활의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 찬송하고 싶다”고 전했다.

2024-03-31

[특집] 디딤길팀 이덕종 팀장 인터뷰

“저는 도보순례를 ‘발걸음기도’라고 부릅니다. 성지를 순례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고 피정이 됩니다.” 디딤길팀 이덕종 팀장(알베르토·62·제1대리구 오산본당)은 “디딤길 도보순례는 복잡한 삶 한가운데서 치유를 얻고 힘을 얻는 피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팀장이 디딤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코로나19로 많은 신앙활동이 중단된 상황 속이었다. 처음에는 장거리를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느샌가 디딤길의 매력에 푹 빠진 스스로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디딤길을 걷는 일이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활동이 됐다. 특히 이 팀장은 “산티아고보다도 디딤길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보통 특별한 기간을 정해 그 안에 완주하는 방식으로 순례한다. 그러나 디딤길은 일상 중에 시간을 내서 차근차근 순례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조금씩 순교자들과 함께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도 함께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안전하게 도보순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매월 2회 운영하는 도보순례도 이런 활동의 일환입니다.” 디딤길팀은 초창기에는 디딤길을 새로 개발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지금 있는 코스를 잘 관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답사를 다니며 디딤길을 표시하는 안내 리본을 묶기도 하고, 길이 바뀌거나 주변 환경에 따라 기존코스를 수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신자들을 초대해 함께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디딤길에 함께하길 바라서다. “많은 분들이 디딤길을 통해서 우리 교구를 살아간 순교자들의 신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3-03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성경 쓰는 본당들

조원솔대본당 성경필사방에서 신자들이 본당 설립 25주년 기념 전 신자 성경쓰기에 참여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제공 교구 내 본당들이 새해를 맞아 성경을 필사하며 하느님 말씀을 통해 본당과 가정의 성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구 내 본당들은 어떻게 성경 필사를 펼치고 있을까. 가정 성화 위해 복음서 필사하는 본당들 올해도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 성경필사로 가정성화를 도모하는 본당들이 눈길을 끈다. 제1대리구 기안본당(주임 윤범진 도미니코 신부)은 새해를 맞아 ‘전반기 가족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하는 취지로, 1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복음에 이르는 4대 복음서를 가족이 함께 필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본당은 지난해 SNS를 활용, 묵상을 나누는 성경통독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느님 말씀과 가까이하는 사목을 이어오고 있어, 새해와 함께 성경필사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가정들의 호응이 좋다. 제1대리구 보라동본당(주임 방상만 베드로 신부)도 지난 대림 시기부터 ‘우리 가족 사복음서’를 주제로 성경필사를 이어오고 있다. 본당은 가족과 함께 필사하며 ‘말씀으로 사는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필사에 동참하는 가정에 성경필사용지 30장을 제공하는 등 참여를 이끌고 있다. 기안본당 가정분과 장동주(율리아) 분과장은 “저도 가족 성경필사를 시작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 쉽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성경을 쓰면서 어디까지 썼는지, 무슨 내용을 썼는지 서로 물으며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말씀을 한 번이라도 적어보고, 또 부모님이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분당성마태오성당에서 열린 본당 성경필사 전시회 모습. 분당성마태오본당 제공 다양한 성경필사 전개하는 본당들 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최중혁 마티아 신부)은 올해를 성경필사 5개년 계획 중 3년 차로 보내고 있다. 본당은 2024년 성경필사 범위를 욥기에서 집회서에 이르는 ‘시서와 지혜서’로 삼았다. 본당은 필사를 완료한 신자들의 필사본을 제본해주고 해마다 12월 완성된 필사본들을 전시하며 성경필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제1대리구 삼가동본당(주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도 올해 1~11월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오경 ▲역사서 ▲시서·지혜서·예언서 ▲신약 등으로 단계를 구분해 각 단계마다 필사완료자들에게 축복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제1대리구 발안본당(주임 조영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은 2024년 주일복음쓰기를 진행하고 있고, 제2대리구 성남고등동본당(주임 신윤섭 안셀모 신부)도 본당 주임신부 사목권고로 신약성경 필사를 권장하는 등 성경필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당성마태오본당 교육분과 성나영(헬레나) 분과장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댁에 방문해서 필사본을 가져온 적이 있는데, 침대맡이나 책상에 항상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면서 “늘 말씀과 가까이하는 모습을 봤고, 성경필사와 통독을 함께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3년째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자분들이 처음에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성경을 필사해 나갈수록 점점 더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2013년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 중 186개 본당 신자들이 함께 쓴 대형성경필사본이 봉헌되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공동체가 함께하는 성경필사 이렇게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에 열기를 띠는 것은 교구가 꾸준히 전개해온 성경필사 운동의 영향이 크다. 교구는 1994년부터 교구 차원의 성경필사 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1996년 신구약 완필자 65명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수여한 이래, 해마다 교구 성경잔치에서 필사 성경을 전시하며 완필자들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전달하고 있다. 교구 성경필사 운동은 개인 필사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이어 쓰는 필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에는 교구 내 모든 본당 신자들이 함께 대형성경필사본을 봉헌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로도 교구 내 본당들은 본당 설립 기념 등 공동체에 의미 있는 시기에 전 신자가 함께 성경쓰기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본당 설립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 성경쓰기를 진행하는 본당들이 있다. 제1대리구 조원솔대본당(주임 유해원 다니엘 신부)은 본당 설립 25주년을 준비하면서 전 신자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 교리실을 성경필사방으로 꾸미고 2024년 1년 동안 신자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며 성경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당 성경필사방은 최대 6명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성경 부분을 필사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제1대리구 비전동본당(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과 제2대리구 월피동본당(주임 이건복 바오로 신부)은 본당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가 함께 필사를 통해 본당의 성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신미숙(데레사) 총무는 “소공동체별로 나눠서 쓰면 더 빨리 쓸 수 있겠지만, 성당 모든 신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취지로 본당 차원에서 성경필사방을 조성했다”며 “일부러 찾아와 필사하시는 분부터 성체조배, 미사로 성당을 왔다가 쓰고 가는 분들도 있고,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참여하고 있어 신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2024-01-21

