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카프병원’ 서울대교구서 인수… 재가동 박차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9-22 수정일 2015-09-22 발행일 2015-09-27 제 296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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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음주문화 정착 목적
재정난으로 2013년 6월 폐업
전인적 중독치료 등 프로그램 마련
알코올중독 치료·재활전문 카프병원 전경. 카프병원 제공
서울대교구는 폐업 위기에 처한 국내 유일의 비영리 알코올중독 치료전문 카프(KARF)병원을 인수하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다. 인수는 지난 5월에 결정됐지만 교구는 9월 단행한 사제인사를 통해 김한석 신부를 병원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현재 병원 정상화 작업에 한창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카프병원은 2004년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목표로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재단, 이사장 유경촌 주교)가 세운 알코올중독 치료·재활연구전문 병원이다. 예방과 치료, 사회복귀 등 알코올중독과 관련된 치료 전반을 다루는 병원으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러나 주류 제조의 도덕적 책임을 지고 매년 50억씩 지원해 온 한국주류산업협회가 2011년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병원은 재정난에 시달렸고 결국 2013년 6월부터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됐다.

문을 닫기 전까지 카프병원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희망의 공간’이었다. 단주 6년차에 접어든 채현일씨는 “내 생명을 구해준 곳”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외래환자가 매년 1000명 씩 증가했고 2012년에는 6700여 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러한 카프병원의 필요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한 서울대교구는 오랜 검토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직후에는 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쏟으면서도 환자들을 위해서 부분적으로 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정신건강의학과 하종은(테오도시오) 전문의를 알코올치료 센터장으로 임명했고, 남성 입원병동도 문을 열었다. 또한 올해 중에 여성병동을 재가동하고 축복식도 봉헌할 예정이다.

교구는 병원이 안정화된 후에 단중독사목위원회와 가톨릭계 병원들과 연계해 전인적 중독치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중독자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실내운동, 음악, 미술, 영상, 원예, 서예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알코올중독뿐 아니라 마약, 도박, 인터넷 등 4대 중독에 대해서도 치료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병원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구에서 3년 간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2년간의 폐업으로 시설 재정비가 불가피하며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카프병원을 돕기 위해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영상의학과와 내과 진료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의료진과 병원 봉사자, 문화 프로그램에 재능을 기부할 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사무총장 김한석 신부는 “중독자 치료와 치유부터 사회복귀까지 관할하는 카프병원을 천주교에서 인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알코올을 통해 탈출구를 찾으려는 분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오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6층 강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직원과 환자 대상 예비자교리도 실시할 예정이다.

※문의 031-810-9200 카프병원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