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프란스 신부님 / 이채현

이채현 (시인)
입력일 2015-05-04 수정일 2015-05-04 발행일 2015-05-10 제 294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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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內戰)이 있는 시리아에서 교회와 남은 신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삶의 자리를 지키던 신부님이 참혹하게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다. 네덜란드 출신의 예수회 소속 프란스 판 데어 뤼흐트 신부님은 1966년부터 시리아에서 활동했다. 1980년부터는 홈스 외곽에서 공동체 농장을 운영하였고, 지역 젊은이들의 심리치료를 해주었다. 시리아 내전이 있은 이후에는 수도원에서 난민들을 보호하고 돌봤다. 2013년부터 교전이 심해지며 홈스는 점점 폐허가 되어갔고, 그를 돕던 직원들마저 떠나갔다. 하지만 프란스 신부님은 남았다. 그런데 2014년 4월 7일 복면을 한 자가 집 안에 들어와 신부님을 집 앞 길가로 끌어내 그 자리에서 머리에 두 발의 총격을 가해 죽음을 맞았다.

신부님은 생전에 말씀하셨다고 한다. “여기는 제가 거의 오십 년을 살아온 터전입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아니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이 주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그것도 함께 받고 싶습니다.”

‘신부님! 그래도 슬픕니다. 이 무력함을 어찌합니까?’ 십자가 그분 앞에 달려가 아이처럼 울었다. “하느님! 당신 어디 계십니까? 당신 거기 계십니까? 당신 여기 계십니까? 당신 저희와 함께 계십니까?”

눈물로, 웃음으로, 부르튼 손으로, 짓이겨진 발로, ‘나’와의 치열한 투쟁으로, 하느님과의 행복한 동행으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사랑, 프란스 신부님은 몸소 실천하셨다. 그런 신부님을 보며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위해 온전히 내어놓을 때 비로소 ‘나’는 생명력을 갖고, 죽어도 진정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얘야, 울지 마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지 않느냐?” 한없이 나약한 나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을, 참되게 살아가는 이웃에게서 본다.

이채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