2023 교구 10대 뉴스 / 미디어 복음화 발판 마련… 시니어·여성 신자 사목에 집중

2023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 해 우리 교구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한 해 동안 펼쳐진 많은 일 중 주목할 만한 10가지 뉴스를 되돌아본다. 1. 교구 설정 60주년 올해는 교구가 설정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교구는 10월 6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또한 교구는 각 기관·단체가 마련한 다양한 행사에서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해왔고, 온라인 공간에 디지털 아카이브 ‘천주교 수원교구 기록관’을 제작해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다. 2. 사이버성경학교 설립 10주년 설립 10주년을 맞는 사이버성경학교(cyberbible.casuwon.or.kr)는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10주년 이벤트를 여는 등 더 많은 이들이 사이버성경학교를 통해 성경에 맛들일 수 있도록 초대했다. 제27차 교구 성경잔치도 사이버성경학교 시스템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에 걸쳐 6400여 명이 함께하는 성대한 잔치로 펼쳐졌다. 3. 미디어 자문기구 ‘홍보위원회’ 발족 교구는 다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콘텐츠를 활용한 복음화 사업을 촉진하고자 교구 홍보위원회를 발족했다. 홍보위원회는 제1차 교구 홍보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교구 커뮤니케이션 체계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4. 미리내성지·구산성당 문화재 등재 미리내성지 내에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 성당’이 3월 15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 이어 3월 28일에는 제2대리구 구산성당이 경기도 등록문화재로선정됐다. 이로써 교구 내 등록문화재는 ▲안성성당 ▲수원 구 소화초등학교 ▲고초골공소 ▲하우현성당 사제관 등을 비롯해 모두 6개가 됐다. 5. 제1대리구 북수동본당 100주년 기념미사 교구에서 6번째로 긴 역사를 지닌 제1대리구 북수동본당은 11월 19일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본당 설립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본당은 또 5월 20일 성당 내 특설무대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여는 등 교회 안팎으로 100주년의 기쁨을 나눴다. 6. 재단법인 대건청소년회 법인 설립 25주년 교구가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재단법인 대건청소년회가 법인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대건청소년회는 이를 기념해 1월 14일 교구청 2층 대강의실에서 설립 25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9월 21일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7. 잠비아·페루에 사제 파견 교구는 1월 11일 교구청 성당에서 2023년 해외 선교사제 파견 미사를 거행하고 신종태(라우렌시오) 신부와 차명준(헨리코) 신부를 각각 잠비아 은돌라교구와 페루 시쿠아니교구로 파견했다. 현재 아프리카 남수단·잠비아, 남아메리아 칠레·페루에 교구 사제들이 피데이도눔 사제로 선교하고 있다. 8. 제1회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 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6월 30일 제2대리구 오전동성당에서 제1회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를 실시했다.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는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구성된 교구 내 시니어 성가대들이 성가를 선보이는 자리다. 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앞으로도 시니어 성가대 합창제를 열어나갈 계획이다. 9. 제1회 교구 여성의 날 교구 여성연합회는 9월 2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제1회 여성의 날 행사를 열고, 특강, 공연, 미사 등을 통해 교회 내 활동하는 여성 신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이용훈 주교는 “교구 60주년인 올해 마련된 첫 여성의 날 행사로 여성들이 소명 의식을 확인하고 교구 공동체도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10. 교구 2024년 사목교서 발표 전례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12월 3일 대림 제1주일을 맞아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발표했다. 이번 사목교서는 2024~2026년 교구 사목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 주교는 특별히 교구 복음화를 위한 통합사목에 역량을 모으길 당부했다.

