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라파엘 인터내셔널, 몽골 plan 현장을 가다 (하·끝) 몽골 의사 역량 강화 프로젝트

몽골 울란바토르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4-10-14 수정일 2014-10-14 발행일 2014-10-19 제 291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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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기초부터 팀워크 교육까지… 몽골 병원 곳곳 ‘새바람’ 
심장병 어린이 ‘초청 수술’ 시행하다가
몽골 의료진 자체 수술 가능토록 협업

산부인과·신경과 등 6개 학과 교육하며
병원 실무 비롯 조직문화 개선법도 나눠
의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응급의학과 임상교육에 참여한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비록 모형이지만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만큼 열심이다.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강사 올람새흥(J.Ulamsaikhan·제1병원 의사)씨는 “환자 몸에 수직이 되도록 1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시행하고, 팔꿈치는 굽혀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일러준다. 이는 13일 몽골 보건부 산하 건강증진센터(Center for Health Development)에서 진행된 응급의학과 임상교육의 한 모습이다. 이날 수업은 심폐소생술, 기관내삽관, 제세동기 사용법 등 응급처치방법에 대한 강의로 진행됐다.

라파엘 인터내셔널(이사장 김전)은 2007년부터 다양한 몽골 의료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2007년 첫 진료에서 만난 4개월된 샤옥도듬양을 계기로 심장병 어린이 수술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샤옥도듬양의 수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0명의 어린 생명이 초청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초청 수술을 기다리던 중 사망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현지 수술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라파엘 인터내셔널 의료진이 몽골 현지 병원에서 제3병원 수술팀 의료진들과 함께 수술을 시행했다. 심장병 어린이 17명 수술이 성공리에 이뤄졌다. 한국과 몽골 의료진은 이후 중환자실 환아 케어도 함께 진행하면서 향후 보완할 사항들을 점검했다.

이같은 한국 의료진과 몽골 의료진 협업은 이번 몽골 의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Continuous Professional Development, 이하 CPD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응급의학과 임상교육에서 의사 올람새흥씨로부터 몽골 응급의학체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교육을 들으러 온 의사들은 대부분 처음으로 심폐소생술을 배웠습니다. 몽골 의대에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3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이번 강의를 들으러 온 선생님들은 대부분 의사면허를 취득한 지 오래된 분이 많아서, 이런 강의는 처음인거죠.”

의대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반인도 쉽게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우리나라 환경을 생각할 때 안타까움은 더했다.

또 다른 수업 현장을 찾았다. 산부인과 교육에서는 ‘태아 기형’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45세 여성이 임신 18주차 기형을 발견했을 때’, ‘40세 여성이 언청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또 다른 기형이 발견됐을 때’ 등 다양한 태아 기형 사례가 주제였다. 어떻게 진료하고 환자에게 어떤 안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강의에서는 기아 초기진단, 선별검사, 대처법 등이 설명됐다. 참가 의사들은 의대생 시절로 돌아간 듯 학구열을 불태웠다.

강의 참가자인 의사 나랑차츠랑(S.Narantsatsral·

바양주르흐구 병원)씨는 “임상교육이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며 “대학시절 배웠던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새로운 진료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신경과 수업에서는 동영상을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뇌졸중 예방과 대처법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몽골의 사망원인 2위가 뇌졸중이라 의사들은 더욱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 조치, 뇌졸중 종류 판단 등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뇌졸중 상황극을 통해 환자 처치 방법을 익혔다.

이렇게 9월 4~20일 진행된 임상교육은 몽골 2차 병원 의료진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들로 구성됐다. 몽골은 현재 의대 졸업 후의 의사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몽골 1·2차 병원 의사들은 새로운 진료법을 익힐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임상교육을 토대로 몽골 1·2차 병원 의사들의 의료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교육은 몽골 3차병원 의사들이 1·2차 병원 의사들을 직접 교육하는 것도 특징이다. CPD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 신좌섭(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몽골 3차 병원과 2차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 교류가 없었던 상황에서 임상교육은 3차 병원과 2차 병원 의료진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전했다. 교육은 심장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응급의학과 등 6개 학과로 나눠 총 32개 강좌로 구성됐다.

팀워크의 중요성

“왜 아무도 안 오죠?”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한 조직개발워크숍에 참가자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몽골병원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던 찰나, 참가 의사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이는 시간 개념이 정확치 않은 ‘몽골리안 타임’ 때문이었다. 이렇게 워크숍은 10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17~19일 바양주르흐구 병원에서 진행된 조직개발워크숍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병원 조직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기획됐다. 몽골 의료진들이 서로 협력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서 병원 조직 문화 변화가 급선무였다.

몽골 보건부 산하 건강증진센터(CHD), 바양주르흐구 병원, 수흐바타르구 병원 참가 의료진들은 효과적 팀워크, 3~5년 이후의 조직 모습, 앞으로의 비전 등을 각 병원 특색에 맞게 주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바양주르흐구 병원장 보양턱터흐(Buyantogtoh)

씨는 “조직개발 워크숍을 통해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우고, 서로 협력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몽골 의료진들은 조직개발워크숍을 통해 개인주의가 강했던 관계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3년 더…

라파엘 인터내셔널은 향후 3년간 CPD 프로그램을 지속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2차 병원뿐 아니라 지방 아이막병원과 솜 진료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차년도 울란바토르 구병원, 외래진료소, 가정병원에 대한 교육과 2~3차년도 지방 아이막과 솜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중앙뿐 아니라 몽골 지방의사를 교육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라파엘 인터내셔널의 이러한 의료교육시스템 개발은 몽골 의사들이 자체 의료교육을 시행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 인터내셔널의 몽골 의사 역량 강화를 위한 CPD 프로그램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한다.

9월 13일 진행된 응급의학과 임상교육에서 참가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9월 17~19일 열린 조직개발워크숍 참가자들이 병원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9월 18일 내분비내과 임상교육 참가자들이 ‘대사증후군·비만’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김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