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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시노달리타스 실현 본격 나선 의정부교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4-01-16 수정일 2024-01-16 발행일 2024-01-21 제 337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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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함께 손잡고, 성찰과 나눔으로 힘찬 발걸음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
사제·평신도 공동위원장 임명
‘서로 배우는 공동체’ 구현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 발간
경청 모임 병행해 상호 보완
본당별 적극 참여 방안 모색

의정부교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보편교회와 보조를 맞춰 긴 호흡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가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생소한 것이 현실이고 시노드 정신이 일회성 행사나 이벤트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 만큼 교구 내에 시노달리타스를 뿌리 내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진행 과정에서 발표되는 문헌들을 모든 신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시노달리타스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세계주교시노드 문헌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작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이 지난해 5월 신앙교육원 본원에서 개최한 ‘시노달리타스 실천을 위한 사목위원 연수’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제공

특별한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

의정부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2021년 10월 9일 교황청에서 개막하기에 앞서 같은 해 6월 1일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담당자로 김영욱 신부(블라시오·교구 통합사목국장)를 선정하면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드 여정의 특징과 본질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요소가 2022년 8월 25일 구성된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다. 2인 공동위원장에 김영욱 신부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진철(라우렌시오) 회장이 임명됐다. ‘함께 걷는다’라는 시노달리타스 의미에 충실하게 사제와 평신도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은 조직에서부터 시노드 정신을 살리겠다는 교구의 의지와 시노드에 대한 이해가 그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김 신부는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의 지향점에 대해 “‘가르치는 성직자, 배우는 평신도’라는 도식을 극복하고 모두가 서로에게 배우는 교회 공동체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진철 회장 또한 “교구 모든 활동에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시노드 과정은 교구 모든 부서와 하느님 백성 전체가 동반하고 협력하는 여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드 진행 과정 중 지난해 10월 교구 사목연구소(소장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에서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을 발간했다. 의미가 큰 발간물이다. ‘사목자료 시리즈’ 첫 권으로 펴낸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핵심 논의 주제인 성직주의를 정면에서 다룬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연구원 겸 평협 기획분과위원장 경동현(안드레아) 박사는 “한국교회에서 성직주의를 다룬 논문이나 학문적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어 의정부교구에서 성직주의의 개념과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한 문헌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은 성직주의를 ‘교회의 가장 해로운 병폐’,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표현하면서 성직주의가 무엇인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한다.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사제와 평신도를 임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노력이 요청되지만 성직주의는 성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다.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비단 성직자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자체의 본질적 문제이다”, “성직주의는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죄가 될 수 있다” 등 교구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평신도 신학자들의 참여로 교구 평협 교육연구분과가 발간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안내서」(이하 안내서)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여정에 충실히 동참하려는 의정부교구 평신도들의 열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한국교회 대표적 평신도 신학자들인 노주현(비비안나)·박문수(프란치스코) 교구 사목연구소 초빙연구원, 엄재중(요셉)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집필했다. 안내서에는 역사 속 시노달리타스, 시노달리타스 신학, 시노달리타스를 향한 회심 등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용어 해설을 싣고 있다.

아울러 지난 12월에는 교구 사목연구소에서 「교회와 함께 걷는, 평신도를 만나다-세계 평신도 직무자 모임의 울림」을 발간해 시노드 여정에서의 공동책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성직주의 극복, 이를 위한 평신도와 여성들의 교회 직무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이목을 끈다.

의정부교구가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에서 발간한 일련의 출판물들은 공통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실현에는 교구민 모두가, 그중에서도 평신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노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

의정부교구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신자들에게 스며들게 하기 위한 책자 발간과 병행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청 모임을 진행해 왔다. 문서 작업과 경청 모임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과정이다.

2022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에서는 2~4월 본당 경청 모임과 동시에 민족화해분과, 이주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위원회별 경청모임을 진행했다. 이것은 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가 2022년 1월 23일 ‘세계주교시노드 본당 경청 과정을 시작하며’라는 서한에서 “삶의 현장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형제자매들의 목소리가 본당은 물론 의정부교구와 한국교회, 전 세계 가톨릭교회와 함께 걸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경청 모임을 통해 교구민들은 물론이고 교회를 떠난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이주민과 난민, 이웃종교와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만남과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은 향후에 본당 사목평의회가 자체적으로 경청과 존중을 기본으로 시노달리타스적인 논의 방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5월 14일 교구청 신앙교육원 본원, 5월 21일 백석동성당에서 ‘시노달리타스 실천을 위한 사목위원 연수’를 실시했다. 본래 5월에만 예정했던 이 연수는 참석한 사목위원들의 호응도가 높아 지난해 11월 18일과 25일 신앙교육원 본원에서 두 차례 더 개최됐다.

경동현 박사는 이에 대해 “시노달리타스는 효율성과는 다르다”며 “근대정신은 빠르게 결정하는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시노달리타스는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중시하기 때문에 본당 사목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는 1월 10일 교구청에서 기획·연구·양성·홍보분과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교구 내 각 본당에서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 이후부터는 본당별로 신자들이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김영욱 신부는 “의정부교구 시노드 여정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