2023-12-25

[성서 주간 특집] 교구 성경사목,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5월 30일 제2대리구 광주성당에서 교구 성경공부 2023년 1학기 오경1(창세기) 과정 종강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수강자들. 이날 강의에서는 구약의 둘째 권 탈출기의 초반부에 대해 설명하고, 파스카 축제를 재현하는 예식을 진행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구는 1992년 지구별 성경교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성경사목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교구의 성경사목은 전국 교구 안에서도 가장 활발한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성서 주간을 맞아 교구가 주도하는 성경공부로 일치를 이루고, 평신도가 주축이 돼 운영되는 교구 성경사목의 모습을 살핀다. 일치를 이룬 성경교육 교구 성경사목의 큰 특징은 하나의 성경공부에 온 교구민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교회 안에서 다양한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있고, 각각 프로그램들이 지닌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여러 성경교육이 산재할 경우 성경교육을 지도하던 성직자나 수도자가 인사이동을 하거나, 신자가 이사 등으로 본당을 옮겨가면 성경교육이 중단되거나 다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계속해서 본당이 신설되고 신자 유입이 늘고 있었던 교구로서는 신자들이 어느 본당을 가더라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성경사목을 도입할 당시 사목국장을 맡았던, 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생활성서사’를 통해 출간한 성경공부 교재 「여정」에 주목했다. 「여정」은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한 흐름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재로 체계적인 성경교육에 알맞았을 뿐 아니라, 수녀회가 교구에 진출해 있어 교육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정」에는 단계적으로, 연령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성경공부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첫걸음’ 과정에서부터 ‘일반’ 과정으로 심화시키며 배울 수 있고, ‘성경통독’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은빛’ 과정은 어르신들도 이해하기 쉽고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돼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점차 고령화되는 한국교회의 추세에 따라 ‘은빛’ 과정의 심화과정인 ‘지혜’ 과정도 개발해 운영해나가고 있다. ‘은빛’·‘지혜’ 과정은 교구 노인대학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교구 성경사목이 주관하는 성경특강과 성경잔치는 성경공부 수강자뿐 아니라 교구 내 모든 신자들이 함께하는 말씀과 친교의 장이다. 매 학기 성경공부를 마무리하며 열리는 교구 성경특강은 199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온 행사다. 성경특강은 주제에 맞춰 성경 전문가를 초빙해 말씀을 묵상하고 심화시킬 수 있도록 마련돼왔다. 성경잔치는 1993년 처음 열린 성경경시대회를 비롯해 성경암송대회, 성경필사 등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다. 올해 성경잔치에는 역대 최대인원인 6000여 명이 함께하는 등 해를 거듭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성경교육봉사자회 개강 준비 피정 중 봉사자들이 조별 나눔을 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경교육의 기둥, 평신도 교구 성경사목을 통해 지금까지 운영된 성경공부반은 7955개다. 이 성경공부반에서 총 22만8547명이 수강하고, 21만7760명이 수료했다. 단순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숫자만 두고 생각했을 때 교구민 5분의 1이 넘는 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성경공부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평신도 성경교육봉사자들의 활약이 컸다. 교구는 1992년 지구별로 실시한 성경교육을 통해 성경교육봉사자를 양성하고, 양성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들을 성경교육에 파견했다. 교구가 성경교육을 위해 평신도를 파견하는 것은 한국교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교구의 시도 덕분에 체계적인 성경교육에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양질의 봉사자를 양성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교구 성경사목은 3년에 걸친 엄격한 교육과정을 통해 성경교육봉사자를 양성, 파견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양성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매 학기 개강할 때마다 개강피정과 갱신서약식을 실시하고, 월 2회 이상 주기적인 교육과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방학기간에는 봉사자가 맡게 될 수업에 관해 집중교육을 받고 교안을 발표하는 등 봉사자들이 성경교육에 특화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봉사자들은 수강자들에게 “전문 강사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이렇게 양성된 평신도들 덕분에 1992년 8개 반으로 시작한 교구 성경공부반은 2002년 56개 반으로, 2012년 135개 반, 그리고 현재 180여 개 반으로 늘어났다. 현재 성경교육봉사자들은 9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제2대리구 성경사목 유옥경(라싸) 수녀는 “경력이 있는 봉사자분들은 한 학기에도 2~3개 반을 맡으실 정도로 말씀에 대한 열정이 크시다”면서 “혹시 봉사자가 성경교육봉사자회를 그만둔다하더라도 어디에서든지 성경을 기초로 봉사하는 교구의 재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4일 교구 설정 제60주년 기념 제27차 교구 성경잔치에 참여한 신자들이 수상을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시간과 공간을 넘어 교구 성경사목은 교구와 본당을 넘어 뻗어나가고 있다. 바로 사이버성경학교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경교육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설립된 사이버성경학교는 개인용 컴퓨터는 물론이고 모바일 기기로도 언제 어디서든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성경강좌 플랫폼이다. 교구 성경공부 과정인 ‘여정’에 해당하는 첫걸음·일반 과정에 맞춘 강의를 성서학에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성당을 찾을 수 없는 신자들이 말씀에 대한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도록 돕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11월 현재 사이버성경학교를 이용한 신자 수는 모두 2만3556명으로 교구민뿐 아니라 타 교구와 해외 신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교구 성경교육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열린 제57차 교구 성경특강 후 신자들이 파견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이날 특강과 미사에는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 2월 교구 성경공부 일반과정 오경1(창세기) 1학기 강좌에 참여하고 있는 신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23-11-26

