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나는 큰 아이 입양 엄마입니다 (5·끝)

황보현 (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입력일 2018-07-31 수정일 2018-08-01 발행일 2018-08-05 제 310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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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선 그렇게 서로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혈액형도 모두 제 각각입니다. 성격은 또 어떻고요.

첫아이 윤일이는 어쩜 절 그리 쏙 빼닮아 머리 쓰는 것보다 잡기에 능하고, 둘째 승빈인 남편을 똑 닮아 지긋이 앉아 그림 그리고 공부하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며 실감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하면 닮아 갑니다.” 사랑하니 정말 똑 닮아가고 있는 우린 입양가족입니다.

남들은 큰 아이 입양이 참 어렵다고만 합니다. 연장아였던 윤일이는 멋모르고 키운 첫 아이라 온 정성을 다해 키웠을 뿐이고, 둘째 승빈인 그냥 내리 사랑이라고, 정말이지 안 이쁜 데가 없어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물며 요즘 새삼 느끼는 사실은 주님께서 사춘기 시기 큰 아이로 인해 뒷목 잡고 쓰러질까봐 저를 위한 치료제로 막내를 보내주신 거였구나 싶을 만큼….

주된 양육자인 엄마! 엄마 눈에 이쁘고 사랑하는 자식이면 그 입양은 게임오버(GAME OVER)입니다. 그냥 입양이란 말은 쏘옥 잊어버리고 ‘내 새끼구나~’하고 키우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게 큰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노하우라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남들은 때론 제게 연장아 아들 둘을 어째 저리 문제없이 키우나 연구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연구대상은 뭘요~. 자기 자식 자기가 키우는데 뭘 연구한답니까? 하하하.

지금 저는 중학교 1학년 파충류 뇌구조를 갖고 눈만 마주치면 서로 잡아먹을 기세로 덤비는 사춘기 중증 아들과 남들이 겪는 사춘기 부모 증후군을 앓고 있는 시기이며, 그런 윤일이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피부질환 치료 연고처럼 솔솔 치료해주는 비타민 막내 승빈이와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먼 훗날 저 높은 분이 부르셨을 때 그 앞에서 “주님. 당신께서 저희에게 맡기신 두 아들 잘 키우고 왔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저는 이 두 아이의 엄마란 이름으로 살려합니다.

다른 소원은 없습니다. 엄마 없이 살아온 아이들의 아픈 상처가 되새김되지 않게 주님 곁에 갈 때까지 건강하게 아이들의 엄마로 사는 것 밖에는요.

<끝>

황보현 (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