[창간 16주년 특집-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교구 내일을 말하다

통합사목에서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시노달리타스를 발견할 수 있다.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의 모습. 60년의 역사 속에서 복음화의 길을 걸어온 교구는 새로운 시대 안에서 또 다른 위기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화된 신앙생활의 회복은 물론이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신앙을 외면하는 세태 등은 신자들, 특히 청소년들이 신앙에서 멀어지고 성사 참례자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구가 내일을 향해 나아가려는 길,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이란 어떤 것일까. ■ 교구 사목의 운영원리, 통합사목 통합사목(Integrative Pastoral)이 교구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이용훈 주교가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를 반포하면서다. 이 주교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새로운 제도는 소통을 추구한다”면서 새로운 제도, 즉 대리구제를 통해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이 서로 연대하고 나누는 통합사목, 연합사목으로 새로운 활력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교회 안팎의 위기와 도전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고 지역의 복음화를 이루자”고 전한다. 대리구제가 교구의 운영체제라면, 통합사목은 대리구제를 통해 구현되는 교구 사목의 운영원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8~2020년 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에서는 통합사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목교서에서는 “기존의 사목이 세대와 계층을 구별하여 특화된 형태의 사목을 전개해 왔다면 이제는 ‘잘 짜인 그물망 구조의 통합사목’ 안으로 신자 각 개인이 들어와 참여함으로써 신앙을 키워가는 형태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통합사목이란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말이 지닌 사전적 의미 때문에 통합사목을 마치 사목에 관한 조직이나 요소들을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통합사목은 단순히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를 합치거나 여러 전문사목분야의 기능들을 단순하게 하나로 수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에서 ‘잘 짜인 그물망 구조’라고 표현하듯 통합사목이 지향하는 것은 교회의 모든 지체들이 ‘잘 짜인 그물망’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이 유기적 관계망 안에 들어와 참여,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결핍된 부분을 채워가면서 공동체가 스스로 쇄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구가 지향하는 통합사목이다. ■ 통합사목에서 발견한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모든 지체, 바로 ‘하느님 백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쇄신하는 통합사목은 시노달리타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노드(synod)는 '함께'(syn) '길'(hodos)을 걷는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고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우리가 따라야 하는 시노드의 정신을 의미한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헌장」을 통해 선포한 ‘하느님 백성’ 교회론을 바탕으로 한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 바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시노드적인 교회의 정신이 담겼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보편교회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편교회가 함께 시노달리타스를 고민하고 있다. 교구 역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에 참여했다. 이 시노달리타스는 교구 역사 안에 살아온 정신이기도 했다. 시노달리타스의 바탕이 되는 ‘하느님 백성’ 교회론은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가 교구 초대교구장으로 주교품을 받고 가장 먼저 참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회기에서 논의한 내용이자, 윤 대주교 이래 역대 교구장들이 구현하고자 노력해온 공의회 정신이다. 또 교구는 1999~2001년 제1차 교구 시노두스(시노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시노드적 교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비록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온 것이다. 통합사목 역시 이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온 교구 역사의 연속성 위에 있다. 이용훈 주교가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이라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이 주교는 교구가 나아갈 방향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의 길”을 강조했다. ■ 통합사목, 어떻게 실현할까 그렇다면 통합사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공동체의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을 식별하고 공동체의 성장지표가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은 단순히 사목을 산술적인 통계로 산출한 값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치 사목은 공동체에서 가장 취약해진 사목대상이나 사목분야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사목을 의미한다. 최대치 사목은 공동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목으로 공동체가 받은 은사를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사목이다.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이 서로 연동되면 공동체가 성장하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통합사목에서 말하는 공동체의 성장지표는 크게 말씀의 증거생활, 축제적인 전례거행, 이웃 섬김, 친교생활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말씀의 증거생활은 성경과 영성에 관련된 신앙생활들이고, 축제적인 전례거행은 성사 및 준성사의 다양한 예식이며, 이웃 섬김은 애덕 실천과 대사회적인 연대를 말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지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의미의 친교생활이 구현된다. 교구 사목연구소장 한창용(시몬)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연속선 안에 있는 통합사목에 시노달리타스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시노달리타스 개념을 통해서 통합사목이 풍요롭게 되고 방향설정이 더 확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3-10-29

[창간 16주년 특집-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주교좌에서 교구사를 보다

교회법은 교구를 교회의 수위권자인 교황이 임명한 주교를 중심으로 이룬 교회공동체라고 말한다.(제389조) 그렇기에 교구장 주교가 앉는 의자, 주교좌는 초기 교회부터 교회 권위의 상징이었다. 교구장 주교의 교도권과 사목권이 선포되고 시행되는 주교좌, 그리고 그 주교좌가 자리한 주교좌성당은 교구 역사의 중심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주교좌였던 고등동성당에서 조원동주교좌성당, 정자동주교좌성당까지 주교좌성당을 찾으며 교구의 역사를 돌아봤다. 주교좌시절 고등동성당의 모습. 교구 기록관 현재의 고등동성당. 첫 주교좌, 고등동성당 고등동성당 입구 왼편에 머릿돌이 보였다. 머릿돌 아래에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칙서 「최고 목자」의 원문과 번역문이 있다. 칙서에는 “서울대교구에서 경기도 내에 있는 수원시와 부천군, 시흥군, 화성군, 평택군, 광주군, 용인군, 안성군, 이천군, 양평군, 여주군을 포함한 지역을 분리해 한 교구로 설정하고, 이를 ‘수원교구’라 명명한다”고 적혀 있었다. 바로 1963년 10월 7일 교구를 설정한 교황 칙서다. 교황은 칙서에서 “이 교구의 주교는 자기 주교좌를 수원시에 두고, 또 그 주교좌를 같은 곳에 있는 성 요셉 성당에 두기를 나는 원하며, 따라서 이 성당을 합당한 모든 권리와 특전을 가진 주교좌성당으로 승격시킨다”고 밝혔다. 성 요셉 성당이란 ‘노동자의 모범이신 성 요셉’을 주보로 하는 고등동성당을 일컫는 말이다. 교황은 이 칙서를 반포하면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었던 윤공희 빅토리노 신부(현 윤공희 대주교)를 초대 수원교구장으로 임명했다. 윤 대주교는 교황청으로 떠나 10월 20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전교지역에서 임명된 다른 주교 13명과 함께 교황에게 주교품을 받았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회기에 참석한 윤 대주교는 12월에 귀국해 12월 21일 이곳 고등동성당에서 착좌식을 거행했다. 윤 대주교는 고등동성당 건너편에 주교관을 두고 화서동에 교구청사를 마련하기 전까지 4년 여간 임시 교구청으로 사용하면서 교구의 기틀을 다지고 다양한 사목을 전개했다. 특히 순교신심을 강화하고 평신도 양성을 통해 교구의 기초를 튼튼하게 세웠다. 그리고 1973년 10월 윤 대주교가 광주대교구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공석이 된 교구장 자리에 1974년 10월 5일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임명됐다. 이어 11월 21일 이곳 고등동성당에서 윤 대주교 주례로 김 주교의 서품식과 착좌식이 거행됐다. 이곳은 교구의 첫 주교좌로서 13년 7개월 동안 초대교구장과 2대 교구장의 착좌식뿐 아니라 사제서품식과 교구의 주요행사가 열린 곳이다. 교구 초기 역사가 담긴 장소지만, 현재는 교구 첫 주교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기존의 낡은 성당을 허물고 1992년 새 성당을 지으면서 더 이상 ‘주교좌성당’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의 조원동주교좌성당. 조원동성당 내부. ‘평화의 모후’ 주보가 되다, 조원동주교좌 김남수 주교는 1974년 서품 당시부터 새 주교좌성당을 생각해왔다. 고등동성당은 교구 설정 당시 수원 시내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지만, 수용 인원이 500여 명에 불과했다. 교구의 크고 작은 행사를 감당하기엔 아쉬운 크기였다. 김 주교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 주교는 주교 서품식 성인호칭기도 중 “‘주교좌성당이 너무 작아서 안 되겠다. 좀 더 큰 것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면서 “엎드려서 성당 한 채를 다 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당 입구 성모상 아래에 ‘평화의 어머니’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교구의 주보인 ‘평화의 모후’다. 1977년 5월 18일 조원동주교좌성당이 준공되면서 교구의 주보도 ‘평화의 모후’로 공식 선포됐다. 기존 주교좌였던 고등동본당은 준교구좌본당이 됐다. 제대에 걸린 십자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활하신 예수상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교구 모든 이들에게 활짝 열려있다는 느낌을 줬다. 공간 자체도 전통적인 성당은 중앙이 솟은 형태로 ‘신성함’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조원동주교좌성당은 오른쪽이 높은 사선형태의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신자들에게 열린 느낌을 줬다. 성당 설계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남도광(Honoratus Millemann) 신부가 맡았다. 당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사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신자들의 전례 참례를 위한 성당건물을 적극적으로 설계했는데, 조원동주교좌성당도 이런 흐름 안에서 설계된 것이었다. 공의회 정신을 살린 주교좌성당의 모습처럼 교구는 적극적으로 세상 안에 복음을 선포해나갔다. 평신도 지도자 교육을 강화하고 전교활동에 매진하는 한편, 본당 수입의 10%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가난한 이들 곁에 함께하는 활동을 잊지 않았다. 또 중국 지린교구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교구 간 인적·물적 교류를 진행했다.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큰 걸음이었다. 조원동주교좌성당과 함께 교구는 크게 성장해 신자 수가 40여 만 명으로 증가했다. 교구는 이제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교구에 대비해야 했다. 이에 준비한 것이 정자동 새 교구청사와 새 주교좌성당이었다. 정자동주교좌성당. 정자동주교좌 대성당 제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정자동주교좌 웅장하다. 정자동주교좌성당을 마주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단어다. 연회색의 화강암으로 싸인 이 성당의 모습은 마치 튼튼한 성채를 보는 듯한 위용이 있다. 종탑의 높이까지 더하면 높이만도 50m가 넘는 이 성당은 지하 1층, 지상 5층에 건축면적 6611㎡에 달하고, 수용인원도 2500명이 넘는다. 첫 주교좌였던 고등동성당 규모가 400㎡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16배가 넘는 규모의 거대한 성당이다. 교구는 1990년대 초반, 교구 장래 발전을 예상하고 수원 정자동에 새 성당과 교구청 신청사 예정부지를 매입했다. 1993년부터 건축에 들어간 성당은 1997년 8월 20일 ‘한국 순교 성인’을 주보로 봉헌됐다. 정자동주교좌성당 봉헌을 앞두고 1997년 6월 4일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가 은퇴하고 부교구장이던 최덕기(바오로) 주교가 교구장직을 승계했다. 이어 9월 25일 최 주교는 갓 봉헌식을 마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제3대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정자동주교좌성당은 폭만 해도 30m에 달하는데 기둥이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 당시 최신의 기법을 도입해 넓으면서도 기둥이 없는 건물을 구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성당 안 어느 곳에서라도 제대를 바라볼 수 있다. 사제나 수도자나 평신도나 하느님의 백성이라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대를, 제대가 상징하는 그리스도를 향할 수 있다. 어쩐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이, 그리고 시노달리타스가 떠오른다. 실제로 이곳은 교구의 온 하느님 백성이 참여해 하느님의 뜻을 찾는 자리, 교구 시노두스가 열린 자리기도 하다. 1998년부터 준비해온 교구 시노두스는 이곳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1~3차 본회의, 폐막미사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현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도 이곳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착좌했다. 2009년 3월 30일 최덕기 주교의 사임에 따라 부교구장이던 이 주교의 착좌식은 5월 14일 거행됐다. 주교좌성당은 교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공간이기도 하다. 고등동성당, 조원동주교좌성당, 정자동주교좌성당으로 물리적 자리는 변화해 왔지만, 변모한 주교좌성당의 규모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큰 신앙공동체로 연속성 안에서 성장했다. 어제의 교구는 오늘, 그리고 다시 내일의 교구로 이어진다. 지난 10월 6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미사 당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현 복음화부)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의 말을 언급, “교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태어난 교구”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교구 설정에 하느님께서 숨겨두신 지혜롭고 선한 계획을 마음에 새기는 가운데 지금까지 걸어온 우리 교구 역사의 발자취를 엄중히 되돌아 보아야한다”면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통해 우리 믿음의 내용이 끊이지 않고 전해지듯이 그동안 우리 교구의 복음화 목표와 사목정책 방향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29

[창간 16주년 특집-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천리지행시어족하(千里之行始於足下)라 했다. 1000리에 달하는 길을 가더라도 그 시작은 한 걸음에 있다는 이 말은 모든 일에 작은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작이 되는 곳, 시작이 되는 날을 기억하면서 ‘처음’을 되새긴다. 그렇게 되새긴 ‘처음’은 그저 과거가 아니다. 지금 스스로 근원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60년이라는 교구의 역사 안에도 처음이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 갑자를 살아온 교구는 60년 전의 교구와 같은 교구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본당 수도 10배 가까이 늘어났고, 신자 수는 20배 이상 늘어났다. 거대한 교구에서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2006년에는 대리구제를 시작했고, 2018년에는 대리구제를 개편해 2개의 대리구로 움직이고 있다. 처음의 모습이 지금과 너무도 다르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한 존재이고, 내일의 나와 오늘의 내가 한 존재인 것처럼 교구도 연속성 안에서 이어진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서 “곧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통해 우리 믿음의 내용이 끊이지 않고 전해지듯이, 그동안 우리 교구의 복음화 목표와 사목, 정책, 방향은 연속성을 갖고 계속 이어져 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구 역사의 발자취를 엄중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구의 처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처음에서 이어오는 발자취에는 기쁨에 넘치는 순간도 있었고, 힘겨운 순간도 있었다. 그런 역사를 통해 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의 처음을 기억하는 16번째 자리에서 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본다.

2023-10-29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